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와 벼룩』 글을 읽으며

by 휴헌 간호윤

『코끼리와 벼룩』 글을 읽으며


1.<『코끼리와 벼룩』을 읽고>


찰스 핸디의 『코끼리와 벼룩』이란 책을 읽는다. 20세기 대기업 직장인을 코끼리에, 직장에서 나와 자생의 길을 걷는 개인을 벼룩에 비유한 책이다.






찰스 핸디는 다국적 석유회사 셸의 간부를 거쳐, 런던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가르쳤고, 이후 윈저성에 있는 세인트조지 하우스 학장, 왕립예술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이후 승승장구, BBC 라디오 방송 『투데이』,의 '오늘의 사색' 코너를 진행하기도 한 그는 어느 날 모든 직함으로부터 탈출을 감행한다. 그는 이제 벼룩처럼 자기 혼자 힘으로 살아간다.






찰스 핸디는 “직장인들에게 어떤 미래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한다. 대기업, 공동화라는 우리 삶의 지향을 개인, 독립된 생활로 바꾸라는 질문이다. 찰스 핸디는 말한다. ‘미래는 직장이 아니라 나여야 한다고. 직장이 요구하는 소유의 삶이 아니라 내가 요구하는 존재의 삶이어야 한다’라고. 그래야 진정한 행복을 얻는다고.’






찰스 핸디는 독립적인 벼룩(프리랜서)이 되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공부 핵심은 ‘글쓰기’였다. 결국 찰스 핸디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니지먼트 사상가 중 한 사람이 되었다. 책의 마지막은 행복에 대한 중국 속담으로 끝난다.




“행복은 할 일이 있는 것, 바라볼 희망이 있는 것, 사랑할 사람이 있는 것. 이 세 가지이다.”




서재에 앉아 이 글을 쓰는 나는 십수 년째 벼룩인생이다. ‘내 삶은 어떤가? 행복한가?’ 곰곰이 생각해 보는 하루입니다.




2011년 7월 19일. 휴휴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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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코끼리와 벼룩

저자찰스 핸디출판생각의나무발매2005.10.17.




2. 위 글은 무려 12년 전에 블로그에 써 놓은 글이다. 그때 내 나이는 51세였다. 그때 난 『코끼리와 벼룩』을 읽고 감탄에 감탄을 하였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 교사 16년 차에 사직서를 내고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4년 남은 연금 기한을 버리고 '자발적 비정규직'이 된 것이다. 내 삶의 변곡점이었다. 기회비용은 엄청났다. 대학원 등록금에 책값, 가족과 삶을 등지고 앉아 논문을 썼고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 주일에 서너 대학을 뛰어다녔다. 그렇기에 더 찰스 핸디의 말이 더욱 다가왔다. 대학 강의를 하고 글을 쓰는 '비정규직'이지만 벼룩(프리랜서)으로서 희망이 있었다.




저 때로부터 12년이 흘렀다. 이제 대차대조표를 끊어본다. 여전히 나는 대학 강의를 하며 글을 쓴다. 이 땅에서 12년 전 코끼리는 더욱 튼실하게 몸집을 키웠으나 벼룩은 그냥 벼룩일 뿐이다. 내 의지로 이 세상을 살았으니 절반의 성공은 분명하지만 물질은 철저한 실패이다. 글쓰기를 통하여 50여 권의 책을 저술했으나 이를 물질로 환원시키는 성과는 미미하다. 찰스 핸디가 말한 글쓰기는 영국에서 통하였고 이 대한민국, 나에게는 안 통했다. 영국과 대한민국이 달라서인가? 아니면 찰스 핸디와 내가 달라서인가?



현실은 늘 여명과 같다. 희망이 보이는 듯하지만 곧 냉혹한 현실이 거침없이 다가온다. 더욱이 영국과 한국은 정치부터가 다르다. 한국의 문화와 영국의 문화를 동일시한 것이 착각이었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2021년 독서율과 독서량은 2019년에 비해 각각 0.7%, 6.6권 감소했다(문화체육관광부, 2022). 그리고 PISA (국제학업성취도평가) 2018에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 정보 해독력)는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였으며, 디지털 정보 출처 신뢰도 평가 능력도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성인들의 독서율도 세계 최저이다. 어린이 경우는 조금 낫지만 내가 쓰는 책은 대중 상위 독자층을 지향한다.



찰스 핸디의 『코끼리와 벼룩』으로 본 내 2023년 대차대조표는 앞에서 보았듯이 절반의 성공(자기 계발)과 절반의 실패(가정‧물질)이다. 더 정확히 정색을 하고 말한다면 내가 보유하고 있는 재산 목록표는 빈곤하다. 하지만 오늘도 나는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강의 준비를 한다.



아직 내 '독립적인 벼룩(프리랜서)'으로서 삶은 끝나지 않았다. 혹 누군가 꼭꼭 숨겨 두고간, “행복은 할 일이 있는 것, 바라볼 희망이 있는 것, 사랑할 사람이 있는 것”이 어디에 있을지도 모르기에. 현실이 비록 냉혹하지만, 희미한 빛이 비치는 여명(黎明)을 찾으려 오늘도 벼룩은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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