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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정강현숙 Jun 26. 2020

무전취식하는 손님들

길고양이 가족 6마리

나는 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동물의 냄새도 싫고, 개나 고양이가 몸을 털기라도 할라치면 날리는 털이 정말 싫다. 천성적으로 그런 건지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초등 3학년 때 옆집의 커다란 개에게 물린 이후로는 개만 보면 숨이 멋을 듯한 공포에 떨었었다. 지금도 개가 짖으면 무섭다. 산책길에 주인과 함께 있는 개만 보아도 난 심장이 떨리고 제대로 걸을 수도 없다. 어릴 때는, 부모님이 어딜 가시면 꼭 어두워지기 전에 개밥과 물을 주라고 하셨었다. 나는 집 모퉁이에 있는 개집 앞에 가는 것이 정말 싫었었다. 동생에게 미루다가 부모님 오실 때까지 개밥을 주지 못한 날은 나도 굶어야 했다. "말 못 하는 짐승을 굶겼으니 너도 먹지 마라." 아버지의 그 한마디에 울면서 잠이 들기도 했었다.


그런데 개만 싫은 것이 아니다. 고양이도 싫다. 고양이의 그 눈빛이 정말 싫다.  

그런 우리 집에 고양이 식구가 들어왔다. 한 마리도 아니고 무려 6마리다.


길고양이 한 마리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집 모퉁이에서 출산을 했던 모양이다.

한 달 전쯤 보일러실에 가려고 잘 사용하지 않는 문을 여니 무언가 걸리는 듯했다. 문 손잡이로 느껴지는 말랑한 느낌에 조심하며 열어보니 아직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고양이 새끼들이 뒤뚱뒤뚱 달아나고 있었다. 자기 새끼들 건드렸다고 금방이라도 공격할듯한 자세를 하고 저만치에 어미 고양이가 이를 들어내며 날 노려보고 있음에 기겁을 하고 문을 닫았다.


길고양이가 잠시 비와 바람을 피해 왔나 보다 하면서, 때 되면 가겠지 하는 생각으로 내버려 두었었다.

사람이 다니는 곳이라는 걸 알면 당연히 옮겨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작은방에만 가면 그 문쪽에서 여린 생명체의 움직임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살아있는 생명들이 내가 사는 집 곁에 둥지를 틀었다는 것이 신경이 쓰였다. 남편이 어찌 좀 해주기를 바랐지만 원래부터 마음이 약한 남편도 어쩌지 못한다.


매일 작은 방을 드나들며 문밖의 고양이의 움직임을 귀 기울여 확인했다.

어느 날부터는 새끼 고양이들이 말문이 열렸는지 '야옹, 야옹' 하는 소리까지 들린다.


비 예보가 있던 날은 바닥에서 살고 있는 새끼 고양이들이 신경 쓰여서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나도 자식 키운 엄마인데,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주는 게 어미 마음일진대....

어미 고양이의 걱정이 전해져 오는 듯했다.

그래서 비라도 피하라고 스티로품 박스와 종이박스로 계단 아래쪽에 작은 임시거처를 만들어 두었다. 그곳에 들어가는 건 고양이의 선택에 맡기고 있는 동안 차가운 바닥 신세라도 면하고 비라도 맞지 말라는 마음이었다.


다음날 살펴보니 그곳에서 잔 흔적이 보였다.

문을 열어보니 걸리는 것이 없다. 잘됐구나 하며 또 잊고 지나갔다. 그러다 햇빛이 너무 뜨거워 덮혀진 테라스에 열기를 식히려고 물을 뿌렸는데, 풀잎에서 방울방울 떨어지는 물을 새끼 고양이들이 먹고 있다며 남편이 "재내들 물도 제대로 못 먹나 보다" 한다. 지나듯이 한 그 말이 그만 내 가슴에 박혀 버렸다. 이 더운 날 물이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눈치를 보며 풀잎을 핥아먹고 있을까 싶어서였다.


'새끼들 클 동안 만이라도, 물이라도 주자. 어차피 길고양이이니까 자기들 먹거리는 구해 오겠지'라고 생각하며 가까운 곳에 물그릇을 놓아두었다. 고양이들은 눈치를 보면서도 때가 되면 물이 놓인 곳으로 와서 어미의 경계 아래 다섯의 새끼들이 차례로 물을 먹었다. 내가 만들어준 거처에 머물며, 내가 주는 물을 먹고 있는 새끼 고양이들에게 마음이 가기 시작했다.



나는 둘밖에 안 되는 아이들을 돌보느라 밖으로 일하러 나갈 수 없어 가내 부업을 하며 아주 적은 수입으로 견뎠던 젊은 시절이 생각났다. 어미 고양이도 지금 다섯의 새끼를 혼자서 도둑 음식으로만 키우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듯 느껴졌다. 슬그머니 먹다 남은 생선을 주어보니 잘 먹는다. 다음에는 꽁치 한 마리를 녹여 통째로 주었더니 어미가 확인하는 듯하다가 새끼들 다섯 마리를 다 데리고 와서 먹인다. 그리고 어미는 바닥에 흘린 찌꺼기만을 핥아먹고 아쉬워하는 표정이다. 남편에게 말하니 사료를 사 오겠다고 한다.


나는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길고양이에게 물을 준 정도로도 큰 보시를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나 남편이 자기들을 해코지할만한 사람이 못된다는 것을 알았는지, 물을 주고 생선을 준 것이 일주일도 안됐는데 때가 되면 새끼들을 대동하고 현관 앞을 서성인다. 정작 새끼들을 데려온 어미는 조용한데 새끼들이 '야옹야옹'한다. 그 소리가 마치 '밥 좀 주세요' 하는 소리로 들렸다. 결국 남편이 사료를 사 왔다. 그리고 직접 그릇에 담아내어 준다. 눈치를 보던 어미는 남편이 안으로 들어온 후에 새끼들을 불러서 먹도록 하고 어미는 새끼들이 다 먹을 동안 주변을 살핀다.

인기척이 나면 달아나서 방충망을 열지 않은 체 찍었다. 가장 약해 보이는 한 마리는 아직 오지 못하고 있다.


고양이와 눈 마주치는 것조차 싫은 나는 새끼들이 사료를 먹는 동안 방충망을 통해서 바라보았다.

제법 자라서 천방지축 돌아다니는 새끼들이 혹시라도 잘못될까 봐 인지 어미의 경계태세는 누그러지지 않는다.

내가 드나들 때마다 이를 드러내고 위협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길고양이라서 잘해줘도 소용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무얼 바라고 먹을 것을 챙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밥 주는 사람한테 사나운 표정은 아닌 것 같다.


서운한 마음에 남편이 없을 때는 배고프도록 놔둘까 싶은 오기도 생겼지만 밥 달라고 야옹거리는 새끼 고양이 소리가 우리 아이들 어릴 때 배고프면 칭얼대던 그 소리로 들린다. 그래서 때가 되면 사료를 주고 물을 주었다. 어린 새끼들만 두고 한참씩 자리를 비우던 어미가 요즘은 하루 종일 새끼들과 함께 있는 듯하다. 먹거리가 해결되었으니 곁에서 놀아주는 것으로 보인다. 새끼들에게 좋은 거 먹이고,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 마음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인연 일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밥을 주고 싶었던 동물들은 없었는데, 이 길고양이 가족은 내게서 밥을 얻어내고 말았다. 밥때만 되면 현관 앞으로 온 가족이 나와 창문을 바라보며 야옹거리는 새끼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빈 밥그릇을 채우곤 한다. 막 살이 오른새끼 고양이들이 조금씩 이쁘다는 생각이들어 새끼들 털이라도 한번 쓰다듬어 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 길고양이의 본능대로 밥 먹을 때 말고는 집 모퉁이 숨기 좋은 위치에서 지내다가 현관문 여는 소리에도 털도 안 보이게 꽁꽁 숨어버린다.


그까짓 밥 몇 번 챙겨 주고 가족이 생겼다고 말할 뻔했다. 그러나 저렇게 경계하는 고양이 가족을 보며 마음을 접었다. 새끼들이 어느 정도 자라면 자기들 갈길로 가버릴 것이다.

그러니 가족이라 하지 말고 손님이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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