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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효정 Jul 15. 2021

쉿! 수유 중 이거든요

육아는 너무 힘들어 ㅠ

수유에 힘들어 하는 어미 고양이와 눈치보며 젖먹는 새끼 고양이들  
새끼들보다 먼저 사료 먹는 어미 고양이


길고양이가 완전히 우리 집에 기거하기로 마음을 정한 것 같다.
새끼들과 창고 옆에서 자고 우리만 보면 밥 달라고 당당하게 보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생에 우리에게 빌려준 빚을 받으러 온 모양이다.


고양이가 수유하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한가롭게 어미와 새끼들이 모여 장난치는 듯하다가 잠시 후 어미가 사지를 길게 뻗으며 누웠다. 그리고 새끼들이 모두 어미 품에 고개를 묻고서는 가끔씩 빠꼼히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살그머니 다가가 보니 수유 중이었다. 어미는 경계하는 태도가 전혀 없는데 새끼들은 눈치를 보다가 내가 다가가는 것을 알고 한 마리씩 달아나 버렸다. 어미도 힘이 들었는지 새끼가 달아난 후에도 그대로 누워 있었다. 고양이도 수유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방해를 한 것 같아 어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모른 체 안으로 들어와 창문으로 살펴보았다. 잠시 후 눈치를 보던 새끼들이 다시 한 마리씩 어미 품으로 파고들었다. 어미는 세상 편한 자세로 바닥에 누웠고 새끼들은 여전히 젖꼭지를 입에 물고선 눈만 빠꼼히 내어놓고 경계를 놓지 않았다. 한참 후 수유가 끝났는지 어미는 뒷문으로 다가와 야옹야옹하며 나를 불렀다. 밥 달라는 신호이다. 새끼들 젖먹이고 자신도 배가 고파졌던 모양이다. "알았어, 알았어" 하며 얼른 나가서 사료를 담아 주었다.


전에 대전에서 살 때 들어왔던 길고양이 가족 하고는 분위기가 한참 다르다.

대전의 고양이들은 때가 되어도 어미는 뒷전에 경계만 서고, 새끼들이 야옹거리며 밥 달라고 보채고, 사료를 주면 어미는 새끼들이 다 먹을 동안 경계를 서다가 새끼들이 남긴 사료를 먹었었다. 근데 완도의 어미는 자기가 먼저 밥 달라고 보채고 자기가 먼저 먹는다. 어미가 먹고 있는 그릇에 새끼들이 끼어들면 어미는 옆 그릇으로 옮겨서 자기가 배 부를 때까지 먹는다. 새끼들은 먹는지 마는지 신경도 안 쓰는 것 같다. 대전의 고양이보다 좀 더 老티가 나는 완도의 고양이는 아무래도 새끼들을 키우는 것이 힘겨워 보인다. 대전에서의 젊은 어미는 움직임도 빠르고 경계하는 눈빛도 힘이 넘쳤었는데 완도의 어미는 행동도 느리고, 경계하는 눈빛은 아예 없고, 아무 데나 틈나면 늘어져 잔다. 도시 고양이와 시골 고양이의 차이인지, 아니면 나이 차이인지 궁금하다.


처음에 다섯 마리이던 새끼들이 네 마리로 줄었다. 대전에 있다 주말에 내려가니 밭에 한 마리가 죽어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상심했을 어미를 생각하며 갯벌에 묻어주었다. 그 후 남은 새끼들은 다행히도 탈없이 잘 자라고 있다. 어미가 힘들어하거나 말거나, 형제가 죽었거나 말거나, 새끼들은 천방지축 젖을 빨고 품으로 파고들며 장난질을 한다. 그런 새끼들이 이쁜지 어미는 혀로 핥으며 애정표현을 한다. 살아있는 네 마리의 새끼들을 키워야 하는 책임감이 잃어버린 한 마리의 새끼를 잊게 만들었을까? 마음이 짠하다.


한참을 어미 품에서 번갈아 재롱을 떨던 녀석들이 한꺼번에 어디로 놀러라도 가는 건지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어미는 아무 곳에나 축 늘어져 부족한 잠을 잔다. 우리가 왔다 갔다 해도 일어나지를 않는다. 새끼들이 돌아와 건드릴 때까지 미동도 안 하고 푹잔다. 얼마나 피곤하면 저럴까? 그래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완도에 있는 동안, 때마다 사료 한 그릇씩 담아주는 것뿐이다. 우리가 없을 때는 무얼 먹고 사는지, 왜 하필이면 주말에나 먹이를 얻을 수 있는 우리 집에 온 것인지, 안쓰러운 마음 금할 수가 없다. 며칠 못 챙길 것을 생각해 한꺼번에 몇 그릇 주었지만 그럴 때는 동네 길고양이들이 와서 다 먹어버리기에 어차피 다음 끼니는 어딘가 서 해결해야 함을 알았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올라올 때는 듬뿍 담아주게 된다. 내 마음이라도 조금 편해지려고...


老산의 어미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육아에 있어서는 힘에 부치는 일이라는 것을 우리 집 고양이를 보면서 알 것 같다. 결혼연령이 높아지면서 출산 연령도 많이 높아진 요즘 엄마들이 얼마나 힘이 들지 이해하게 된다. 나 때는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어서 엄마가 뭔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키우는 바람에 육아가 다 그러려니 했는데, 지금이라면 그렇게 키우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철없을 때 후딱 키워버린 게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새끼들이 젖을 뗄 때가 된 것 같아 "얼른 젖 떼고 독립시키고 좀 편하게 살아라"라고 했더니 다시 수고양이들이 드나들고 있다. 얼마 후면 또 무거운 배를 뒤뚱거리며 돌아다닐 고양이를 상상하니 벌써부터 힘이 든다.

참으로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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