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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ajan Jun 03. 2024

베르나르트 하이팅크ㅣ베토벤 교향곡 9번

#오늘의선곡


L. v. BeethovenㅣSymphony No.9


Soprano/ Hannelore Bode

Contralto/ Helen Watts

Tenor/ Horst Laubenthal

Baritone/ Benjamin Luxon


London Philharmonic Choir


Bernard Haitink - London Philharmonic Orche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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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트 하이팅크, 런던 필하모닉의 <베토벤 교향곡 9번>은 더함도 덜함도 없는 매우 모범적이며 스탠더드 한 연주이다. 이것이 재미없고 밋밋한 해석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하이팅크는 늘 믿음직하며 언제나 기본 이상의 연주를 선사하는 지휘자로서 그의 대부분의 레퍼토리가 해석의 기준점으로 손색이 없다. 그의 '말러'가 그러하며 베토벤도 역시 이에 필적하는 퀄리티를 보여준다.


적절한 템포와 사운드 밸런스, 보편적 해석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유려한 앙상블, 그리고 특유의 안정감 위에서 뜨겁게 빛나는 카타르시스는 하이팅크 지휘의 특징이다. 이 음원은 이러한 그만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나는데 모든 악장들이 마치 하나의 흐름처럼 느껴지는 몽환적인 기분까지 선사한다. 3악장 '아다지오'에서 이성과 감성이 이토록 조화롭게 융화된 연주도 흔치 않을 것이다.


4악장 피날레의 흐름도 그렇다. 담담하고 묵직한 흐름을 보이지만 그 속에 끓어오르는 눈부신 환희는 그 담백함 안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흥분을 자아낸다. 이토록 굳은 정직함이 가슴을 두드리는 엑스터시로 다가온다는 것은 분명 하이팅크만의 놀라운 내공일 것이다. 성악진 역시 지휘자의 의도에 완전한 합일을 이루며 더할 나위 없는 온전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문득 영화 "카핑 베토벤"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초연하는 베토벤을 연기한 배우 에드 헤리스 (Ed Harris)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영화의 OST를 맡았던 것도 바로 하이팅크였고 그 장면의 연주 또한 폭발적인 감동과 벅찬 환희로 가득하다. 이 음원이 안겨주는 가장 큰 기쁨은 바로 담담함 속에 응축된 진한 쾌감이다. 시종일관 강공으로 몰고 가는 독일형 연주와는 달리 깔끔하고 담백한 감동이 이 연주에 담겨있다. 특히 코다 총주부의 화끈하고 맹렬한 기세는 이들에 필적하는 완성도를 이루는 것이 모든 연주의 기준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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