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김밥, 그리고 참치마요네즈

나의 첫 삼각김밥. 그 인연의 시작.

by 함가


‘편의점’ 하면 생각나는 1순위

저렴하지만 넉넉하고

아무리 먹어도 아쉬운 그 이름 ‘삼각김밥’


식욕이 폭풍처럼 몰아치던 나의 청소년 시절, 분식집도 음식점도 아닌 편의점에서 만난 삼각김밥.

'참치마요네즈’ 와의 인연은 굉장히 강렬하게 시작되었다. 당시 ‘편의점은 비싸고, 맛도 없다.’ 라고 배웠던 나의 편의점 방문은 정말 1년 중 손에 꼽을 정도. 그것도 값싼 껌이나 초코바를 구입하는정도가 전부였고 즉석식품은 눈길도 주지 않았으며 그 흔한 컵라면을 편의점에서 물을 부어 먹을 수 있다는 것조차 시도해보지 못한 때였다. 어머니께서 해 주시는 밥과 간식은 양도 충분하고 맛있었기 때문에 군것질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근본적으로는 ‘용돈’ 이 없었기때문이 아닐까 한다. 적어도 초등학교 때 까지는 말이다.


무더운 여름이 찾아왔고 학교는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오전부터 시작하는 학원이 끝나는 시간은 더위가 한창인 오후 1시경, 허기조차느끼기 힘든 귀갓길의 무더위 속에 에어컨 냉기로 무장한 ‘세븐일레븐’ 편의점은 매일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들어가서 시원한 음료수 한 캔 마시고 싶다..’


혹시라도 동전을 깜빡 잊고 넣어두지 않았을까 하고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았지만 용돈 한 푼 받지 않았던 나에게 교통카드와 열쇠 외에는 있을 리가 없었다. 평소였다면 그냥 집으로 돌아가 음료수를 마시는 것으로 만족했을 테지만 어째서인지 그날의 아쉬움이 잠들기 전까지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고 그렇게 바로 다음날 아침, 어머니께 천원 짜리 한 장을 받게 되었다. 처음에 만원을 주시려고 하셨지만 거절한 이유는 찌는듯한 더위 속에 식욕이 끌리지는 않을 것이라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그날도 평소와 같이 학원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오늘 돌아오는 길에는 편의점을 방문할 예정' 이라는 정도. 아니나다를까, 유리로 된 편의점 문을 힘차게 여는 순간 계절을 잊어버린 차가운 공기가 나를 격하게 반겨주었다. 문명의 호의를 흔쾌히 받아들이며 나 또한 격하게 편의점을 마음속으로 맞이했다. 물론 구매할 음료수는 정해져 있었지만 평소 편의점을 잘 다녀보지 않았기에 실제로 처음 보는 상품들이 많았고 그 와중 가장 먼저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냉장칸 우측에 자리잡은 ‘즉석식품’ 코너, 그리고 그 가운데 가지런히 나열되어있는 삼각형 모양의 주먹밥. ‘삼각김밥’ 이었다.


낯선 편의점에서 편견으로 맞이한 삼각김밥의 첫 이미지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얼핏 봐도 두툼해 보이는 밥의 두께, 그리고 밥에 찰싹 달라붙어 눅눅하게 질길 것 같은 김. 내용물도 안쪽에 얇게 발라져 있을 것 같아 보였고 뜨거운여름날 길거리에서 파는 몇 시간 지난 김밥마냥 질펀한 밥을 상상했다. '저런 걸 사먹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지만 포장지에 붙어있는 700원의 저렴한 가격을 보고, '적당한 간식인가 보다.' 하고 시선을 돌렸다. 물론, 그 편견이 깨지기 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말이다.


매장 위치가 매우 좋았고 생각보다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그 뒤로도 편의점을 종종 이용하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 두번씩 편의점에서 간식거리를 사 먹게 되었고 편의점에 대한 편견도 거의 사라질 무렵. ‘즉석식품 코너’ 에 도전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저렴한 가격임에도 항상 가득 채워져 있던 삼각김밥을 향한 ‘어떤 맛이길래 안 팔리고 쌓여있을까’ 라는 호기심이었다. 평소와는 달리 2천원을 가지고 온 나는 ‘영 맛이 이상하면 도전해본 셈 치자’ 라고 생각하며 나란히 진열되어 있는 삼각김밥을 하나 하나 고르기 시작했다.‘참치마요네즈’, ‘소불고기’, ‘볶은김치’ 등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약 4종류의 메뉴가 있었던 것 같다.


첫 선택은 바로가장 무난해 보이는 ‘참치 마요네즈’. 처음 손에 쥐어 본 삼각김밥은 생각보다 묵직했다. 왠지 혼자 편의점에서 먹는 것은 아르바이트 형이 눈치를 줄 것만 같아 계산을 한뒤 편의점 앞으로 나와 친절하게 설명 되어있는 포장 설명서를 읽고 포장을 벗겨냈다.

지금도 다르지 않은 삼각김밥 포장 설명

포장을 뜯자마자 가장 놀라웠던 점은 바로 겉 부분을 싸고 있는 ‘바삭’ 한 느낌의 김!


‘김이 눅눅하지 않네?’


예상과는너무나 다른 획기적인 포장방식에 혼자 ‘오~’ 하고 감탄하며 포장을 벗겨냈다. 바삭하게 구운 김 위에 손끝으로 아주 작은 약간의 소금이 느껴졌다. 김 너머로 느껴지는 밥은 약간은 딱딱한 것 같았지만 흐트러지지 않은 모양새를 잘 유지하고 있었다. 냄새도 전혀 나지 않아 의외로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며. 여유롭게한 입을 물었다.


‘우물..우물….우물’


전체를감싸고 있는 부드러운 김의 향과 바삭함.

살짝 단단해 보여도 씹을 때마다 먹기 좋게 촉촉해지는 탱글탱글한 밥알의 단맛이 입안 가득 퍼지기 시작했다. 살짝 뿌려진 소금은 밥과 김만으로도 부족하지 않다는 듯 서로를 어필했고 수분이 아주 살짝 모자라다 싶은 밥알이 속 재료와 어우러지기 시작하자 참치마요의 부드러운 고소함이 그 부족함을 참치의 맛과 향으로 넘치게 채워주고 있었다. 입 속을 움직일 때 마다 혓바닥 위를 간지럽히는 밥알의 느낌까지 어우러지는 맛은 점점 그 정도를 더해 갔으며 무더운 여름, 냉장 코너에서 살짝시원해진 삼각김밥의 차가운 온도가 재료의 맛을 한 층 강렬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


처음 느껴보는 삼각김밥의 맛에 완벽하게 매료되어 한참을 우물거렸다. 씹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고 조심스레 먹었던 한입과는 달리 두 입째 부터는 입안 가득 넣기 시작했다. 더위에 억눌려있던 성장기의 식욕이 단숨에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거의 바로 삼키는 듯 한 속도로 삼각김밥을 먹어 치운 뒤, 다시 뒤를 돌아 편의점 문을 열었다. 이번에는 가방 속에 들어있던 백 원까지 꺼내, 다른 맛 두 가지를 샀고 물 한 모금 없이 단숨에 먹어 치웠다. 난생 처음 먹어보는 편의점 삼각김밥은 맛있었다.


그것도 정말 굉장히 맛있었다.


집밥 같은 든든함도, 갓 요리해 나온 음식 같은 기분 좋은 신선함도 없었지만 아무리 먹어도 지치지 않을 것만 같은 가벼움과 몇 번을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새로움이 그 동안 가지고 있었던 편견마저 사과하고 싶어지게 만들어 버렸다. 삼각김밥은 인기가 없어 남아있던 것이 아니라, 인기가 너무 좋아항상 가득 채워두는 상품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 일주일에 1~2번 방문하던 편의점 횟수는 학원을 가는 날 만큼으로 늘어났고 매번 삼각김밥을 찾았다. 당시 TV에서도 삼각김밥 광고를 시작하던 터라 여러 가지 메뉴들을 선보였는데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참치마요네즈와 더불어 좋아했던 메뉴는 다진 새우에 머스터드 소스와 마요네즈를 버무린 삼각김밥이었다. 물론 지금은 잊혀져 버렸지만.


지금도 여전히 삼각김밥을 먹을 때 전자레인지로 데우지 않는다. 차가운 상태의 맛이 제일 강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 요새 편의점은 마트 만큼이나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삼각김밥보다 맛있는 메뉴들도 많아졌고 종류도 다양해 졌지만 아직까지도 나는 여전히 삼각김밥을 좋아한다. 어린 학창시절의 추억, 그 여름날의 더위마저 밀어내버린 ‘참치마요네즈’를 기억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