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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태 Apr 15. 2019

고양이의 크기

이후북스 / 서귤 글.그림

우리 집 나리와 너무 닮아있는 고양이라, 더 애착이 가는 그림들

얼마 전 생일날 선물로 받은 이 책은 고양이 네 마리(깡패, 나리, 깜둥이, 까치)와 함께 살고 있는 나에게 너무나 어울리는 책이었다. 제목과 표지가 이미 호기심을 자극한다. '고양이의 크기' 라니...


이 책의 특이한 점은 온전히 그림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페이지에 글의 비율은 5%도 되지 않은, 그림책이라고 이야기해도 좋은 이 책은 빨리 읽는다면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그런 책이다.

그러나 고양이를 모시고 있는 집사라면 한 페이지 씩 천천히 스토리를 상상하고 음미하며 읽기를 추천한다. 그림만 있기에 가볍게 볼 수 있지만, 그 스토리가 전달해주는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대략 이렇다.


어느 날 퇴근해보니 고양이의 크기가 집안을 가득 채울 만큼 커졌다. 크기만 커진 것이 아니라 그르릉 거리는 소리도 크다. 주인이 좋다며 좇아 다니며 그르릉 거리는 탓에 집에서 쫓겨나고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다. 역 앞에서 하루를 보내고 출근을 해서도 고양이를 어쩌지 못해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렇게 집사와 고양이는 쫓기듯 나와 밖으로 나선다.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이 모여있다. 역 앞에서 밤을 지낸 노숙자 아저씨가 빌딩에서 떨어져 자살하려고 하고 있었고, 주변에는 그 사람을 말리기 위해 소리치고 있다. 그 순간, 아저씨는 자유낙하를 시작하고 집사는 고양이의 푹신한 배를 이용해 아저씨를 살려낸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그 찰나의 순간을 휴대폰에 담아내고, 그 영상은 SNS를 통해 널리 퍼지게 된다. '사람을 살린 슈퍼 고양이!!'

일약 스타덤에 오른 고양이와 집사는 이런저런 방송 스케줄을 소화하며 많은 돈을 벌게 된다. 떼돈을 벌게 된 집사는 매니지먼트 회사와 계약을 하고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저 집사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고양이는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진다. 그렇게 여러 프로그램을 소화하며 바쁜 일정을 보내던 어느 날, 대규모 쇼케이스 행사에 참여하게 된 집사와 고양이. 많은 사람들과 조명, 플래시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은 고양이는 집사의 손을 벗어나 사람을 덮치게 되는데...

(이후의 스토리는 책을 구매해서 보세요!!)



이 책은 필시 고양이를 모시고 있는 집사가 그린 책이 분명하다. 고양이의 행동, 모습, 표정, x구멍까지 너무나 디테일해 집사가 고양이를 얼마나 관찰하며 그렸는지 짐작이 된다. 특히, 집사가 아프거나 우울할 때 혹은 힘들 때 다가와서 핥아주는 페이지에서는 내가 모시고 있는 고양이들이 생각나 많은 힐링을 받았다. (특히 깡패..)

마지막 장면에서는 심하게 과몰입되어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져 있었다. 글 하나 없는 그림책인데, 이 정도로 흡입력 높은 스토리를 구성하는 작가 서귤 님의 힘이 존경스럽다.


냥이를 모시고 있는 사람이라면, 냥이를 더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면 좋을 책. 고양이의 크기

앞으로도 이처럼 냥이와 집사와의 관계가 그려진 책들이 많이 출판되어 온 세상 냥이들을 이해하고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든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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