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단지 내 안으로 자리를 옮겼을 뿐이다. 결혼식이 끝나고
모든 축복과 인사가 지나간 뒤,나는 잠시 혼자서 복도 끝에 서 있었다.
사람들의 웃음이 멀어지고 조명이 조금 흐릿해질 때,
문득 아주 오래된 냄새 하나가 떠올랐다.
낡은 천막의 먼지 냄새,사과 껍질을 벗길 때 스치던 시큼한 향기,
그리고 허름한 의자 위에 앉아 나를 바라보던 아저씨의 눈빛까지.
그 골목.그 천막.그 상인.나는 결혼이라는 큰 문을 열고서야
조금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 골목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내 안 깊은 곳으로 조용히 자리를 옮겨왔다는 것을.
열여덟 살의 나는 도망치듯 그 골목을 찾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곳을 찾아갔지만
아저씨 대신 나의 기록을 발견했다. 아저씨는 내 손을 잡아 끌지 않았다.
정답을 주지 않았고 감을 주지도 않았다.
그저 질문만 남겼다.그 질문이 나를 걷게 했다. 멈추지 않게 했다.
그리고 끝내 나를 나에게로 데려왔다.
나는 이제 안다.사람은 스승을 잃는 순간,비로소 스스로를 배우기 시작한다는 것을.
아저씨가 사라진 것은 버림이 아니라 마지막 가르침이었다.
“이제 네가 걸어라.”
이 말이 책의 마지막 쪽지처럼 내 삶 전체를 통과해 울렸다.
나는 이제 어떤 시련 앞에서도 그 골목을 다시 찾아갈 수 있다.
왜냐하면 그 골목은 이제 어딘가에 있는 장소가 아니라
내 안에서 계속 열리는 문이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이렇게 생각하곤 한다. 아저씨는 정말 존재했던 걸까?
아니면 내가 스스로를 깨우기 위해 내 마음이 만들어낸
어른의 얼굴이었을까?
진실이 무엇이든 중요한 건 단 하나다.
그 골목은 사라지지 않았다. 단지 내 안으로,
내 삶의 가장 깊은 자리로 옮겨왔을 뿐이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누군가를 도울 때,
어떤 아이가 내 앞에서 울먹이며 물을 때,
나는 알게 될 것이다.나는 그 아이에게
정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비춰주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그때서야 나는 아저씨에게 진짜로 도착한 셈일지도 모른다.
문득 바람이 창문을 스치며 지나갔다.
아주 오래전에 천막을 흔들던 그 바람과 똑같은 소리였다.
나는 미소 지었다.
“아저씨, 잘 지내시죠.”
그 대답은 아무데서도 들리지 않았지만 어딘가에서 조용히 돌아왔다.
“그래. 이제 네 안에 있으니 언제든 부르면 된다.”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 골목은 내 안에서 조용히 열릴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문을 지나 내가 걸어야 할 길을
묵묵히 걸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