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 작은 아이
나른한 아침이야. 아니, 늦은 오후인가. 어쩌면 영원히 멈춘 시간 속 일지도 모르겠다.
해는 수평선에 갇힌 듯 움직이지 않았고, 시계는 오래된 꿈처럼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나는 마치 물속에 잠긴 듯, 세상의 소음이 차단된 고요한 마음의 심해를 유영했다. 그곳에서 아주 작은 나를 만났다. 빛 한 줄기 닿지 않는 깊은 곳에서, 그 아이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기억났니?"
어린 나의 물음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작은 몸짓으로 다가온 아이는 내 젖은 손을 잡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물결처럼 일렁이는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오래도록 함께 걸었다.
"여긴 어디야?"
나의 떨리는 물음에 아이는 대답했다.
"네 마음속 가장 깊은 곳. 그리고 네가 잊고 있던 모든 기억이 잠들어 있는 곳."
그 순간, 물거품이 솟아오르듯 기억의 파편들이 떠올랐다.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꿈, 뜨거웠던 열정, 그리고 소중했던 사람들의 모습. 잃어버린 줄 알았던 조각들이 하나둘 맞춰지며, 희미했던 나의 본모습이 선명하게 빛을 발했다.
"왜 잊고 있었던 거지?"
다시 물었을 때, 아이의 얼굴에는 슬픈 미소가 떠올랐다.
"어른이 된다는 건, 많은 것을 짐처럼 내려놓아야 하는 일이니까."
아이는 고개를 젓더니 덧붙였다.
"하지만 잊는다고 해서 사라지는 건 아니야. 그저 깊은 곳에 잠들어 있을 뿐이지."
우리는 꿈들이 별처럼 반짝이는 더 깊은 곳으로 걸어갔다.
나는 그 별들을 하나하나 바라보며, 잊고 지냈던 내 안의 빛을 다시 발견했다.
"이제 돌아가야 해. 네가 빛을 밝혀야 할 곳으로."
나의 눈을 깊숙이 바라보는 아이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의 작고 따뜻한 손을 잡자마자, 우리는 맹렬한 속도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눈을 뜨자 익숙한 방 천장이 보였다.
시계는 여전히 멈춰 있었지만, 더 이상 시간에 쫓기는 두려움은 없었다.
내 안의 작은 아이가 마지막으로 속삭였던 목소리가 귓가에 선명하게 울렸다.
"기억해.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