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만난 타이페이 여행을 다녀온 지 1년이 지났고,
나는 1년 만에, 비슷한 시기 다시 한 번 타이페이를 찾았다.
친구들과 함께였다, 이번 여행은.
그를 기억하고 싶어서도, 또 다른 여행지에서의 사랑을 꿈꿔서도 아니었다.
어쩌다 잡힌 친구들과의 여행지였고,
우연히 날짜도 비슷하게 잡게 된 것이었다.
운명인가? 라고 치부할만큼 마음이 더 이상 어리지 않았다.
그와 갔었던 많은 곳을 가게 됐다.
작년과 같은 호스텔에서 묵고, 그와 함께 갔던 음식점도, 카페도, 관광지도 갔다.
그와 처음 입을 맞췄던 곳도 갔고, 그와 함께 손잡고 거닐던 거리도 걸었다.
다행히도, 아픈 기억도 나쁜 기억도 그렇다고 너무나도 아련하고 그리운 기억도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사랑이, 아픔이, 어떻게 추억이 되는지 알았다.
일년만에 이렇게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거구나.
많이 바뀐 모습들을 보면서 생소했고,
작년과 같은 모습들을 보면서 문득 문득 폴이 떠올랐지만,
그리고 그에게 문자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잠시 들었지만,
이내 그것 또한 여행지가 주는 설렘 비슷한, 감성적인 감정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친구들과의 추억으로 타이페이의 또 한켠의 페이지가 채워졌다.
이제야 일 년만에 마지막 끝맺음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마 이번 여행으로 나의 모든 감정이 씻어져 내려간 거 같은 느낌 때문일 것이다.
행복하기만한 추억은 아니지만,
절대 잊지 못할 기억임은 틀림없기에 이렇게 생생하게 기록해 놓은 나의 글이 더더욱 고마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