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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작 Jan 23. 2024

작은 일에, 정성을 정성을.

친애하는 오늘에게 vol.20 Winter Letter


우선 내게 주어진 작은 일에 정성을 정성을 다 하다 보면 느낌이 올 거야. '아 이 일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구나. 아님 아니구나.' 나는 그렇다고 생각해.



작은 눈송이들이 하늘에서 춤을 추던 어제, <친애하는 오늘에게> vol. 20 겨울 첫 번째 편지를 부치러 갔다. 편지를 한다는 건, 편지를 쓰는 일뿐만 아니라 봉투에 편지를 넣고, 수신자 이름을 쓰고, 암호 같은 우편번호를 적고, 우표를 붙이고- 마지막으로 빨간 우체통을 찾으러 가는 일 모든 행위를 통틀어 말한다. 



5년 전 처음으로 <친애하는 오늘에게>를 시작할 때부터 한결 같이(책을 쓰는 기간엔 잠시 중단했지만) 이 행위를 하고 있는데 왠지 어제는 눈이 많이 와서 그런지 더더욱 편지를 부치러 가던 날들의 계절 장면이 영화처럼 기억 속에서 스쳐 지났다. 



얼마 전에 누군가 내게 물었다. 잘하는 일을 해야 할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그 어린 친구는 서른 중반이 된 여자라면 정답을 알 것이라고 확신한 표정이었다. 물론 나도 이십 대 초반의 시절에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을 가지고 고민을 많이 했었다. 고민 끝에 어린 나는 무조건 다 해봤다. 누군가 내게 잘한다고 하는 일도, 내가 좋아하는 것 같은 일도. 그 결과- 나는 채반에 걸러진 작은 쌀알들처럼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같은 것들을 마주하고 있다. 



- 글쎄, 나는 다 해봤던 것 같아. 잘한다고 하는 일, 좋아하는 일. 그리고 찾아냈던 것 같아. 

그렇게 말했더니 어린 친구는 작은 한숨을 쉬익-하고 내면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뭔가 쓸모 있는 것 하나쯤은 얻어내겠다는 듯 내게 다시 물었다. 

- 그것밖에 없을까요? 너무 어려워요. 

나도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어린 친구에게 물었다. 

- 응. 네가 잘하는 일을 했을 때 행복할지, 좋아하는 일을 했을 때 행복할지 너 조차도 모르잖아. 

그랬더니 어린 친구가 고개를 갸우뚱한 채로 위아래로 흔들었다. 만족스럽지 않은 것 같았다. 나는 덧붙여 말했다. 

- 급하게 생각하지 마. 우리에겐 시간이 많은 걸. 이것저것 해보고 행복한 환경에 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해. 단번에 정답을 찾을 순 없어. 그리고 어렵게도 생각하지 마. 우선 내게 주어진 작은 일에 정성을 정성을 다 하다 보면 느낌이 올 거야. '아 이 일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구나. 아님 아니구나.' 나는 그렇다고 생각해. 

어린 친구가 내가 어떤 단어를 얘기할 때마다 귀를 쫑긋했다. 그리고 '행복한 환경' '작은 일에, 정성을 정성을'하고 소리 없이 입 모양을 만들었다. 



그렇게 카페를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어린 친구에겐 그렇게 말했지만, 내가 말한 '행복한 환경에 나를 들이는 일'과 '작은 일에 정성을 다하는 일'을 나 조차도 아직 잘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두려워서 혹은 게을러서 혹은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들을 핑계로. 


하얀 눈발 속에서 꿋꿋하게 서 있는 빨간 우체통이 눈앞에 보였다. 나는 우체통에 눈인사를 했다. 




두번째 편지를 준비하러 가는, 

당신의 비밀로부터. 


insta @anyway.kkjj 

편지문의. fromkangja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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