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아일랜드 심포지엄 북스에서 만난 치훌리 작품들 덕분에 뉴욕 보태니컬 가든에서 있었던 '치훌리 나잇 Chihuly Night' 이 생각났다. 2012년에 개관한 시애틀 가든 앤 글라스보다는 규모가 작고 작품 수도 적지만 그래도 기대 이상으로 황홀하고 멋진 전시였다.
입구로 들어가면 빨간색 화려한 작품이 먼저 반긴다. 'Red Reeds on Logs', 2016년 작품이다. 이번에 전시된 스무 편의 굵직굵직한 작품 가운데 노란색의 화려한 구는 정말 아름다워서 그 앞을 떠나지 못할 정도였다. 작품 이름은 'Sol del Citron', 2014 년 작품이라고 되어있었다. 길 건너에는 샴페인과 와인을 판매하는 카트도 있고, 그곳에서 다 같이 축배를 들며 이 아름다운 공간에 있음을 축하하고 싶어 하는 듯했다. 우리도 샴페인 잔을 높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멋졌던 것은. 보태니컬 가든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온실인 에니드 호프트 컨서버토리 Enid A Haupt Conservatory 앞에 세워진 작품이었다. 그 광장에는 전자오르간을 연주하는 신사도 있고, 기타를 치는 사람, 반주에 맞춰 춤을 추는 아이들도 있고, 사랑하는 이들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웃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담으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온실 밖 연못에도 치훌리 작품들이 설치되어있다. 달빛과 물에 비친 형형색색의 작품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곳에서도 한참을 머물렀다.
또 한 가지 신기한 작품은 형광색의 전선처럼 생긴 작품이었다. 치훌리의 작품들이 대개 그러하지만, 이 작품은 특히 사진으로는 그 놀랍고도 황홀한 느낌을 도저히 표현할 길이 없다.
온실 내부에도 갖가지 작품들이 설치되어있다. 야간개장이라 늦은 시각에도 불구하고 줄을 지어 움직일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줄을 맞춰 걸어가다가 사람들이 멈춰 서면 그곳에는 으레 치훌리의 작품이 있었다. 그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아보려 여러 각도에서 찍어보던 사람들은 사진이 실물보다 영 맘에 들지 않는지 연신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치훌리 작품은 실물의 감동을 사진으로 담기란 여간해선 쉽지 않다는 것을 시애틀 가든에서 경험을 했다.
어느 것 하나 감탄사가 나오지 않는 것이 없다.
Luesther T. Mertz Library 앞 The Lillian Goldman Fountain of Life 분수에는 다른 느낌의 작품이 물에 떠있다. 이 도서관은 낮에 보면 정말 웅장하고 멋진데 1899년 건축될 당시 앤드류 카네기, 코넬리우스 반더빌트 J.P 모건 같은 최고의 재력가들의 지원으로 세워졌다. 당시에는 뉴욕 상류층을 위한 도서관 역할을 했지만, 오늘날에는 보태니컬 가든을 찾는 누구에게나 무료로 개방이 되고 있다. 보태니컬 가든 안 도서관답게 식물, 원예, 건축, 역사, 고생물, 고고학, 생물 등 분야는 희귀 서적부터 초판본까지를 소장하고 있어 미국 최고의 도서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치훌리 전시는 '빛의 향연'으로 이름나 있으므로 밤에 더 화려하지만 뉴욕 보태니컬 가든 본연의 모습은 낮에 보아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물에 떠있는 작품들은 그 외에도 곳곳에 있다. Native Plant Garden에는 'Float Boat, 2014' 가 있다.
이렇게 '치훌리 나잇' 구경을 모두 마치고 기프트샵으로 향했다. 기존의 제품들도 가득한 곳이지만 치훌리 작품들도 많다.
치훌리 특별전은 한마디로 뉴욕 사람들의 축제 같았다. 실내와 야외에 마련된 카페, 바, 레스토랑, 스낵코너, 푸드트럭 등 어딜 가나 상기되고 행복한 표정들의 사람들이 넘쳐났다. 커피 한 잔, 샴페인 한 잔 마시는 데도 긴 줄을 서야 했지만, 그 기다림마저 가슴이 설레고 감사했던 아름답고 멋진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