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n Sep 30. 2018

남자 인간과 여자 인간의 다툼

아주 다양한 생각

남자와 여자가 연애하거나 같이 살다보면 반드시 다투게 되어있다. 남녀 뿐 아니라 사람이 만나다보면 다투게 되는데, 이 다투는 과정을 잘 들여다보면 의외로 재밌는 것들이 보인다. 그리고 이 다투는 이유를 알면 관계를 맺을 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1. 다툼의 시작 :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


사람은 각기 다른 스타일의 언어를 사용하는데 남자와 여자는 특히 사용 언어가 다르다. 모든 남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남자는 주로 이성적이고, 체계적인 사고를 중심으로 언어를 사용하고, 여자는 주로 감성적이고, 관계적인 사고를 중심으로 언어를 사용한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이런거다.   


남편은 임신한 아내와 출산 전에 이런 약속을 했다. 육아 용품은 새 걸 사지 말고, 대여하거나 중고로 사기로 말이다. 그런데 출산 후, 아내가 아이에게 사주고 싶은 물건이 있어 남편에게 말하자 남편은 육아용품 구매에 대해 서로 약속을 해 놓고, 왜 또 딴 소리 하냐고 볼멘 소리를 했다. 그러나 아내는 그런 말도 못하냐며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남편은 약속의 프레임으로 대화 하려했고 아내는 베품의 프레임으로 대화하려 했다. 사례로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실제 당사자가 되면 내가 갖고 있는 프레임 외에 다른 프레임은 생각치도 못하게 되는 게 현실이다. 지금 남편은 했던 약속 외에는 다른 건 생각하지 않고 있을 것이다. 반대로 아내는 아이에게 해주는 것 외에 다른 건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다툴 때, 상대방이 어떤 언어를 선호하고 사용하는지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서로의 프레임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대화를 가능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오해의 증폭 : 감정과 사건을 섞어 말한다


서로 다른 언어로 다툼이 시작되고 나면 그 뒤에 다툼이 커지는 건 감정과 사건을 섞어 말하면서부터다. 감정은 공감의 영역이고, 사건은 이해와 납득의 영역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이런거다.   


남자는 여자와 둘이 가는 여행에 여자의 친구가 따라가는 게 못마땅 했다. 그래서 왜 커플 여행에 친구가 가는지 따졌고, 여자는 둘만 가는 커플 여행을 안가는 것도 아니고 가끔 친한 친구랑 같이 가는 게 뭐가 문제냐고 반박했다. 남자는 사귀는 사이끼리 가는 여행에 싱글인 사람이 같이 가는게 이상하지 않냐는 논리로 더욱 성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투면 남자와 여자는 '커플 여행에 친구가 따라가는 게 맞냐/아니냐'는 사건의 영역에서 옳고/그름을 따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사건이라는 걸 이해하고 납득하는 건 다분히 주관적인 영역이라 사람마다 다를 수 밖에 없다. "너 예전에 이런 말 했었잖아!". "내가? 난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이런 식으로 기억의 차이가 왕왕 발생하는게 사건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위 사례에서 남자가 '친구가 커플 여행을 따라는 것'이란 사건을 내세우지만 실제로 감정은 '나를 좋게보지 않는 친구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애꿎은 사건을 내세운 게 아니라 솔직하게 '네 친구를 좋아하지 않아서 함께 여행가면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면 불필요한 오해를 줄였을지도 모른다. 물론 여자가 '내 친구를 왜 싫어하는데?'라고 따지면서 화낼 수 있지만 불필요한 오해보다는 필요한 다툼을 하는 게 낫다.


남자는 솔직한 감정 대신에 애꿎은 사건을 내세웠고, 이에 질세라 여자도 사건에 대해 옳고 그름을 주장했다. 이런 다툼은 좋게 끝나기 어려운 구조다. 남자의 감정은 숨겨져 있어 공감할 기회가 없고, 사건은 주관적인 해석의 영역이라 서로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툴 때, 상대방의 감정과 사건을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 사건은 그저 감정을 대변하는 사례일 뿐이고 실제 감정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어떤 점에서 감정이 상했는지 파악하면 사건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보통의 우리는 사건에 매몰되어 옳고 그름을 따지고, 상대를 설득/납득/이해 시키는 데 시간을 허비하곤 한다. (반대로 나부터 감정과 사건을 구분해서 말할 수 있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3. 불난 집에 붓기 :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과정으로 다툼이 본격적으로 심화 됐을 때, 더욱 크게 만드는 건 상대방에 대한 공감과 이해 부족이다. [감정의 공감] [사건의 이해] 둘 중에 하나만 있어도 다툼은 잦아들 수 있는데 감정도 모르겠고, 사건도 납득이 안된다면 문제는 커진다. 인간은 상대방에게 인정받지 못하거나 소통이 되지 않을 때 불안/공포/분노/답답/짜증의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다투고 있는데 "그건 말이 안돼", "그런 생각하는 네가 이상한거야", "아니, 왜 그걸 그렇게 받아들여?" 라는 식의 말이 상대방을 공감하지 않는다는 대표적인 표현들이다.


하지만 사건에 대해 설득/납득/이해 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다분히 주관적인 해석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정을 공감해주는 건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다. 사건은 우선 뒤에 놓고  '그랬구나. 그래서 당신이 상처 받았었구나. 속상했겠다' 라고 먼저 공감해 주면, 상대방도 흥분을 가라앉히고 사건에 대해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해보려는 마음을 갖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툴 때, 상대방의 사건이 아니라 감정을 빠르게 파악해서 공감해 주는 게 중요하다. 공감 없이 설득/납득/이해 시키려 한다면 상대방을 더욱 흥분시켜 큰 싸움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다툼을 안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상대방이 나를 향한 악한 의도가 없다는 걸 믿고, 피상적인 표현이나 사건보다는 상대방의 감정과 나의 감정에 집중한다면 다툼은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최후의 만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