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루이스의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D.959 & 960>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의 연장선상에서 그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연주를 펼친다. 그의 장점은 정형화된 틀 안에서 매우 단정하고 안정된 타건을 자유롭고 감각적으로 선보인다는 점이다. 이전 리뷰에서도 여러 번 언급한 바 있지만 그는 그만의 독보적인 음악적 가치관을 일관된 신념으로 건반 위에 수놓는다. 기능성과 감성이 반전의 상호 작용을 일으켜 헤어 나올 수 없는 묵직한 상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베토벤과는 달리 슈베르트가 지닌 우울과 몽상의 이중적 하모니는 그의 손끝에서 새롭고 다채로운 해석의 경지를 보여준다.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D.959>는 중용적인 가치관을 발랄한 격정으로 녹여낸다. 지나치게 고독하지 않으면서 신들린 완급 조절을 통해 밝고 따스한 미소를 잃지 않는 폴 루이스의 연주는 무아지경의 몰입을 경험하게 한다. 끝없는 바닥으로 침잠하는 2악장 '안단티노'의 짙은 잿빛 서정성은 3악장 '스케르초'에서 조울의 극치를 선사한다. 장대한 규모의 4악장 '피날레'로 이어지면 모든 감성들이 융합된 강력한 화학반응이 뭔가 형언할 수 없는 장엄한 이상향의 세계로 안내한다. 도무지 이 아름다운 흐름을 어떤 문장으로 표현해야 할지 나는 감히 떠올릴 수 없다. 무겁고 진한 코다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충격과 공포, 그리고 완벽한 반전의 황홀한 엑스터시로 산화한다.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D.960>은 현시대적인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가 빚는 통렬한 슬픔과 고통, 그리고 고귀한 위대함과는 결이 다르다. 폴 루이스는 애써 어느 경지에 오르려 하지 않는다. 모든 게 들판의 꽃들을 스치는 산들바람처럼, 소곤소곤 전해주는 간지러운 귓속말처럼 잔잔하고 한가롭게 흘러간다. 살랑바람은 때때로 폭풍처럼 격렬히 휘몰아친다. 그러나 이 또한 자연스럽고 단아하다. 시냇가의 정겨운 징검다리를 넘어가듯 2악장 '안단테'로 이어지면 한없는 아름다움에 깊은 한 줄기 눈물이 흐른다. 진중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맑고 순수한 선율이 가슴 떨리는 전율을 안기는 것이다. 3악장 '스케르초'로 접어들면 분위기가 전환되어 4악장 '알레그로'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 우리는 여기서 폴 루이스의 천재적 감각을 맘껏 만끽할 수 있다. 영롱한 부드러움과 화산처럼 타오르는 폭발적 격정이 어우러진 피아니시즘의 충격적 극치를 목격하는 것이다. 몰아치는 피날레는 가슴 저미는 쾌감으로 모두를 천상의 이데아로 이끈다. 폴 루이스, 그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예술가이자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소중한 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