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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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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hen Nov 22. 2024

끝 날 때까지 버텨기

2024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또 한 번의 실패를 마주한다. 패배감과 무력감이 등줄기를 타고 발끝까지 이어진다. 온몸이 따갑다. 근래 간간이 스무 살부터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이 따갑게 느껴지곤 했다. 그러나 유난히 더 따갑다.


한 발짝 나가기가 너무나 어렵다. 수개월째 공회전만 하고 있는 것 같다. 어느 영화의 장면처럼 자고 일어나면, 다시 똑같은 하루가 시작되는 것만 같다. 지나온 시간이 촘촘하게 돌기처럼 박혀 표면이 거칠어진 바닥처럼 되어 버린 '오늘'에 발을 올리고, 또다시 올린다. 유일하게 흘러가는 시간은 발바닥에 패인 상처를 만든 시간뿐이다. 찢겨 갈라진 틈으로 온갖 것들이 모두 빠져버려서 지금의 오늘, 잠시에 불과하지만 그로기 상태가 된다.


시간이 흐르게 하기 위해서 포기해야 했던 걸까, 이제 그만 포기해야 하는 걸까.



얼마 전 어머니께서 안 될 것 같으면, 이제 그만두는 것도 고려해 보라고 흘러가듯 말씀하셨던 것이 생각났다. 그 말씀이 아니더라도 근래 사람들이 내게서 비전 같은 것들을 읽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너무 늦은 것 같다, 너무 늦어버린 것 같다고 생각하곤 했다. 더 가봤자 허탈한 마음만 남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것이 현실적인 것 같았다.



나는 힘 있게 딛고 일어나 곧게 등을 펴고 서봤던 적이 있을까.

나는 크게 뛰어오르고, 빠르게 달려본 적이 있었을까.


아직, 아직이다.


어쩌면 이 길이 내 길이 아닐 수도 있겠다.



나는 달리, 살고 싶은 삶이 있나, 그럴 수 있나.


없다.



시간을 허투루 쓴 날이 있었지만, 성실하려고 했다. 그래서 참, 뜻한 대로 되지 않아 억울하다. 답답하기도 하다. 그러나 절망에 빠지지는 않기로 한다. 나는, 어느 드라마 주인공의 대사처럼, 내가 여전히 애틋하고 또 잘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마음을 결코 접지 못한다. 심호흡을 크게 한다.


지나온 실패를 만든 시간을 천천히 복기해 본다. 달리 살아야 했다는 생각에 뼈아프지만, 꾹 참고 생각을 정리한다. 내가 내린 순간의 판단과 결정이 삶을 초라하게 만들었지만, 여전히 버티는 어리석은 내가 애틋하다. 그리고 순간순간 반짝였던 내 눈빛과 그때 느낀 행복이 떠오른다. 행복한 시간을 오래도록 잇지 못하는 내가 더욱 애틋하다.


내가 가려는 길을 밝히는 순간을 맞이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포기하지 않기로 한다. 더 애틋해지지 않게, 잘 되기를 바란다. 결국 이 시간도 버티기로 한다.


생각해야 할 여러 가지 것들이 떠오르지만, 그저 이 시간을 견디는 데 집중하기로 한다. 흘러가면 극복되는 삶이 내게는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상기한다. 1+1 같은 것은 내게 없다는 것을, 그것을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마음에 둔다. 성실하게 버텨보자 다짐한다.


어느 날 밤.




짙게 내린 어둠이 걷히지 않는다.

긴 밤이 찾아와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밤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침이 올 때까지 깨어있는 것뿐이다.


해가 뜨기 전 짙게 어둡고, 따갑게 춥다. 곧 아침이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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