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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와 결혼하면 생기는 일

영화 <몽 루아>

by 진솔

<몽 루아>는 오로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관계에 포커스를 맞추고 파고든 영화다. 사랑의 발생과 종말, 그 후의 미련까지를 여자의 입장에서 그려냈다. 책임지지 않고 자유분방한 삶을 살려는 남자와 평화롭고 안락하게 알콩달콩 살고 싶은 여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고질적인 문제를 각 진행단계별로 차근차근 짚어낸 영화다.


내 타입은 아니지만 남자 조르조(뱅상 카셀)는 매력적인 외모와 거침없는 행동으로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타입이고, 여자 토니(엠마누엘 베르코)는 외모는 평범하지만 지적이고 능력있는 변호사다. 첫만남에서 조르조는 레스토랑 운영을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 레스토랑은 그의 옛여친 아녜스의 것으로 추정된다. 영화 후반부에, 파국에 이른 조르조와 토니가 이혼 얘기를 할 때였다. 조르조가 그냥하는 말로 토니를 변호사로 선임하겠다고 했고 토니가 당신 돈은 안 받는다고 하자 아녜스 돈이니 받으라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토니는 조르조가 아녜스를 보살피는 것을 질투하고 참다못해 집을 나가기도 하는데, 조르조는 사실 아녜스가 돈줄이라서 못 끊은 것 뿐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내가 여자라서 그런가? 조르조가 너무 개차반으로 나와서 둘의 잘잘못의 추가 왔다갔다하는 재미는 없었다. 조르조가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라든지 그런 게 전혀 없고 그는 그저 명백하게 여자라면 피해야할 종자로 묘사된다.


그래, 그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결코 지속적인 관계를 맺을 만한 남자는 아닌 것이다. 결혼생활에 권태를 느낀 조르조는 토니와 따로 살겠다고 선언하고 방을 구한 뒤 가정부를 두고 산다. 어느 날 토니는 사업관련 미팅이 있다고 집에 없을 거라고 말했던 조르조의 집에 뭔가를 놔두려고 갔다가 낯선 여자와 함께 침대에 누워있는 그를 발견한다. 다음날 그는 토니에게 자신이 바람을 피운 게 아니며, 사실은 마약 중독 상탠데 깨어나보니 모르는 여자가 자기 옆에 누워있다고 울면서 용서해달라고 빈다.


뭐 더 할 말이 없다. 조르조는 이기적이다. 남자 캐릭터는 이미 잘 알려진, 바로 그 나쁜 남자다. 너무 뻔하고 전형적인 캐릭터고 영화는 그런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가 어떻게 되는지에 집중한다.


토니를 만나기 전 모델들-아녜스도 모델이다-만 사귀었던 그가 토니와 결혼한 이유는? 그녀의 유전자 때문이다. 나는 거의 확신한다. 토니에게 아이를 갖고 싶다고 말한 건 조르조였다. 토니와 갈라설 때도 아이를 못 만나게 하는 개수작을 부리면 가만 있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는 그다. 나는 조르조가 자신의 매력적인 특성과 토니의 두뇌를 모두 갖춘 아이를 바랐다고 생각한다. 감독은 완벽한 자신의 후손을 원하는 남자의 본능적인 욕구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는 아이가 아들이기를 바랬다. 원하던 대로 아들이 태어났다. 그는 아들에게 강한 애정을 가지고 집착한다.


<몽 루아>의 한 장면


그들의 관계는 이혼 후에도 좋았다가 싫었다가의 곡선을 탄다. 이혼 뒤에 섹스하는 장면이 있다. 대체적으로 새로울 게 없는(나쁘다는 얘기는 아니고) 내용에서 한가지 흥미로운, 영화의 예리한 장면이 있었다. 아들을 지도하는 교사 두 명과 토니와 조르조가 상담하는 마지막 장면. 선생님과 조르조가 아들에 관해 얘기하는 동안 토니가 조르조의 눈과 코, 입과 턱을 조용히 응시한다. 조르조는 상담이 끝나자마자 토니에게 인사하고 가는데 토니는 “가는 거야?” 묻는다. 토니는 그가 예전처럼 자신에게 질척대지 않는 게 서운하다.


영화가 끝나고 '몽 루아(Mon roi)'가 무슨 뜻인지 찾아봤다. 나의 왕. 나를 쥐고 흔드는 절대권력의 왕, 조르조. 거침없고 난폭한, 한 마리의 야생마 같은 그에게 휘둘리는 토니. 제목이 참 적절하다 싶다.



<몽 루아>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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