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말은 캐롤 대신 나카야마 미호의 노래를 자주 들었다. 그것도 무대 영상으로.
https://youtu.be/SxLXhJsSaFs?si=M35qntIDnH_paIAM
어째 울적한 일만 많았던 연말에 캐롤엔 쉽사리 손이 잘 안 갔던 것 같다. 크리스마스가 설레지 않는데 성탄절을 담은 노래들이 듣고 싶지 않아서였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마냥 우울한 노래는 듣기 싫고, 너무 신나는 건 그거대로 싫다. 변덕스럽고 까다로운 마음에 선뜻 들어왔던 노래다.
대표곡 <세상 그 누구보다 분명(世界中の誰よりきっと)> 무대 속 그녀는 행복해 보였다. 가사도, 멜로디도 마냥의 아련함과 행복함을 담은 전형적인 시티팝. 출처를 알 수 없는 긍정을 시티팝의 매력으로 생각해 왔던 터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긍정에 오히려 힘이 났다. 원래 사는 게 복잡하면 단순한 것에 점점 끌린다고 했다.
일본의 국민 아이돌이자 배우인 나카야마 미호는 알게 모르게 한국에서도 유명하다. 당장 위의 노래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넛츠의 리메이크곡을 떠올릴 터다. 그리고 조금 더 찾아본 사람들은 한국에서도 유명한 겨울 영화 <러브레터>의 주인공 배우임을 알게 된다.
좋아하는 노래를 부른 가수고, 좋아하는 영화에 나온 배우였다. 그래서인지 이달 초 그녀가 54세의 나이로 갑작스레 사망했을 때, 유명인의 죽음을 그닥 신경 쓰지 않던 나도 여진이 있었다. 영상 속 저 행복해 보이는 가수는 몇십 년 뒤 자기가 갑작스레 욕조에서 사망할 줄 알고 있었을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니 노래에 조금 더 손이 갔다.
한 해 마무리가 울적한 것도, 노래 하나가 주는 위로가 이렇게 큰 것도 오랜만이었던 것 같다. 마냥 듣고 있던 영상 속 가수가 얼마 전 불귀의 객이 되었을 때, 그가 과거 무대 속 모습 그대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건 또 막상 처음이다. 한 해가 다 가는 시점에서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하다 보니, 오랜만에 이곳에라도 글을 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뒤늦게나마라도 이렇게 생각을 남기려 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