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지 못하는 이상한 새는 어떻게 무리에서 살아남았을까?

가브리엘레 하이저-코리오트, <야곱, 너는 특별해!>

by 진솔

<야곱, 너는 특별해! -날지 못하는 어느 새에 관한 이야기>는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과 수업하려고 읽게 된 동화책이다(직업이 초등논술강사입니다). 브런치에 '숨고 싶다' 시리즈 1편으로 <편의점 인간>에 관한 글을 쓰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읽었는데 이 책이 <편의점 인간>과 일맥상통하는 '숨고 싶다'의 이야기임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 내가 읽고 싶어서 읽는 책과 직업적으로 수업을 위해 읽는 어린이 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야곱은 '앨버트로스'라는 새다. 앨버트로스는 북태평양과 남반구 대양에 있는 섬에서 무리지어 생활한다. 물고기, 오징어 등 해양 생물을 먹기 때문에 수영과 잠수를 잘하고 유달리 크고 긴 날개로 수천킬로 미터를 날 수 있다. 그런데 야곱은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간 기울어져 있었고 그래서인지 날지 못한다. 야곱의 엄마 아빠는 야곱이 이상하다는 것, 다른 앨버트로스들이랑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점차 주변 이웃들도 야곱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이웃들은 야곱의 둥지로 찾아와 한 마디씩 한다.


아이가 게으른 모양이에요.
어디 아픈 게 아닐까요?
야곱에게 더 이상 먹이를 주지 말아요. 그러면 스스로 나는 법을 배우게 될 거예요.


야곱의 엄마 아빠를 비난하는 이웃도 있었다. 알을 품고 있는 동안 정성을 다하지 않은 탓이다, 야곱을 응석받이로 키워서 그렇다, 제대로 돌보지 않아서 그렇다. 이웃들은 상반된 조언을 하기도 했다. 야곱에게 먹이를 너무 많이 주어서 그렇다, 먹이를 충분히 주지 않아서 그렇다.

야곱의 엄마 아빠는 야곱을 날게 만들기 위해 멸치를 많이 먹이고 점프대를 만들어 나는 연습을 시키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야곱은 날 생각도 하지 않았다. 대신 야곱은 노래를 했는데 그 노랫소리가 무척 아름다웠다. 이웃들도 야곱의 노랫소리에 감탄했다.

야곱이 속한 앨버트로스 무리에는 원로들이 있었다. 그들은 무리를 관리하고 무리에서 일어난 일을 해결하는 우두머리들이었다. 어느 날 원로들이 야곱의 둥지로 와서 날지 못하는 앨버트로스는 무리에서 함께 살 수 없다고 선언했다. 그들은 야곱을 가장 높은 절벽 위로 데리고 가서 떨어뜨리겠다고 말했다. 그때 야곱이 날지 못한다면 죽어도 그만이라고 했다. 야곱의 엄마 아빠가 야곱에게 비행과 수영, 잠수를 가르칠 시간을 달라고 원로들에게 사정하자 원로들은 일 년의 시간을 주기로 했다.

야곱의 엄마는 어떻게 하면 야곱을 날게 만들 수 있을 지에 관해 현명한 동물들에게 조언을 구하러 떠난다. 첫 번째로 만난 현명한 코끼리는 모든 동물이 날아다니는 건 아니라고 하며 원로들이 틀렸다고 했다. 야곱의 엄마가 날개를 사용하는 법을 어떻게 배울 수 있겠냐고 묻자 야곱의 날개가 튼튼해지도록 매일 여러 번 날개 펴는 연습을 시키라고 했다. 그리고 야곱의 엄마는 코끼리들은 네 다리로 걷지 못하는 새끼가 있으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현명한 코끼리는 아이가 걷지 못하면 보호해 줄 수 없다고, 뒤처지면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한다고 했다. 코끼리를 해치려는 적이 많기 때문이었다. 아이를 보호해주려다가 무리가 위험해질 수 있었다.

야곱의 엄마가 현명한 동물들에게 조언을 구하러 다니는 동안 야곱은 섬에서 어린 앨버트로스들을 돌보고 놀아주는 일을 도맡아 했다. 그리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야곱의 엄마는 두 번째로, 현명한 고래를 찾아갔다. 고래에게 사정을 얘기하자 고래는 야곱에게 수영과 잠수를 가르치라고 말했다. 물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면 공중으로 날고 싶은 기분이 들지 모른다고 했다. 야곱의 엄마는 현명한 코끼리에게 했던 질문을 고래에게 다시 던졌다. 고래들은 아이가 수영을 못 하면 어떻게 하나요? 고래는 코끼리와 마찬가지로 약한 아이를 가족이 보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이유도 같았다. 바깥에 적이 많기 때문이었다. 적에게 잡아 먹히지 않고 먹이를 구하고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야곱은 나이 많고 경험 많은 '클라스'라는 어른 앨버트로스에게 수영을 배우게 됐다. 처음에는 물에 발도 담그지 않았던 야곱이 점차 물을 무서워하지 않게 됐고 친절하고 끈기 있는 클라스의 노력 덕분으로 야곱은 수영을 능숙하게 할 수 있게 됐다. 그 다음엔 잠수를 배웠고 이제 야곱은 잠수도 잘하게 됐다. 그리고 스스로 오징어를 잡을 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아직 날지는 못했다.

야곱의 엄마는 마지막으로 현명한 인간을 찾아간다. 하지만 날 수 있는 방법에 관한 조언을 얻지는 못했다. 야곱의 엄마는 코끼리와 고래에게 했던 질문을 인간에게도 똑같이 던진다. 당신네들은 아이가 먹이를 구하기 위해 나서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현명한 인간이 말하길, 인간 부모들은 아이가 장애가 있건 없건 아이를 잘 돌봐 주는 부모도 있고 아닌 부모도 있다고 했다. 그는 야곱의 엄마에게, 앨버트로스가 수영하고 잠수할 수 있다면 벌써 많은 걸 할 줄 아는 거라고 원로들에게 얘기하라고 했다. 여태까지 만난 현명한 동물들, 코끼리, 고래, 인간 모두 완벽한 해답을 주진 못했다.

야곱의 엄마는 야곱이 날지 못해서 눈으로 뒤덮인 산과 끝없이 푸른 숲, 고요하고 맑은 호수와 인간들이 사는 거대한 도시 모두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슬퍼한다.

원로들이 준 일 년의 시간이 지났고 마침내 비행 시험 날이었다. 야곱과 야곱의 가족, 원로들, 그리고 무리의 앨버트로스들이 모두 절벽에 모였다. 야곱의 아빠는 항의했다.


당신들은 모두 야곱이 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어째서 아무 의미도 없는 질문을 하는 거죠? 야곱은 잠수와 수영을 배웠어요.
이제는 혼자 물고기를 잡아먹을 수 있어요.


원로 중 하나가 "날지 못하는 앨버트로스는 앨버트로스가 아니다. 야곱은 날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섬에서 살 수 없다"고 하자 야곱의 엄마가 야곱은 날지 못하는 앨버트로스라고 소리쳤다. 날지 못하는 앨버트로스도 앨버트로스라는 뜻이었다.

야곱의 엄마가 무시를 당하자 무리에서 가장 존경받는 앨버트로스 중의 하나인 이름힐트가 "야곱이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면 아이들이 조용히 귀를 귀울인다. 그리고 야곱은 모든 노인들을 즐겁고 평안하게 해준다"고 야곱의 장점을 얘기한다. 많은 앨버트로스들이 그 말에 동조한다.

그때 어린 앨버트로스 하나가 "야곱이 절벽으로 떨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야곱이 엄마 아빠가 집에 없을 때 자신을 보호해주고 위로해줬다"고 말했다.

무리의 앨버트로스들이 야곱을 좋아한다고 야곱이 곁에 머물기를 원한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로들이 야곱이 날아야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자 앨버트로스들은 원로들에게 '부당하고 완고한 너희들은 필요없다'며 원로들을 갈아치운다.

야곱은 계속 섬에서 살 수 있게 되었고 행복했다. 그리고 더 이상 야곱이 날 수 없다는 사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는 말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야곱이 살아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앨버트로스들의 처분 때문이었다.앨버트로스들이 야곱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좋아했고 야곱이 어린 앨버트로스들을 돌봐주는 등 무리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야곱은 또한 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앨버트로스들이 '날지 못하는 앨버트로스는 무리에서 배제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고수했다면 야곱은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을 것이다.

만약 야곱이 노래를 못 불렀을 뿐 아니라 성격이 괴팍하고 다른 앨버트로스들에게 호감을 얻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날지 못하는 앨버트로스는 무리에서 배제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뒤바뀌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책에서 야곱은 주인공이지만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야곱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야곱이 아니라 다른 앨버트로스들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책 앞 부분에 적힌 작가 소개를 봤다.


글을 쓴 가브리엘레 하이저-코리오트는 1948년 독일의 니더작센 지방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후, 언어와 수학 교사로 활동했으며 현재 본에 살고 있다. 장애인 아들을 위해 쓴 이 책은 그녀의 첫 번째 작품이다.


알고보니 이 책은 자전적 소설이었다. 현명한 동물들을 만나러 다녔던 야곱의 엄마가 작가 자신이었다.

책의 이야기 자체는 '신체적 장애'에 국한되지 않고 '다름'에 관한 이야기로 폭넓게 해석될 수 있다. 다르다는 이유로 무리에서 퇴출 당한다는 것. 퇴출 당한 비주류로 숨어 살아가는 것과 연결이 됐다. 소설 <편의점 인간>의 후루쿠라와 시라하가 떠올랐다. 사회라는 궤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응당 갖춰야하는 조건들이 있다. 그 조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사회적' 장애인이 된다. 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은 물리적으로 불편함을 겪을 뿐만 아니라 신체적 장애가 원인이 되어 '사회적 장애'도 엎친데 덮친 격으로 떠안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야곱이 '날 수 없다'는 사실. 시라하가 '직업이 없다'는 사실. 후루쿠라가 '아르바이트만 하고 연애도 결혼도 안 한 30대 후반 여자'라는 사실. 모두 장애다. '장애'라는 단어가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모든 사회적 장애인들은 사회 안으로 들어가기 어렵다. 사회로 입장 가능한 티켓이 없는 사람들은 숨고 싶어진다.


야곱의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작가는 '파울과 그리고 날지 못하는 모두에게'라는 제목의 서문을 실었다. 아마도 '파울'이 작가의 아들 이름인 것 같다. 나는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결국 날지 못하는 이들에게, 다른 사람의 좋은 처분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날지 못하는 너를 좋아하게 만들어라. 날지 못하는 대신 다른 장점을 가져야 생존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호감을 얻도록 노력해라.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내고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라. 쓸모가 있어야 한다.

어쩌면 이러한 작가의 결론은 진실이다. 작가는 오랜 고민 끝에 이러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작가는 아들에게, 너는 날지 못하지만 다른 장점으로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