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도시 여행, 구마모토

온천, 아소산, 그리고 구마모토 성

by Kataraxiau

25년 12월 여행지로 구마모토를 선택한 것은 지극히 우연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아내는 평상시에 좋아하는 여행 유투버가 올린 온천 호텔 동영상을 보고, 구마모토 여행을 제안 했다. 그 말을 듣고, 바로 수락했다. 아내는 적잖이 놀라면서도 여행이 필요한 추가 검색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내가 구마모토 여행을 수락한 이유는 오로지 구마모토 성을 방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본 로칸을 경험하는 것도 좋지만, 역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목욕에 비교할 수 없었다.

일본의 3대성은 오사카 성, 구마모토 성, 나고야 성이다. 몇년 전에 오사카와 교토 여행을 하면서 오사카 성을 방문했다. 오사카 성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가문을 지키기 위해 축조한 성이다. 하지만, 아들인 히데요리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이끄는 동군에 포위된 채 버티다가 오사카 성내에 있는 바위 위에서 할복을 했다. 그 바위 앞에서 단지 히데요시의 아들로 태어난 죄로 할복을 해야만 했던 히데요리의 마음을 생각했다.

오사카 성은 당시의 권력과 위엄을 뽑낼만큼 규모가 웅장하지만, 오로지 수성이 목적으로 건설되었기 때문에 미적 감각을 별로 느낄 수 없다. 히데요시는 한민족에게 용서할 수 없는 죄악을 저지른 원수이다. 오사카 성을 나오면서 나쁜 놈이라고 욕할 수밖에 없다.


구마모토 성도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관련이 있는데,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측근이었던 칠본창 중의 한 명인 가토 기요마사가 축조한 성이기 때문이다. 가토 기요마사는 히데요시의 명을 받아 조선을 침략한 장수이다. 그는 선봉장 고니시 유키나가의 뒤를 이어 2진을 이끌고 부산으로 쳐들어왔다. 유키나가가 한양을 먼저 점령하고, 기요마사는 함경도로 넘어가 국토를 유린하다가 조선 정문부 의병장에게 패해서 쫓겨났다. 조선이 승리한 전투 중의 하나인 북관대첩이다.

전쟁 말기에 왜군은 수세에 몰렸고, 남해안 일대에 왜성을 쌓고, 버티었다. 가장 세력이 큰 왜성이 3개 였는데, 순천, 사천, 울산에 위치한 성이었다. 당시 울산 왜성을 지킨 장수가 가토 기요마사이고, 조선, 명 연합군의 공격에서 왜성을 지켰다. 가토 기요마사도 한민족의 원수이다. 사천 왜성을 지킨 시마즈 요시히로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하지만, 여행이 주제이므로 역사 이야기는 이만 멈춘다.


여행을 갈 때 여행 장소와 관련된 역사를 알면, 여행의 재미는 늘어난다. 아는만큼 보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규슈섬은 한국과 역사적으로 많은 관련이 있다.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이다. 나가사키 앞 바다에 있는 군함도, 청일 전쟁 후 조약이 맺어진 시모노세키, 임진왜란 때 조선 출병 전 왜군의 집결지였던 후쿠오카, 메이지 유신 때 조슈 번과 함께 막부를 무너뜨린 사쓰마 번이었던 규슈의 최남단 가고시마가 규슈에 있다.


12월 21일 구마모토 공항에 도착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이동거리가 꽤 길고, 대중 교통이 편하지 않아서 렌트카를 예약해 놓았다. 오른쪽 좌석에서 운전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지만, 곧 적응할 것이라고 믿고, 용기를 내어 출발했다. 목적지는 구로카와, 한적한 산 속에 있는 온천 마을이다. 구마모토 공항에서 동북쪽에 위치했는데, 아소산을 넘어서 가야 했다. 아직 운전이 익숙하지 않았는데, 엄청난 안개를 마주쳤다. 앞에서 주행하던 차가 갑자기 안개 속으로 없어졌다. 처음 보는 광경에 당황했다. 전방을 주시하면서 조심스럽게 운전을 했는데, 없어졌던 그 차가 다시 앞에 나타났다. 아소산을 넘어서 평지로 내려올 때까지 이런 상황은 계속 반복되었다. 걱정이 많이 했지만, 이것 또한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여행에서 예상치 못한, 그리고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을 마주칠 수 있고, 기억의 한 구석에 남겨진다.


힘든 운전을 거쳐서 구로카와 온천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을 관통하는 하천을 따라 형성된 조그만 마을이다. 20분 정도 산책을 하면, 마을 전체를 구경할 수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봤던 고즈넉한 마을 정경을 느낄 수 있다. 하천 위에 전기로 동작하는 등불을 달았다. 하천을 넘는 다리 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밤에 사진을 찍는다. 인증샷을 위해서, 인생샷을 위해서, 연신 서터를 누른다. 다리에서 한적함을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이곳은 전통 목조 건물, 하천, 등불, 연기 등이 어울려져 멋잇는 광경을 만든다.




일본 전통 모습을 간직한 로칸들이 마을에 모여 있다. 마을 곳곳에서 연기가 올라오기 때문에 온천 마을이라는 느낌을 잘 전달한다. 공중전화 박스조차 정겨운 마음이 든다.

식당은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파는 홈런볼 같은 빵이 인기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빵집 앞에서 먹는다. 하지만, 내가 먹었을 때 별로였다. 여행을 할 때 확증 편향이 생긴다. 힘들게 여행을 왔기 때문에 실망을 하기 보다는 모든 곳이 멋있고, 모든 활동이 재미있고, 모든 음식이 맛있다는 생각을 한다. 나쁜 자세는 아니다. 이런 확증 편향이 여행의 재미를 더 북돋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확증 편향인지 여행할 때의 만족을 극대화 시키기 위한 방어 기제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감성이 부족하고, 현실적인 면을 보는 경향이 있어서 여행하는 동안 아내에게 핀잔을 많이 받았다.


구로카와 온천 마을 여정은 2일 이었다. 내가 묵은 숙소는 시설이 좋은 호텔이었는데, 입욕장이 6개나 되어서 한 번씩 방문해도 6번이나 목욕을 해야 한다. 운좋게 프라이빗 입욕장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었는데, 노천탕이면서 가족만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깨끗한 시설, 편한 주차장, 창밖 풍경이 좋은 로비, 뷔페 식사 등 장점이 많았지만, 전통 로칸의 감성을 느낄 수는 없었다. 너무 현대적인 건물이고, 다다미 방에서 식사를 할 수 없었다. 하천 맞은편에 전통 로칸 분위기를 풍기는 오래된 건물에 숙박해도 좋았을 거 같다.


일본의 온천 마을이 쇠락한다고 한다. 구로카와도 예외가 아니었다. 문닫은 로칸, 식당, 기념품 가게들이 있었다. 마을 전체가 한적해서 좋았는데, 한적한 이유가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줄었기 때문이 아닐까? 12월 끝자락에 방문했으니 계절적 요인이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계속 이어오던 전통이 사라지는 것을 안 좋아한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고유한 전통을 잘 이어가면 좋겠다. 하지만, 과거 제국주의 같은 썩은 요소는 당연히 제거해야 한다.


온천으로 여행의 피곤함을 해소하고, 온천 마을 방문 이튿날 화산을 구경하기 위해 아소산으로 향했다. 화산 전체 조망을 구경하기 위해 다이칸보 전망대를 방문했다. 남쪽을 보면, 큰 평야가 있고, 평지 건너편에 5개의 화산을 구경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3개의 화산만 찾을 수 있었다. 모든 화산이 활발하게 활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전망대 주변에 나무가 거의 없고, 동산이 계속 이어지면서 초원이 펼쳐져 있다. 이곳을 오다 보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말과 소를 구경할 수 있다. 한국의 산과 사뭇 다른 정경이다. 등산의 재미는 없을 거 같다.





다이칸보 전망대를 내려와서 평야를 지나 나카다케 화구로 갔다. 이곳은 용암을 볼 수 있는 화구인데, 하얀 연기가 너무 많아서 용암을 볼 수 없었다. 엄청난 규모의 연기로 하구 바닥을 짐작할 수 없었다. 화산 활동이 활발하면 입장을 막는데, 운좋게 가까이 볼 수 있었다. 자연의 웅장함을 느끼면서 무서움도 느꼈다. 저 높은 하늘에서 본다면 큰 웅덩이 주변에 조그만 개미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겠지. 인간은 자연 앞에서 미약하다. 자연을 정복했다는 오만함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배가 고파서 아카우시를 먹으러 갔다. 아카우시는 아소 지방의 소고기 브랜드이다. 구마모토 대자연에서 키운 황소이다. 아소산에서 운전하면 흔히 볼 수 있다. 아소 신사 근처에 위치한 식당인데, 큰길에서 벗어나 사람과 차가 다니는 좁은 길로 운전을 해야 방문할 수 있다. 아소 신사 공영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일본을 여행할 때는 현금을 어느 정도는 꼭 가지고 다녀야 한다. 이곳 주차장도 카드로 계산할 수 없다.

아내는 아카우시가 맛있다고 잘 먹었다. 하지만, 난 그다지 맛있지 않고, 한우가 훨씬 맛있다는 생각을 했다. 일본에 와서 한우를 생각하다니 같이 여행하고 싶지 않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일본에서 운전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보통 우측 운전대를 잡으면 좌측에 붙는 경향이 있다. 중앙성이 없고, 쌍방 통행이면, 마주오는 차를 피하기 위해 왼쪽에 붙는데, 이때 전봇대와 도로 턱을 조심해야 한다. 렌트카에 스크래치가 발생하는 가장 많은 것이 사이드 미러와 훨이다. 일본에서 렌트할 때 받은 차를 잘 살펴보면 알 수 있다. 한순간의 방심이 스크래치를 발생시키고, 여행내내 걱정거리를 안겨준다.

신호등을 보는 방법도 다르다. 복잡하지 않은 교차로에서 신호등은 3개로 구성되어 있다. 녹색, 주황색, 적색으로 녹색이면 좌회전, 직진, 우회전 모두 가능하다. 만약, 교차로에 진입하는 차량이 많다면, 하단에 신호등을 더 붙여서 화살표를 표시한다. 아소산 주변을 다닐 때는 3개를 가진 신호등만 봤는데, 구마모토 시내에서 6개를 가진 신호등도 봤다.

일본의 신호등 체계는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녹색이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단순한 사고 전달은 장점이지만, 맞은편에서 오는 운전자가 보는 신호등도 녹색이기 때문에 함부로 우회전(한국의 좌회전 경우)을 하면 안된다. 서로 양보를 한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하지만, 교통량이 많은 곳에서 이런 교통 운영 방식은 혼란스럽고, 불편하다. 끊임없이 차가 오는데, 저 차가 양보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우회전 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최대 6개를 가진 신호등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일본을 운전할 때 경음기를 딱 한 번 들어봤다. 녹색이고, 맞은 편에서 차가 안오고 있는데, 내가 우회전을 안하고 있을 때였다. 일본 운전자는 과속이나 추월을 안하고, 양보를 잘 한다. 물론, 일반적이라는 의미이다. 모든 일본 운전자가 그럴 리는 없다. 일본인 운전자인지 알 수는 없지만, 속도를 내면서 중앙선을 넘어 우회전을 하는 차를 본 적도 있다.

경음기를 흔히 크략션이라고 부르는데, 이건 일본식 영어 표현이다. 경음기 또는 영어 표현인 호른이라고 해야 한다.


렌트카 업체와 계약할 때 보험을 추가할 수 있는데, 사고가 났을 때 보험을 청구하려면 현지 경찰에 신고하고, 사고 접수를 해야 한다. 그 다음에 렌트카를 반납할 때 돈을 내고, 귀국 후 돌려받아야 한다. 하지만, 말도 안 통하는데,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사고 접수가 잘 되었는지 확인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진행하면 이미 여행 일정은 망가져 있을 것이다. 자차 스크래치만 났다면, 보험 처리를 안 하고, 반납 시 점검할 때 수리 비용을 낼 것인가는 각자 판단을 해야 한다. 내가 이용한 렌트카 업체는 반납 시 꼼꼼하게 확인을 안했다. 하지만, 매번 그런 것인지 모른다. 당시에 직원이 바쁘거나 미숙했을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할 지는 직접 결정해야 한다. 항상 운전을 조심하는 것이 여행의 즐거움을 보장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구로카와 온천 마을에서 2일간 여정을 끝내고, 구마모토 역으로 이동해서 렌트카를 반납했다. 역내 종합 관광 안내소에서 트램 원데이 패스를 구입했다. 이용하고자 하는 년도, 월, 일을 동전으로 긁어서 내릴 때 차장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아직 일본에 남아있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정답기도 하면서 아련하기도 하다.

트램을 타고, 구마모토 시내 호텔로 이동했다. 사쿠라 마치 버스 터미널 앞에 위치하고, 바로 앞에 트램 정거장이 있어서 돌아다니기에 좋은 호텔이었다. 쇼핑은 사쿠라 마치를 이용해도 되고, 도보로 5분도 안 걸리는 시모토리 아케이드 거리를 이용할 수 있다.

구마모토 주요 갈만한 곳은 트램을 통해 갈 수 있다.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에 많이 걸어 본 사람은 충분히 걸어서도 다닐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 없는 트램을 타보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다.







호텔에 짐을 보관하고, 바로 구마모토 성으로 갔다. 트램 정거장에서 내려서 해자를 통해 입구로 걸어갔다. 오사카 성을 구경할 때 느꼈던 감성을 다시 느낄 거라는 설레임을 품고 걸어갔는데, 입구부터 무너졌다. 성의 입구가 어디인지도 명확하지 않고, 성내로 차량이 들어가고, 곳곳에 공사 차량과 자재들이 보였다. 철제 계단을 통해 올라가서 성벽을 따라 조금만 걸어가니 천수각이 바로 보였다. 한국어 안내는 거의 없고, 천수각내 모든 자료들도 일본어였다. 천수각 최상층은 오사카 성 대비 너무 좁았고, 높은 곳에서 주변을 둘러봐도 공사 현장이 보여서 감회가 없었다. 전체적인 성의 모습을 한 눈에 보기를 기대했었다.





일본의 3대성 중의 하나이고, 개인적으로 민족의 원수라고 생각하는 가토 기요마사가 지은 성이라서 얼마나 잘 지었는지 궁금한 마음에 왔지만, 과거의 영광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2016년 가마모토 현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구마모토 성도 많은 피해를 입혔다고 하지만, 현재 2025년이 아닌가? 성을 보수하는데, 9년이나 걸린다는 것이 납득이 안되었다. 이런 정보를 미처 알지 못하고, 구마모토 여행을 선택한 나를 원망해야지.


구마모토 성에 이어서 또 다른 실망스러움이 나를 찾아왔다.

구마모토 성 옆에 사쿠라노바바 조사이렌이라는 관광 명소가 있다. 한국의 민속촌 같이 16세기 일본 거리를 재현해 놓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식당, 기념품 가게, 길거리 음식을 파는 곳이었다. 전통 건물도 없고, 특별히 맛있는 음식도 없었다. 말고기로 만든 고로케가 유명하다고 했는데, 굳이 먹고 싶지 않았다.


16세기 일본의 정취를 느끼고자 했던 여행은 실패했다. 기억나는 것은 가토 기요마사의 커다란 동상 뿐이었다. 천수각내 조선의 지도가 있었고, 가토 기요마사의 진군로를 설명한 자료를 가슴에 담았다. 결코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면 안된다.





구마모토 성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스이젠지 조주엔이라는 관광 명소가 있다. 리뷰를 보니 경주에서 봤던 동궁과 월지와 비슷해 보였다. 사진을 보니 고즈넉한 일본의 정원보다는 그냥 큰 공원 같은 느낌이었다. 굳이 갈 필요가 없어서 안갔다.


구마모토 성 주위를 터벅터벅 걸어다니면서 구글 맵을 보다가 주변에 나쓰메 소세키 작가의 집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일본 전통 집을 구경하고 싶어서 그곳을 목적지로 한적한 동네를 산책하면서 걸었다. 입구를 지키는 남성 분이 한국어로 인사를 했다. 집안에 고양이 2마리가 한가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전형적인 일본 전통 가옥의 모습이었다. 정원을 바라보면서 앉아서 글을 쓰는 장소를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방, 복도를 지나 정원으로 나가는 구조는 일본 사극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그대로였다. 나쓰메 소세키가 앉아서 글을 썼던 대로 나도 앉아서 한동안 정원을 쳐다 보았다.

작가의 책을 소개하는 방에는 커다란 좌식 책상이 있었고, 그 위에 방명록이 있었다. 방명록에 발자취를 남겨 놓았다. 겨울이라서 실내도 추웠고, 정원의 나무와 꽃이 모두 앙상한 모습이었기 때문에 아름다운 정원보다는 쓸쓸하고, 고독한 느낌을 받았다. 과거의 영광이 저문 흔적이었다.

한국어로 인사하신 분이 <마음>이라는 책을 가져왔다. 나쓰메 소세키 작가의 책이 한국에도 출간되었을 것이다. 아직 읽은 책은 없다. 한국에 돌아가면 몇 권 찾아서 읽을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구마모토 시내 여행 중 가장 좋았던 장소가 나쓰메 소세키 집이다.





오사카, 교토, 도쿄 등을 생각하고, 구마모토로 오면 실망할 것이다. 음식이 특별히 맛있지도 않고, 갈만한 곳이 많지도 않고, 현금도 챙겨야 하니 불편한 점도 있다. 아마 패키지 관광으로 왔다면 정말 후회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자연과 전통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마을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었다. 트램을 타고 다니면서 또는 동네 골목길을 걸어다니면서 마주치는 일본인의 평범한 삶을 관찰할 수 있는 재미가 있었다. 운좋게 크리스마스 축제가 사쿠라 마치 야외 광장에서 열려서 동네 주민들이 준비한 노래와 연주를 들으면서 생맥주와 튀김을 먹는 재미가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대기를 해야 하는 음식점을 안가고, 동네 허름한 식당에서 라멘을 먹고 현금으로 계산하는 재미가 있었다. 학교가 끝나서 가방에 인형을 주렁주렁 달고, 교복 입고, 떠들면서 지나가는 학생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인천에서 비행기로 1시간 30분 걸리는 구마모토가 가깝지만 멀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본 영토 중 한국과 제일 가까운 규슈, 하지만 그로 인해 우리에게 많은 피해를 입혔던 지역이기도 하다. 좀 더 알고 싶지만, 정서적으로 내키지 않는 일본이다. 독도 관련 망언이라도 안하면 좋겠는데..


일본의 3대 성 중에 마지막으로 남은 나고야 성을 다음 일본 여행의 목적지로 해야 하나 고민이다. 후쿠오카를 거쳐 시모노세키에서 오사카로 1박 2일 유람선 여행을 하는 것도 생각해 본다.

가깝지만 먼 일본, 그래도 일본으로의 여행을 꿈꾼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독서 노트 : 망원동 브라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