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어쩔 수 없군요

냉철한 당신도 남의 험담엔 무너지는군요

by 류련

늘 그렇듯 어느 나라에 흉폭한 왕이 살았습니다. 그 왕은 너무 차갑고 냉철해서 결코 울음을 보이는 일이 없었습니다. 어느 날 왕은 온 나라에 공고문을 붙였습니다.


"왕을 울게 하는 자에게 이 나라 전체를 주겠다. 하지만 실패한다면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자 곳곳에서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첫 번째는 한 비평가가 찾아왔습니다. 그는 왕의 면전에다 대고 왕의 업적에 대해 비평했습니다. 어떤 정책이 성공했고 실패했는지 분석적으로 평했습니다. 비평가는 아무리 차가운 왕이라도 객관적인 평가를 받으면 수치심에 눈물을 흘릴 거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왕은 말했습니다.

"위인들의 조각상 중에는 비평가는 단 한 명도 없다. 남을 평가하기는 쉬우나 그것이 위대한 일은 아니다"

왕은 그가 다시는 비평할 수 없도록 입과 혀를 잘라 죽였습니다.

두 번째는 한 노인이 찾아왔습니다. 그는 자신의 불우한 인생 얘기를 이야기를 했습니다. 고아로 자라서 온갖 불행한 일을 겪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외롭게 살아온 이야기를 늘아놓으며 자신보다 더 어렵고 비참한 삶을 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왕이 말했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삶에 아픈 흉터를 남기고 사노니 어찌 그대의 흉터만이 아프다고 말하는가?" 노인은 수치심에 그만 성에서 뛰어내리고 말았습니다.

세 번째는 이웃나라의 마법사가 찾아왔습니다.

그는 궁전에 사는 신하들이 왕의 험담을 한 내용을 책으로 만들어 왕에게 선물했습니다. 그리고 마법사는 말했습니다.

"저는 일주일 후 다시 오겠습니다. 그 책을 읽으셔도 되고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주일 후에도 울지 않으신다면 그때 저를 죽이셔도 됩니다."

왕은 궁금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어떤 내용을 자신에 대해 말했을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결국 왕은 책을 펼쳤고 글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첫 장은 왕비가 호위대장과 함께 왕을 암살할 계획을 세우는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둘째 장은 가장 아끼던 충신이 그에 대해 역사상 가장 무능한 왕이라며 역사에서 이름을 남길 가치가 없을 정도라고 평하는 것이었습니다.

왕은 한 장 한 장 읽어 내려갈수록 배신감에 상처를 입어 울었습니다. 왕 앞에서 웃고 조아리고 착하고 잘해주던 그의 주변 사람들이, 뒤에서는 그를 타도하고 욕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그 이중성에 미쳐버릴 것 같았습니다. 그의 눈물이 쌓이고 쌓여 결국 왕의 침실은 눈물로 가득 차 버리고 말았습니다.

얼마 후 마법사가 도착했습니다. 공주는 마법사를 붙잡고 아버지를 도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마법사는 왕을 금붕어로 만들고 왕의 침실을 어항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마법사는 그 나라를 차지했습니다. 마법사가 왕이 되자 공주는 복수를 계획했습니다. 그에 대한 주변인의 악담을 똑같이 책으로 만들어 매일 밤 그에게 읽어주었습니다. 하지만 마법사는 그때에만 눈물을 흘릴 뿐 그다음 날은 멀쩡해졌습니다. 공주는 믿었던 주변인의 악담에도 아랑곳 않는 그의 비밀이 궁금했습니다. 자세히 생각해보니 그 마법사는 식사 때마다 어떤 알약을 먹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알약은 기억을 지우는 알약이었습니다.

공주는 그 알약을 전부 숨겨버렸고 복수를 계속했습니다. 그러자 결국 마법사도 울음을 참지 못하고 스스로를 금붕어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금붕어는 기억력이 짧아 기억을 쉽게 지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금붕어 두 마리를 보고 공주는 말했습니다.

"아무리 차가운 당신들이라도 믿는 사람의 배신과 그 악담에는 어쩔 수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