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9등급의 천재 수험생, 생성형 AI를 다루려면

AI 시대에 전문가가 가져야 할 관점과 역할

by 카리나

생성형 AI로 각종 시험 문제를 푼 이야기, 많이 들어보셨죠?


“이제 박사급 문제도 푼다더라.”
“수학 올림피아드급 시험에서 사람 상위권이라더라.”


실제로 OpenAI의 추론 모델 o1은 AIME(미국 수학경시)에서 단일 샘플 기준 평균 74%, 64개 샘플 합의(consensus)로 83%까지 올라갔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이쯤 되면 AI는 계산기를 넘어, 인간의 ‘추론’ 영역까지 침범한 것처럼 보이는데요.


그런데 여기서 질문 하나. 이 ‘천재 AI’에게 최신 수능을 풀게 하면 몇 등급일까요?

아시다시피, '어떻게 풀게 하느냐'가 관건인데요. 이는 생성형 AI 모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시문이 결정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수능 이야기가 나왔으니 최신 사례를 예로 들어볼게요. 2025년 11월 13일에 시행된 2026학년도 수능을 두고, 한 교육기업이 같은 GPT 모델(ChatGPT 5.1 오토)에 국어 문제를 풀게 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는데요. 9등급과 1등급이 번갈아 나온 겁니다.


그리고 그 차이는 딱 하나, 바로 프롬프트(지시문)였습니다.

'정답만 말해줘'라고 시키면 9등급이었지만,

'단계별로 풀이 과정을 보여줘'라고 시키면 1등급을 만들어낸 생성형 AI.


즉, 같은 생성형 AI를 사용하더라도, 생각의 과정을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어쩌면 천재적인 9등급 수험생일지도 모르는 생성형 AI의 모순.

그렇다면 AI 시대에 전문가가 가져야 할 관점과 역할은 무엇일까요?



인간지능 vs 인공지능,

근본적으로 다른 운영체제라는 것을 알자.


아는 것을 아는 인간, 모르는 것을 지어내는 인공지능.


인간과 생성형 AI의 지능은 종종 같은 선상에서 비교되지만, 그 기반이 되는 운영체제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인간은 '메타인지'를 통해 자신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구분하지만, AI는 학습된 데이터에 답이 없으면 그럴듯한 거짓말, 즉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을 생성해 냅니다.


둘의 핵심적인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연세대학교 심리과학 이노베이션대학원 2025년 2학기 '생성형 AI의 이해' 박중희 교수님의 1강 수업자료


아시다시피 생성형 AI의 할루시네이션은 그럴듯해서 더 위험합니다.

예를 들어, "파스칼의 법칙에 대해 설명해 줘"라는 질문에 AI는 "파스칼이 1820년에 발표한 이론"이라고 종종 대답하는데요. 실제로는 17세기에 발표된 이론이지만, AI는 자신의 오류를 인지하지 못하고 틀린 정보를 사실처럼 제시합니다. 이는 인간이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른 지점입니다.


또한 '창의성(Creativity)'과 '창조성(Creation)'의 차이를 이해해야 합니다. 생성형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재조합하여 매우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이는 기존 패턴의 변형일 뿐, '전에 없던 것을 처음으로 만드는' 인간의 '창조적' 활동과는 구별됩니다. AI는 위대한 모방가일 수는 있어도, 무에서 유를 만드는 창조주가 될 수는 없습니다.



모든 것이 자동화될수록,

인간의 판단은 더 중요해진다


1972년, 미국 마이애미 공항에서 L-1011 항공기가 추락하여 101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있었습니다. 원인은 자동항법 시스템의 경고 오류였습니다. 시스템은 문제가 없다고 표시했지만, 실제 고도는 위험할 정도로 낮아지고 있었습니다. 조종사들은 자신의 직감적 판단보다 시스템을 맹신했고, 결국 비극으로 이어졌습니다.


1972년 조종사들이 자동항법 장치를 맹신했듯, 오늘날의 전문가들은 거대 언어 모델이 생성한 '그럴듯한 보고서와 분석 - 어쩌면 할루시네이션일 수도 있는 자료들을 비판 없이 수용할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사고의 본질은 기술의 오류가 아니라, 인간의 맹목적인 신뢰에 있습니다. 인지과학적 관점에서 '편리한 도구에 의존하는 인간은 자신의 고유한 가치를 잃어간다'는 경고는 AI 시대에 더욱 큰 울림을 줍니다. AI가 모든 것을 대신해 줄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전문가로서 새로운 역할을 정립해야 할 때입니다.


그럼 도대체 인간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소극적 사용자를 넘어 '적극적 기술 수용자'로

전문가에게 주어진 전략적 과제는 명확합니다.

생성형 AI를 미완의 프로토타입으로 규정하고, 그 한계와 가능성의 경계를 끊임없이 테스트하는 '적극적 기술 수용자'가 되어야만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몇 번 써봤는데 별로더라'며 기술을 외면하는 '소극적 사용자'는 앞으로 더더욱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워낙 빠르게 새로운 기술이 시시각각 나오는 이 마당에, 새로운 기술을 모두 사용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어떤 흐름으로 내가 일하는 환경이 AI로 인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는 파악해야 합니다. AI가 어렵다며 본질을 추구한다는 고고한 자세로 도태되는 것을 선택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계속해서 일해야 한다면 '생성형 AI의 활용'이라는 새로운 규칙을 이해하고, AI를 이해하고 길들이는 전문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2. 지식 전달자에서 '오염된 공간의 안내자(Facilitator)'로


AI가 생성하는 정보는 할루시네이션과 편향으로 오염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소위 과거 '전문가'로 불리는 사람들은 이제는 더 이상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지식 전달자가 아닙니다.

대신, 고객이나 학생들이 정보의 바다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도우미(Facilitator)', 즉 오염된 공간의 안내자가 되어야 합니다.


어떤 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AI에게서 정보를 제대로 끄집어내려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그중 가장 안전하고 유용한 방법 중 하나는 CoT(Chain of Thoughts, 생각의 사슬) 기법입니다. COT는 AI에게 단계별 추론 과정을 요구하여 답변의 논리적 오류를 검증하는 기법입니다.


그 외에도 '검색 생성 증강'이라 불리는 'RAG'는 신뢰할 수 있는 외부 데이터를 AI에 참조시켜 할루시네이션을 줄이는 기술입니다. 전문가는 이러한 기법을 활용해 AI를 '질문하는 방법'과 '검증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3. 단순 지식 소비자가 아닌

'창조적 데이터 생성자'로

생성형 AI 모델의 성능은 학습 데이터의 질에 의해 결정됩니다.

여기에 전문가의 새로운 기회가 있습니다. 바로 자신만의 전문성과 경험, 특별함을 바탕으로 AI가 학습할 고품질의 '훈련 데이터'를 만드는 창조자가 되는 것입니다.


나의 지식과 노하우를 데이터화하여 AI를 가르치고, 나만의 전문성을 갖춘 AI 어시스턴트를 만들 수 있는데요. 이미 구글의 GEMS 기능이나 GPTs기능이 있죠. 구글의 Notebook LM에도 자신이 가진 자료를 업로드하여 나만의 AI비서로 절찬리에(!) 활용 중입니다. '인간을 위한 인공지능은 있지만, 인공지능을 위한 인간은 없다'는 말처럼, AI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AI를 나의 지적 확장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주체성을 가져야 합니다.



바람을 거슬러 나는 새처럼

생성형 AI는 인간 전문가를 대체하는 경쟁자가 아닙니다.

때로는 천재적인 능력을 보이지만,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는 강력하지만 불완전한 도구입니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AI 그 자체가 아닙니다.

AI에 의해 대체되는 전문가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AI를 잘 활용하는 전문가'가 '그렇지 않은 전문가'를 대체하게 될 것입니다.


"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날고 살아있는 물고기는 물살을 거슬러 오른다(大鵬逆風飛 生魚逆水泳)."


AI라는 거대한 기술의 바람은 이미 불어온 것을 떠나 걷잡을 수 없이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이 태풍을 회피하는 전문가는 도태될 것이며, 이 역풍을 타고 오르는 전문가만이 새로운 고도에 도달할 것입니다. 선택은 이미 우리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글쓴이 카리나는..

글로벌 PR과 콘텐츠 마케팅 분야에서 활동해 온 12년 차 홍보/콘텐츠 마케터입니다. IT, 헬스케어, 유통 산업 전반에서 브랜드 론칭과 리드 전환에 전문성이 있습니다.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기업까지 다양한 조직의 성장을 함께 합니다.

현재 초기 스타트업들의 홍보를 맡은 PR 디렉터이자, 연세대학교 심리과학 이노베이션 대학원 사회혁신 심리트랙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며, “일하는 마음”의 구조와 번아웃, 회복에 대해 탐구하고 있습니다. PR 전문가로서의 경험과 심리학적 시각을 접목해, 직장인의 정신건강과 건강한 조직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글과 영상으로 전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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