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몸도 평가하지 않는다
차별은 보통 노골적인 배제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아주 사소한 말투와 시선,
그리고 무심한 판단에서 시작됩니다.
필라테스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차별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어느 순간 누군가의 몸을
조용히 포기해 버리는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PMA는
강사의 윤리 기준 안에
Non-discrimination, 차별 금지를 분명하게 포함시킵니다.
차별은 대부분 ‘습관적인 판단’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현장에서 이런 말들을 종종 듣습니다.
• “이 나이에는 어쩔 수 없어요.”
• “체형상 이 동작은 힘들 것 같아요.”
• “운동 신경이 좀 없으신 편이네요.”
• “이 정도면 많이 좋아진 거예요, 더는 기대하지 마세요.”
이 말들은 악의에서 나온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경험에서 나온 빠른 결론일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결론이 회원의 가능성을 닫아버린다는 점입니다.
차별은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PMA에서 말하는 Non-discrimination은
모두를 똑같이 대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것은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존중의 태도와 기회의 평등에 가깝습니다.
• 나이가 많다고 미리 단정하지 않기
• 통증이 있다고 가능성을 닫지 않기
• 느리다고 무시하지 않기
• 초보자라는 이유로 대충 대하지 않기
• 특정 체형을 기준으로 ‘정상’을 정하지 않기
강사는 결과를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라,
각자의 몸이 자기 속도로 반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한국의 운동 문화는
비교와 속도가 빠릅니다.
• 더 잘하는 사람
• 더 빨리 변하는 사람
• 더 날씬해 보이는 사람
이 기준 속에서
느린 몸, 아픈 몸, 복잡한 몸은
쉽게 뒤로 밀려납니다.
강사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는
회원에게 이렇게 남을 수 있습니다.
“나는 원래 안 되는 몸인가 보다.”
그 순간, 수업은 끝나지 않았지만
몸에 대한 신뢰는 이미 무너집니다.
강사의 언어는 몸의 가능성을 결정한다
강사의 말은
설명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판결처럼 작용합니다.
“이건 안 될 것 같아요.”
“이 정도면 충분해요.”
“이 나이엔 여기까지예요.”
이 말들은
사실이 아니라 강사의 해석일 뿐입니다.
필라테스 강사는
몸을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라,
몸을 열어두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조건 긍정적인 말만 하라는 뜻도 아닙니다.
현실을 무시하지 않되,
가능성을 단정하지 않은 태도.
지금의 상태를 존중하되,
미래를 대신 결정하지 않는 자세.
이 균형이
강사에게 가장 어려운 윤리이자,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필라테스를 오래 하다 보면 알게 됩니다.
몸은 늘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걸요.
어제 안 되던 동작이
오늘은 조금 달라질 수 있고,
몇 달간 변화가 없던 몸이
어느 날 갑자기 반응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강사는
결론을 서두르지 않아야 합니다.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를 특별 대우하겠다는 말이 아닙니다.
어느 몸도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에 가깝습니다.
강사는
몸의 한계를 선언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함께 지켜보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태도가
필라테스라는 운동을
가장 인간적인 방식으로 살아 있게 만듭니다.
“나는 지금 이 몸을 설명하고 있을까,
아니면 판단하고 있을까?”
한 번쯤 고민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