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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강훈 Sep 02. 2022

봄은커녕 동토로구나

춘래불사춘 (春來不似春)

봄은 봄이로되 진정한 봄이 아니로구나.


길고 긴 겨울 같은 시절이 끝나

봄을 맞으렸는데 스러졌구나 열 송이 꽃들,

꽃들도 아픈데 꽃부리 줄기 가지 냉기 서려 더 슬픈 

봄은커녕 동토로구나


해방이 해방이 아니라고 

빼앗긴 봄 찾으려 4월 청춘들 스러졌건만

반세기 지나도 끝나지 않는구나 친일의 족쇄


봄이 오는 길목에 이정표를 세우리라

찬바람 온몸으로 막다가 버티다가 찢기다가

모두가 맞이한 화창한 봄날에 여전히 춥구나

해방의 핏줄들


봄이로구나

꽃피고 새우는 봄이로구나 진정 

온 길에 눈 쌓여 오가는 길목을 막아도

나뉜 동족의 아픔이 만나 가시는 그곳에서라면

봄이로구나 어디 그곳뿐이랴


온갖 부조리와 불법과 비상식의 스러진 국격 앞에

여린 스케이트날로 차디찬 빙판을 가르며

봄햇살 쏟아져 눈 시린 그곳에 휘날리는 호흡처럼

그곳에 있었구나 기다리던 우리의 봄


봄은 봄이로되 우리의 봄은 멀리 있구나

아직 봄은 봄이로되 진정 봄이 아니로구나

너도 봄이냐 물으니 나도 봄이라 거짓부렁만 넘치는

진정 봄은 아직 아니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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