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란 나와 네가 우리가 되는 과정에서 필수 요소입니다. 소통을 하기 위해 우리가 함께 고민해 볼 일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내가 중요합니다. 나를 다시 돌아보고 내 상태와 조건, 그리고 가치와 단점 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뭘 좋아하고, 뭘 잘하는가, 어떤 점에서 부족하고, 어떤 능력이 있고, 어떤 단점이 있는가, 어떤 때 잘하고, 어떤 때 못하는지, 이런 말을 들으면 화를 내는데, 저런 칭찬을 들으면 춤을 추는지, 이런 사람에게는 관심을 쏟는데, 저런 사람은 왜 피하게 되는지. 그 외의 조건에 대한 분명한 파악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나에 대한 고민은 많지 않고, 주로 아파트, 자동차, 친구들, 연예인들, 게다가 남들에 대한 비난과 투정 불만 등등으로 시간을 보내기 일쑤일 경우 과연 나는 내게 무엇인지 신경 써 볼 새가 없습니다. 돌아보고 먼저 내가 나를 얼마나 많이 정확히 아는지부터 발견해야 소통의 첫 번째 조건을 갖게 됩니다.
둘째, 너에 대한 생각을 돌아봅시다. 남을 나처럼 혹은 나와 같을 거라는 생각을 피해야 할 듯합니다. 나도 나를 잘 모르는데 남을 얼마나 알겠습니까? 그 남이 나와 같을 수 없으니 나처럼 되기를 기대하는 건 문제가 많습니다.
남은 분명 나와 다릅니다. 그러니 다른 남이 당연히 나와 같지 않지요. 그렇게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우선입니다. 태어난 곳, 자란 곳, 다닌 학교, 다른 가정, 생각도 다르고 행동도 다릅니다. 그러니 너는 나와 다르다고 인정하시면 편합니다. 사람이 모두 다 다른 것은 당연합니다.
다르다는 것만 인정하고 끝나면 너와 나는 각각 개별 존재입니다. 이렇게 다른 나와 네가 서로 가까워지는 방법은 왜 다른지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왜 저렇게 나랑 다른지 모른 척하지 말고 알아보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면 한결 가까워지고 다가갈 수 있습니다. 어떻게 알 수 있는지는 간단합니다.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눠보는 겁니다. 사람은 속내를 알 수 없습니다. 말해야만 서로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자주 얘기하기를요.
셋째, 다름을 인정하고 왜 다른지를 파악한 뒤 이해하면 나와 네가 우리라는 관계에 도달합니다. 우리가 될 때에만 개별적인 각각이 아니라 우리가 됩니다. 반드시 이런 관계 맺기 과정을 거친 후에 우리가 될 수 있습니다.
소통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우리가 되지 않았는데 둘 사이에는 소통이 어렵고 실제 소통할 일이 없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되는 관계 맺기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개별적인 관계만 있는 게 아니고 많은 사람 간의 모임이나 조직 속에서도 소통은 필요합니다. 문제는 개인적인 관계와 개인적인 내용이 아닌 공공의 내용을 논하는 경우의 소통은 분명 다릅니다.
이런 소통은 공개적이고 수평적인 경우에만 소통이 보장됩니다. 그런 경우를 우리는 공론장에서의 소통구조라고 얘기합니다. 공론장에서 숙의를 통해 결정된 의견은 공적으로 존중되고, 실행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즉, 권한 없는 참여는 동원으로 귀결되는 바, 정책결정권과 예산편성권이 담보되어야 공론장은 비로소 존속할 수 있습니다.
모임이나 조직에서의 소통은 개인적인 소통과 다릅니다. 개별적인 관계를 이용한 개인적인 소통구조에서 찾는 것은 개인적 사안일 경우에만 해야 합니다. 전체적인 논의 거리나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은 반드시 공론장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이런 경우의 소통의 전제 조건은 공개적이고 수평적일 것, 결정사항의 공적 존중과 실행 보장입니다. 공론장에서 아무리 많은 얘기를, 아무리 좋은 결정을 했어도 이것에 대한 실행권이 보장되지 않을 때, 소통은 허울이고 참여는 동원일 뿐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전제입니다.
개인적인 소통과 공공적인 소통의 차이를 구별할 줄 알면 갈등의 소지를 줄이고 활기찬 만남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