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가 외면하고 다음이 사랑한 작가

작가인가 어그로꾼인가, 그 애매한 경계선 사이에서

by Karel Jo


2025년의 새해를 맞아, 나는 여전히 스스로가 정신이 온전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확실하게 안 좋다기보다는, 오락가락하는 날이 많았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당장에는 별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음에도, 시간이 지난다면 분명히 더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은 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또다시 항우울제를 먹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이미 두 번째로 찾은 병원 방문을 그만둔 지 몇 개월이 지난 때였기 때문에, 매번 이렇게 나 자신이 힘들어질 때마다 병원을 찾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와 같은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으레 아프면 가까운 내과에 방문하여 의사 선생님께서 코와 입 안을 들여다보시고 "목이 좀 부으시고 코 점막도 좀 부어 있네요. 일단 3일 치 약을 드시고 오늘은 주사를 한 대 맞아 보시죠"라고 말씀하시는 걸 듣고 며칠간 식사 후 약봉지를 갖고 다니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에 빗대어 본다면, 내가 마음이 힘들 때마다 병원을 찾는 것 그 자체로는 그리 이상한 일은 결코 아닐 것이다. 단지 내가, 매번 그렇게 의사 선생님과 상태를 확인하려 한다기보다는, 여전히 스스로의 문제는 홀로 이겨낼 수 있다고, 이른바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알아!'라며 자만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힘든 건 힘든 것인 법,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심리상담센터의 마지막 상담에서 상담사분이 해 주셨던, 나에겐 아직 들여다볼 내가 많다는 말을 기억해 내며, 나는 2025년의 새해를 맞아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기왕 글을 쓰는 김에, 만약 글을 쓴다면 그것은 나 스스로만의 일기장으로 남기는 것이 아닌, 나와 같은 마음의 고난을 겪을 누군가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말을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어딘가에 기록을 남겨둘 수 있는 장소에 쓰고 싶었다. 블로그나, 스레드를 생각하기도 했지만 우연찮게 브런치스토리를 접하게 된 때, 나는 그렇게 브런치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초심자의 행운이었을까, 1월 14일, 나는 그렇게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브런치에서 요구하는 대로 성실하게 글을 세네 개 정도 쓰고, 브런치 작가의 지원동기를 마치 입사지원서를 쓰듯이 성실하게 써내고 결과를 기다린 어느 날, 생각보다는 빠르게 브런치 작가의 합격메일을 받았다.


내심, 한 번에 잘 되지 않는다는 여러 후기를 미리 읽어서인지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던 첫 지원이 그렇게 합격으로 돌아오자,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나는 그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그러나, 브런치는 분명 놀랄 정도로 글을 쓰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그리고 그 글이 서로 간에 읽히고, 소통하며 한 곳에 어우러진 초대형 도서관과도 같은 멋진 플랫폼이지만, 굉장히 불친절한 도서관이었다.


처음에는 매거진이 뭔지, 브런치북이 뭔지, 연재 브런치북과 그냥 브런치북의 차이는 뭔지 몹시 직관적이지 않은 메뉴들 끝에 몇 개의 글을 발행하던 나는, 브런치 사용법에 대한 공부를 마치고서 첫 연재 브런치북을 연재하게 된다.


물론, 첫 연재 브런치북이 섣부른 도전이었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스스로 정한 연재 주기를 지킨다는 것은, 나 스스로 쓰고 싶은 내용이 충분히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과 같았고, 나는 아직 나를 충분히 정리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세이브 원고가 없는 매일이 바쁜 재무회계팀장에겐, 자기 스스로 불러온 연재시간의 독촉이 빚쟁이처럼 다가와 쫓기듯 글을 쓰게 되는 일도 적지 않았다. 그렇게 몇 번 브런치 앱의 알림을 받으며 마음 한구석에 압박감을 느끼던 날,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고 그때 다시 선배 작가님들의 브런치 활용법을 보며 나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그렇게 브런치북 연재부터 시작하는 게 아닌, '나 스스로의 주제'를 먼저 잡아야 한다는 작가의 기본을 떠올리고 3개의 매거진을 만들어 마음속에 쌓아두었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운 좋게 브런치북의 글 하나가 다음 메인에 걸려 높은 조회수로 되돌아온 브런치의 선물도 경험했고, 내 글을 좋게 봐주시는 구독자 분들도 하나둘씩 늘어가기 시작했다.




지금 이 글을 올리게 되면, 내 브런치북의 50번째 글이 되고, 1월 14일부터 약 2달 남짓동안 써 왔으니 거의 하루에 하나의 글을 올린 셈이 된다. 그 사이에 구독자 수도 어느 순간 100명이 넘게 되었고, 누적 조회수도 벌써 12만 회가 넘는, 내세울 것 없는 보잘것없는 습작에 과도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꼭 책을 내보고 싶다고 시작한 것도 아니기에, 그저 매일 글을 읽어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시는 모든 작가님들께 감사한 마음만 듬뿍 담아 모두의 글을 힘써 정독하고 있을 뿐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12만 회가 넘는 누적조회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건 재미있게도 브런치 플랫폼이 아닌, 다음과 구글 포탈의 역할이 지대했다는 점이다. 또한, 누적조회수에서 대부분의 조회수를 차지하는 글은 TOP 5에 속한 글이 90% 점유율을 차지하고, 나머지 40여 개의 글들이 10%를 제각각 나눠먹고 있다.


거기에 60%에 육박하는 조회수는 다음 어딘가거나, 구글 어딘가가거나에서 읽혔다는 걸 감안하면, '작가가 아니라 어그로꾼이나 기레기를 했더라면 포털 조회수 좀 달달하게 뽑아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브런치가 낳았지만, 브런치가 외면하고 다음과 구글의 사랑을 받는 작가라고 아직은 생각하고 있다. 물론, 브런치 플랫폼이 원하는 브런치북 연재도 하고 있지 않고, 매거진에 쌓여있는 글들을 브런치북으로 엮지도 않았기 때문에 '브런치북'을 중시하는 브런치 플랫폼의 입장상 나의 작문은 꽤 이단으로 비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 보기는 했다.


그러나 작가라는 사람들은, 본래가 자기 주관이 너무 뚜렷하여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뜻대로 이뤄주지는 않는 족속들이 아니던가. 나도 여전히, 앞으로도 3가지 매거진에 당분간은 그간 쌓아온 내 푸념들을 여한 없이 쏟아내며 나 스스로도 쓰고 싶은 무언가를 좀 더 구체화시킬 수 있을 때까지 자신을 탐독해 나갈 예정이다.


그러다 갑자기, 브런치북을 몇 개 엮어내 출간작가에 욕심을 내며 투고에 매진할지도 모르고, 갑자기 아무 생각 없이 연재 브런치북에 다시 손을 대며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어찌 되었든, 나는 브런치북에 글을 쓸 수 있게 나에게 '작가'라는 타이틀을 쥐어준 브런치스토리에 새삼, 한 사람의 발자취를 되짚을 수 있는 기회를 줘서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물론 플랫폼이 원하는 방향과 사뭇 거리가 먼 글들을 써 내려가고 있지만, 수많은 작가 중 이런 사람 하나 정도는 있어도 좋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나 자신의 이야기를 만인에게 나만의 방식으로 알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