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이 책을 덮는 순간에도 고독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실패가 아니다.
고독은 원래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외로움과 고독을 같은 것으로 착각해왔다.
외로움은 연결의 결핍에서 오지만,
고독은 자기 자신과의 거리에서 생긴다.
그래서 고독은 누군가가 곁에 있어도 찾아오고,
관계가 많아도 피할 수 없다. 문제는 고독이 아니라
고독을 다루지 못한 방식이었다.고독을 감정으로만 받아들이면
사람은 쉽게 무너진다.
불안으로 해석하고,결핍으로 오해하고,빨리 채워야 할 공백으로 착각한다.
그 순간 고독은 외로움으로 변하고, 삶은 흔들린다.
하지만 이 책이 말해온 고독은 다르다.
고독은 사람을 고립시키기 위해 찾아오지 않는다.
삶의 속도를 늦추고,감정을 정렬하고,자기 기준을 다시 세우라고
조용히 요구할 뿐이다.
그래서 고독은 나를 버리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나를 버리려 할 때마다 가장 먼저 나타난다.
혼자 있어도 괜찮아지는 순간은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순간이 아니다.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자기를 잃지 않는 상태다. 설명하지 않아도 무너지지 않고,
관계를 붙잡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으며,혼자 있을 때조차 자기 삶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상태.
이 책이 바란 것은 단 하나다.
고독을 이겨내라고 말하지 않는 것.고독을 없애라고 요구하지 않는 것.대신
고독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 고독은 기술이다.
감정이 아니라 상태이고,피해야 할 공백이 아니라 삶을 조율하는 공간이다.
이 기술은 연습을 요구하고,반복을 요구하고,시간을 요구한다.
그래서 완벽해지지 않아도 된다.
다시 흔들려도 된다. 중요한 것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자리가 이미 내 안에 생겼다는 사실이다.
앞으로도 관계는 흔들릴 것이고, 선택은 어렵고, 삶은 때때로 혼잡할 것이다.
그럴 때마다 이 문장을 떠올리면 충분하다.
혼자 있어도 괜찮다. 나는 나와 함께 있다.
고독은 나를 버리지 않는다.
다만, 다루는 법을 조용히 요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