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발파라이소, 안드레아네 집과 루쵸 삼촌네 식당 방문기
나는 한동안 남미 운동권 음악, 그러니까 남미 민중가요에 빠져 있었다. 나의 정치적인 색 때문은 전혀 아니고,
그 곡들이 담고 있는 가사 내용과 깊이 때문에 오랫동안 내 안에 남는 곡들이라 계속 듣고 들었던 것 같다. 누에바 칸시온 Nueva Cancion 에 지금처럼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칠레 친구네 집에 가면서 시작됐다.
몇 년 전, 시골에 위치한 그녀의 집에서 자고, 주말에 발파라이소에 위치한 안드레아 삼촌네 식당을 찾아 간 적이 있었다. (안드레아는 쿠바 여행에서 만난 언니였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며 서로의 삶에 대해 공유하고 지내는 사이이다.)
들판이 보이고 밤에는 불빛도 없이 고요한 안드라에나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발파라이소로 향하던 그날이 생각났다. 쿠바에서 같이 들었던 곡들을 들으면서 큰소리로 따라 부르며 떠난 여자들끼리 여행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안드레아네 집인 카사블랑카는 들판 때문인지 나에게 아늑하고 향긋한 이미지로 남겨져 있다.
안드레아의 favorite 삼촌인 '루쵸삼촌'은 본인 식당의 인기 있거나 자신 있는 메뉴에 대해 설명 따위는 할 생각도 없어 보였고, 온통 메르세데스 소사 이야기만 늘어놨다. 이 식당이 대체 무슨 식당인지 모를 정도로 온통 메르세데스 메르세데스 이야기였다. 식당의 이름도 라 네그라 인데, 라 네그라도 Mercedes Sosa 별명이라고 한다. 나중에는 "나는 메르세데스 소사 곡들을 연주하고, 공연하고, 사람들이 더 많이 듣게 하고 싶어서 작은 공연장이 있는 이 식당을 차린 거"라며 농담을 할 정도였다.
메르세데스를 그전에 몰랐던 것은 아니었지만, 대체 어느 정도길래 이리 찬양을 하나 싶어 차근차근 곡들을 찾아들어보기로 했다. 그러면서 한동안 '그라시아스 알라 비다' 외에도 누에바 깐시온에 푹 빠졌던 것 같다.
나는 정치적인 색깔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유명한 운동권 곡들은 그냥 그렇고,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곡들이 몇 곡 있다. 그중 하나가 빅토르 하라의 "너를 기억해 아만다", 또는 "나는 당신을 기억해요 아만다" Te recuerdo Amanda 라는 곡이다. 이 곡은 중남미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운동권 노래이다. 칠레 민주주의의 희생양인 빅토르 하라 Victor Jara 가 만든 애절한 노래이다.
Victor Jara - Te Recuerdo Amanda
음원 링크: https://youtu.be/GRmre8ggkcY
두 노동자의 사랑을 노래하는 곡인데, 곡이 시작하기 전에 빅토르는 거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너무 평범해서 그들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고, 어디에서나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공장에 다니는 연인에 대한 이야기이고, 사랑과 슬픔을 담고 있는 곡이다.
물론 가사에는 당시 어두웠던 칠레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실 어릴 때 학교 음악시간에 이런 곡들을 배웠는데, 너무나도 어린 나는 이런 노래들이 너무나도 재미가 없고 지루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시대적인 배경을 조금이라도 알고 이 곡들에 의미를 조금 더 알았더라면, 그 아까운 시간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사실 선생님이 그런 설명을 했겠지만, 어린 나는 관심을 가질 리도 없었을 것 같긴 하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버전은 스페인 가수 Presuntos Implicados 프레순토스 임플리카도스가 빅토르 하라를 추모하며 부른 버전이다. 어려서부터 듣던 솔레의 목소리라 그런지 이 버전은 개인적으로 더 간절하게 와 닿는 곡이다. 이 곡은 조앙 마누엘 세라 Joan Manuel Serrat와 함께 불렀는데 다른 버전은 모르겠고, 화질도 음질도 좋지 않지만 스페인 방송에서 보여준 라이브로 부른 이 버전이 가장 좋다.
빅토르 하라의 노래는 칠레를 비롯한 남미의 음악과 문화에 많은 영향을 끼치면서 그가 살았던 격동의 시대와 그 의 개인적인 철학을 담아 노래를 만들었다.
Joan Manuel Serrat & Sole Giménez - "Te recuerdo Amanda"
음원링크: https://youtu.be/rLDwDr1BB1Y
중남미의 현대사를 음악을 통해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이름이 있는데, 아르헨티나의 메르세데스 소사 Mercedes Sosa 그리고 칠레의 빅토르 하라 Victor Jara 가 대표적인 음악가들이다. 남미의 깨어있는 음악가들의 노력은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의 정체성을 일깨우며 '누에바 칸시온'이라는 이름의 노래운동으로 이어져 중남미 대부분의 나라에 확산되었다고 한다. 단순한 음악적 흐름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와 가치로 기억되고 있다.
Te recuerdo Amanda는 어떤 운동권 곡이 그렇듯이 직설적인 가사는 없지만,
음악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빅토르의 희망의 메시지는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적셔주던 곡이다. 한국어로 정식으로 번역된 건 없는 것 같은데, 내가 봤던 여러 번역본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내 멋대로 내 방식대로 번역해볼까 한다.
Te recuerdo Amanda
나는 너를 기억해 아만다
la calle mojada,
그 젖은 거리도,
corriendo a la fábrica
공장으로 넌 달려갔지
donde trabajaba Manuel.
마누엘이 일하고 있는,
La sonrisa ancha,
너의 활짝 웃는 미소
la lluvia en el pelo
너의 머릿결에는 빗방울
no importaba nada
다른 건 모두 괜찮았지
ibas a encontrarte con él
그이를 만나기로 했으니까
con él, con él, con él
그이와, 그이와, 그이와..
Son cinco minutos
단 5분 사이에,
la vida es eterna
삶은 영원 해지네
en cinco minutos
5분 만에
suena la sirena
종이 울리고
de vuelta al trabajo
일터로 돌아가야 하네
y tú caminando
그리고 너는 걸으며
lo iluminas todo
주위를 환하게 밝히네
los cinco minutos
그 5분은
te hacen florecer.
너를 꽃피우게 하네
Te recuerdo Amanda
나는 너를 기억해 아만다
la calle mojada,
그 젖은 거리도,
corriendo a la fábrica
공장으로 넌 달려갔지
donde trabajaba Manuel.
마누엘이 일하고 있는,
La sonrisa ancha,
너의 활짝 웃는 미소
la lluvia en el pelo
너의 머릿결에는 빗방울
no importaba nada
다른 건 모두 괜찮았지
ibas a encontrarte con él
그이를 만나기로 했으니까
con él, con él, con él
그이와, 그이와, 그이와..
que partió a la sierra
산으로 떠난 그이는
que nunca hizo daño
남에게 해를 끼쳐본 일이 없는데
que partió a la sierra
산으로 떠난 그이
y en cinco minutos
그리고 5분 사이에
quedó destrozado
산산조각이 났고
suena la sirena
종이 울리고
de vuelta al trabajo
다시 일터로 돌아가네
muchos no volvieron
많은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했네
tampoco Manuel..
마누엘도 역시..
Te recuerdo Amanda
나는 너를 기억해 아만다
la calle mojada,
그 젖은 거리도,
corriendo a la fábrica
공장으로 넌 달려갔지
donde trabajaba Manuel.
마누엘이 일하고 있는
여행을 하면서 나는 작은 것에도 의미 부여를 하고, 별것 아닌 것들도 기억하고 기록하면 또 그 스토리에서 또 다른 내용들이 이어지고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된다. 그래서 여행을 하면서 그곳에 사는 현지인들과 대화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고, 대화가 가능한 그러니까 언어가 통하는 나라들을 선호하는 것 같다.
여전히 남의 삶을 엿보고 그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배워 나의 삶의 적용하는 것은 나에겐 재미난 일이니까 말이다!
곡 소개를 하면서 왠지 칠레 사진을 배경으로 쓰고 싶어서, 오랫동안 열어보지 않았던 폴더에 있는 칠레 사진들을 꺼내봤다. 그리고 몇 년 전 발파라이소에서 루쵸 삼촌에게 설명을 듣고 있는 내 뒷모습이 담긴 사진을 발견했다. 괜히 반갑네, 그때의 내 뒷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