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선곡
G. Mahler
Symphony No.4
Rückert Lieder *
Soprano/ Edith Mathis
Contralto/ Christa Ludwig *
Herbert von Karajan - Berliner Philharmoni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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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베를린필 <말러 교향곡 4번>은 나에겐 이질적 음원이다. 뭔가 어색하고 판단이 서지 않아 머뭇거리는 순수한 아이 같다. 하지만 말러 연주에서 순수함이란 서툴다는 의미가 아니다. 완벽한 연주력을 바탕으로 하는 능숙한 여유를 의미한다. 그러나 카라얀은 끊임없이 헤매는 듯하다. 카라얀의 말러가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유독 <교향곡 4 & 9번>은 그의 당황스러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토록 자신감 넘치던 그가 왜 말러 앞에선 그리 작아지는가. 그래서 전곡 녹음을 남기지 않은 걸까. 카라얀에게 말러는 그 답지 않은 그가 되는 유일한 음악이다. 어쩌면 그는 말러와 음악적 코드가 온전히 융합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그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존재였기에 도전했으나 한계를 느꼈을 것이다. 카라얀 말러를 폄하하려는 생각은 조금도 없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고, 일부의 아쉬움을 제외하면 훌륭한 완성도를 지녔기 때문이다.
어색했던 전반 악장을 지나면 카라얀의 초일급 장기인 3악장 저음 현의 육중한 사운드가 안정감을 가져온다. 중, 후반부의 템포 운용과 디테일은 여전히 납득하기 어렵지만 큰 파도처럼 휘몰아치는 가슴 시린 현 사운드로 모든 걸 삼켜버리는 그의 탁월한 테크닉엔 입을 다물게 된다. 4악장 피날레는 소프라노 에디트 마티스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목소리가 이전의 모든 어색함을 날려버린다. 단아하고 고혹적인 그녀의 소리는 분명 이 작품에 있어 역대 가장 어울리는 소프라노가 아닐까 싶다. 카라얀의 탐미적 해석과 맞물려 급격히 느려진 템포는 오히려 그녀의 음색을 돋보이게 하는 결과를 보여준다. 기나긴 여운을 남기며 고요히 사그라드는 코다는 뜨거운 감동으로 승화된다.
콘트랄토 크리스타 루드비히, <말러 뤼케르트 가곡>은 어쩌면 카라얀이 남긴 최고의 말러일 것이다. 그녀만의 기품이 넘치는 강인하고 또렷한 음성은 이 곡에 최적화된 기량으로 화답한다. 눈물이 맺히는 고혹적인 감성과 그윽한 소릿결은 가슴 한켠을 울리는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다섯 곡 모두 이보다 나은 연주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크리스타 루드비히는 말러 가곡을 최상의 예술적 경지에 오르게 한, 이 시대의 최고의 거장이다. 그녀의 목소리가 울리는 시공간은 슬픔과 회한, 그리고 흥분과 환희의 가장 이상적인 공존을 의미한다. 카라얀도 루드비히와 함께 하는 이 순간은 최고의 말러 지휘자로 化한다. 모든 것을 초월한 신비한 마법이 음악으로 실현되는 찰나가 이 음원 속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