메타인지 노트정리법 - 기록하는 소년 3화

에피소드 3: 생각하면서 써보자

메타인지 노트정리법 - 기록하는 소년


에피소드 3: 생각하면서 써보자


---


노트의 첫 장이 반쯤 채워졌을 무렵이었다. 정지후는 전보다 일찍 등교했다. 어쩌다 일찍 일어난 것도 아니었고, 어머니의 잔소리가 통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어제 적은 걸 오늘 다시 보고 싶다’는 이상한 충동을 느꼈을 뿐이다.


교실에는 아직 선생님도, 친구들도 없었다. 아침 햇살이 반쯤 열린 커튼 사이로 기웃거리며 책상 위를 물들였다. 지후는 노트를 펼쳤다. 노란 포스트잇이 조용히 ‘나를 들여다봐’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나는 왜 이걸 헷갈렸을까?”


어제는 그냥 ‘이해 안 됐음’이라고 적었지만, 오늘은 뭔가 다르게 쓰고 싶었다. 지후는 필통을 열어 처음으로 자기가 산 색깔펜을 꺼냈다. 어릴 땐 형광펜을 써서 밑줄만 그어도 공부한 느낌이 들었었다. 지금은 그보다 조용한 이유가 필요했다.


그는 영어 교과서를 펴고, ‘to부정사’와 ‘동명사’가 나오는 예문을 다시 읽었다. 그리고 조용히 속삭이듯 적었다.

“to는 ‘앞으로의 일’ 같고, -ing는 ‘지금 하고 있는 일’ 같기도 하다.”


그 문장은 시험에 나올 문제를 해결할 정답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후에겐 그게 이해의 시작이었다. 이전에는 몰랐던 감각이었다. 적어도 지금 그는 자신이 뭘 써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수업 시간, 태림쌤은 수업을 시작하며 말했다.

“오늘은 문법 규칙만 외우는 게 아니라, 각자 이 문장을 ‘이해한 방식’으로 바꿔보자. 예를 들어, ‘to’는 미래 느낌, ‘-ing’는 현재 느낌이라고 이해한 친구도 있을 수 있어.”


지후는 고개를 들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생각을 알아차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선생님은 무심하게 칠판에 적어 내려갔다.

“‘생각하면서 쓰는 것’이 중요하다. 노트 정리는 기억의 보관이 아니라, 이해의 확인이다.”


그 한마디가 지후의 가슴에 깊이 박혔다.


---


그날 저녁, 지후는 수학 문제를 풀다 막혔다. y = 3x + 2, 단순한 일차 함수였지만, 그래프를 어떻게 그리는지 막막했다. 이전 같으면 그냥 해설을 베껴 적고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손이 멈췄다. 그는 노트에 적었다.

“문제 이해 안 됨. x값을 넣으면 y가 나온다는데, 왜 그게 직선이 되는지 감이 안 잡힘.”


조금 더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x가 늘면 y도 늘어서 쭉 올라간다는 뜻일까?”


그 문장을 적고 나자, 손이 천천히 움직였다. 빈칸에 좌표를 하나씩 넣어 그래프를 그려봤다. 점들이 일직선에 가까이 모였다. 마치 수치들이 스스로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지후는 노트를 덮지 않았다. 그 대신 그 위에 조용히 손바닥을 올려놓았다. 따뜻한 종이의 감촉이, 무언가를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


며칠 후, 윤아가 말했다.

“너 요즘 노트 되게 달라졌더라.”


지후는 고개를 저었다.

“별거 아냐.”

“아냐. 너는 지금, 생각하면서 쓰고 있어. 나도 사실 처음엔 그렇게 못했어.”


그녀는 자기도 예전엔 예쁘게만 쓰려했다고, 하지만 그건 그저 꾸밈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글씨체가 아니라 생각의 모양이더라.”


지후는 처음으로 그녀의 말에 진심으로 공감했다. 그는 그날 이후, 노트를 예쁘게 꾸미려 하지 않았다. 대신 이해한 것을 문장으로 쓰려했다. 자기가 한 번 떠올려본 방식대로.


어느 날, 국어 시간에 선생님이 시 한 편을 소개했다.


예전에 미처 몰랐어요 - 김소월

봄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선생님이 말했다.

“각자 이 시에서 떠오른 이미지를 노트에 적어보자. 해석은 자유롭게.”


지후는 손을 들었다.

“선생님, 그냥 시의 배경이나 주제 말고요, 제 느낌을 써도 돼요?”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그게 바로 너의 독서가 되는 것이다.”


지후는 노트에 적었다.

‘이 시는 여름 저녁의 냄새 같다. 땀과 바람이 섞여서 무거운 듯 가벼운.’


그 문장은 어쩌면 국어사전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지후가 처음으로 느낀 문장이었다. 생각하면서 쓴 문장.


---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방 안에서 노트가 조금 무거워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 무게는 괴롭지 않았다. 마치 책 속에 자기 이야기가 숨어 있는 느낌이었다.


그날 밤, 지후는 잠자리에 들기 전 노트를 펴고 조용히 속으로 읽었다.

‘나는 오늘, 생각하면서 쓰는 것이 뭔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그 문장 끝에, 그는 아주 작은 점 하나를 찍었다. 처음으로 자기가 쓴 말이 조금 마음에 들었다.


---


다음 회차 예고 : 4화 한 줄 메모가 다르다


지후는 ‘생각하면서 쓰기’의 다음 단계로, ‘한 줄 메모’를 시작한다. 수업 중 갑자기 떠오른 질문, 예시, 감정 등을 한 줄로 붙잡으며 노트에 변화가 생기고, 공부가 생각보다 더 '자기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는데...


메타인지 노트정리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분들은 ‘내 성적을 바꿔줄 단 하나의 노트 - 지금 바로 시작하는 노트 정리법’을 참고하세요.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6345410


매거진의 이전글메타인지 노트정리법 - 기록하는 소년 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