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TV vs 모바일 콘텐츠, 세계는 두 갈래로 나뉘었다
주 11시간 이상 TV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비율을 국가별로 조사한 결과, 예상과 다른 흥미로운 패턴이 드러났다. 영국이 32%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고, 독일 28%, 프랑스 27%가 뒤를 이었다. 한국은 24%로 중간 정도에 위치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국이 15%로 조사 대상 8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미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모두 22%로 동일한 수치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 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디지털 비디오 콘텐츠를 제외한 순수 TV 시청 시간만을 측정했다는 것이다. 즉, 넷플릭스(Netflix), 유튜브(YouTube), 틱톡(TikTok)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전통적인 방송 매체에 대한 각국의 애착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할 수 있다.
영국이 1위를 차지한 것은 BBC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공영방송 문화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낮 시간대 TV 시청이 늘어난 영향도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이 24%로 중간 정도에 머문 것은 다소 의외다. 한국 사회의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과 OTT 서비스 확산이 전통 TV 시청 시간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젊은 층에서는 유튜브(YouTube)나 넷플릭스(Netflix) 등 온디맨드(On-demand)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전통적인 TV 시청 패턴에서 벗어나고 있다.
또한 한국의 긴 근무시간과 높은 교육열로 인해 상대적으로 TV 시청에 할애할 시간이 부족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주 11시간이면 하루 평균 1시간 30분 이상인데, 이마저도 부담스러워하는 문화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이 15%로 최하위를 기록한 것은 여러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중국의 강력한 인터넷 검열 정책으로 인해 전통 TV보다는 웨이보(Weibo), 틱톡(TikTok), 빌리빌리(Bilibili) 등 자국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소비가 활발하다. 둘째,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바쁜 라이프스타일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특히 중국의 젊은 세대들은 바쁜 근무문화 속에서 TV를 시청할 여유가 상대적으로 적다. 대신 출퇴근 시간이나 짧은 휴식 시간에 모바일 기기를 통한 숏폼 콘텐츠 소비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서구 선진국들이 상위권을 차지한 것은 여전히 전통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가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정치, 경제, 사회 이슈에 대한 정보 습득을 TV 뉴스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고, 높은 복지 수준으로 인한 여가시간 확보도 TV 시청 시간 증가에 기여했을 것이다.
반면 미국이 22%로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넷플릭스(Netflix),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 디즈니 플러스(Disney+) 등 자국 OTT 서비스의 발달로 전통 TV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의 이동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번 조사 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미디어 소비 패턴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통적인 TV 방송은 여전히 일정 수준의 시청자층을 확보하고 있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개인 맞춤형 콘텐츠로의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한국과 중국처럼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비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전통 TV 의존도가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향후 방송업계가 OTT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콘텐츠 전략의 대전환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영국인들은 아직도 BBC에 목숨 걸고 살고 있는 반면, 중국인들은 이미 틱톡 세상으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