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좋은 사람, 예의 같은 것에 대하여.
지금 내가 도망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나는 정말 사라지고 싶지 않아요. 언젠가부터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요. 이게 정말 맞는 걸까? 나는 왜, 언제부터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지? 왜 내가 사라져야 하지? 결국엔 내가 사라져야 한다면, 나는 왜 태어났으며 왜 존재하고 있는 걸까요? 그때부터 맞서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나에게 사라지라고 하는 모든 말들, 모든 사람들과 말이에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철없고 건방지게 들릴 수 있겠지만 나는 어른이 되고 싶지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지도, 예의를 갖춘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당신들이 말하는 기준으로부터 더욱더 멀어지고 싶어요. 나는 당신들과 같은, 어른이 되지 않을 거예요. 나를 생각하는 것은 이기적인 것이라고 그렇게 배우며 자라왔어요. 나‘만’ 생각하면 이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하지만 나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도대체 왜 이기적인 가요?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쩔 수 없이 사람은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해요. 다만 상대를 먼저 생각해 주려고 노력하는 것뿐이에요. 그러다 보니 내가 지워지다 못해 이제는 투명해져서 거의 보이지 않을 지경이 되어버렸어요. 언제나 나보다는 남이 더 중요했죠. ‘나는 누구지? 나는 뭘 좋아하지?’라는 생각을 아무리 해봐도 답을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전부 사람들에게 양보했고, 나는 언제나 남은 것을 가져야만 했거든요.
당신들이 바라는 대로 나는 이제 사라졌습니다. 그랬더니 제법 좋은 사람, 힘든 환경에서도 올바르게 큰 사람, 예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네요. 그 대가로 내 마음은 텅 비어버렸습니다. 어른, 좋은 사람, 예의를 갖춘 사람, 그런 게 도대체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그렇게 좋은 사람에 가까워진 듯한 나는 그저 세상에 차고 넘치는 평범한 직장인 또는 착하고 좋은 사람, 때로는 쉬운 사람일 뿐이죠.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사람들의 단점을 지적하며 상처를 주는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인가요?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상처 주지 않는 사람이고,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어른들이 강요했던 ’어른스럽고 예의를 갖춘 좋은 사람‘ 같은 것들을 나는 바라지도 않을뿐더러, 당신들처럼 남을 지적하고 고치려는 행동으로 상처를 주고 싶지도 않아요. 그게 지구를 지키고, 나와 타인의 삶과 죽음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일이 아닌 이상 나는 나를 바꾸지 않을 거예요.
결국 나는 이기적인 사람인가? 내가 너무 반항적이고, 부정적인가? 나만 이런가? 이러한 생각들을 끊임없이 해 온 것 같아요. 사실은 긴 시간 동안 나 자신과 맞서 싸워온 것이죠. 자꾸만 사라지라고, 스스로 억누르다 보니 때로는 정말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도 많았어요. “사라져. 나를 위해 살지 마.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어떤 기분인지는 지금 중요하지 않아. 너만 참고 넘어가면 모든 게 아무것도 아니야. 이곳에선 내가 사라져야만 살아갈 수 있어.”라고 말하는 나 자신이 미워지기까지 했어요. “그래도 너는 나를 사랑해 줘야지. 사람들이 다 네가 잘못했다고 말해도, 너는 나를 감싸주고 보호해 줘야지.” 나는 정말 자기 합리화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어요. 그래도 가끔은, 어쩔 수 없었다며 내 편을 들어줬어야 했어요. 나는 다시 나를 찾을 거예요. 그다음엔 나와 같은 사람들을 찾을 거예요. 그리고 그들에게 말해줄 거예요.
“사라지지 않아도 돼요. 있는 그대로도 사랑받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