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한 꿈
복순 씨는 그날밤에 주호가 울고 있는 꿈을 꾸었다. 움직이지 않는 포클레인을 끌어안고 울고 있었다. 주호를 부르며 잠에서 깬 복순 씨는 더 이상 잠들지 못했다. 다음날 시동생의 식당에 갔다. 2년 만에 온 시동생의 식당은 어느새 별채가 생기고 본관이라는 현판을 단 건물이 새로 수리되어 고급진 외관으로 변해있었다. 주차장을 넓히고 둘레에 조경까지 해서 다른 집인 줄 알았다. 쭈뼛거리며 들어가자 유니폼을 입은 종업원들이 -어서 오세요.- 합창하듯 인사를 했다. 머뭇거리며 서 있을 때 동서가 -누가 오셨니?- 하며 나오다가 복순 씨를 알아보고 멈칫했다. 그러나 곧 특유의 하이톤으로 웃으며 말했다.
"어머! 형님 어서 오세요. "
동서의 외모도 식당의 외관만큼이나 변했다. 원래 성품이 사치스러워서 싸구려 옷이라도 수시로 사 입고, 이미테이션 액세서리로 치장하고 다니던 동서였다. 그런데 그날은 누가 봐도 고급진 옷에 진품 보석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복권이라도 맞았나 생각이 들 즈음 주호에게 넘겨준 재산들이 생각났다. 설마~
"응 잘 지냈어? 좋아 보이네, 가게는 언제 이렇게 키웠어?"
"네?, 아~네! 그, 그게 돈이 벌어지려니까 저, 저절로 들어오던데요. 동생한테 투자했던 것도 대, 대박이 났고요. 소, 소희 아빠 따로 사업한다고 나가더니 그것도 대, 대박이 났대요. 호호"
동서는 진땀까지 빼며 말을 더듬고 있었다. 시동생이 또 사업을 벌였다는 것은 무슨 이야기인지,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 복순 씨는 시동생을 만나려고 포클레인 사무실을 향해 걸었다.
그 시간 광철은 읍내의 한 오피스텔에 있었다. 한바탕 뜨거운 기운이 방안을 휩쓸고 지나간 분위기였다. 속옷 차림의 여자가 광철의 목을 끌어안고 있었고 광철은 천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3년 전부터 사귀어 오던 여자다. 한두 번 가벼운 바람으로 스쳐가려 했다가 여자가 하는 사업에 얼마씩 투자를 한 것이 회수가 안되어 지금까지 엮어있는 기분일 뿐 가정을 파탄 낼만큼의 감정은 없다. 여자는 기획부동산 사무실에 근무하고 있었다. 큰 덩어리의 땅을 나누어 몇 사람이 몇 평씩 사두었다가 정말 큰손이 나타났을 때 자기 지분만큼 받아오는 땅장사인데 적은 돈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는 여자의 말에 조금씩 돈을 준 것이 어느새 5억 원을 투자한 상태였다. 형수가 주호 이름으로 통장을 돌려주기 전까지는 푼푼히 포클레인 작업비에서 따로 모았던 3천만 원을 투자한 것이 다였다. 그때는 여자가 이자라며 은행보다 많은 돈을 주어 투자금을 더 넣고 싶은 마음에 진숙에게 얼마씩 얻어서 총 4천만 원이 투자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형수가 통장과 포클레인 명의를 주호에게 넘겨주었고, 주호는 졸업 때까지 갖고 있으라며 광철에게 다 맡겼다. 광철은 그 돈을 멋지게 불리고 싶었다. 마침 윤재희가 좋은 투자처가 있다며 어딘가로 데려갔다. 그곳은 투자설명회였다. 은행에 들어있는 돈만 이용하려고 했다. 그런데 윤재희는 포클레인도 담보로 넣으면 5천만 원은 쓸 수 있다며 투자해서 벌고 일해서도 벌 수 있는데 왜 쓸 수 있는 돈을 묶어두냐며 꼬드겼다. 나중에 주호에게 원금을 돌려주면 주호돈은 손대지 않은 것이 되고 광철은 이자수입을 버는 것이니 그게 바로 일석삼조 아니냐며 바람을 넣었다. 게다가 자신의 오피스텔로 데려가 광철을 황홀하게 했다. 광철은 재희의 모든 것을 꿀처럼 느끼며 빠져들었다.
-다음 편에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