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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te Lee Nov 16. 2021

브랜드화하는 아티스트들

케이트의 아트마켓 39

-    변화하는 갤러리와 아티스트 관계

-    상업 브랜드와 아티스트의 협업

-    아티스트 에이전시 성황  



순수 예술과 상업 예술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아티스트의 활동 영역과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여러 개의 갤러리에서 동시에 활동하는 아티스트들


다니엘 리히터(Daniel Richter), 'Don't mess with Jill, the refiner of the story', 2001.  

Photo: BernieCB via Flickr/Creative Commons. 


갤러리는 오랫동안 소속 아티스트의 작품을 판매하고 커리어를 관리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 대신 작품 판매 시 일정 비율의 커미션을 가져가는 형태로 아티스트와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과거 하나의 갤러리가 소수의 아티스트들을 담당하고 관리하던 작은 공동체적 관계가 현재 아트 마켓의 변화와 함께 달라지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많은 상거래가 이루어지는 아트 마켓이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갤러리들은 세계 도시 곳곳에 지점을 열며 대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 다른 도시나 나라에 있는 갤러리들과의 협업 도모 등 다방면으로 구조적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더 이상 폐쇄적인 소규모의 공동체로는 확대되는 컬렉터 규모와 다각화되고 다변화되는 컬렉터들의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독일의 대규모 사이즈 유화로 유명한 표현주의 아티스트 다니엘 리히터(Daniel Richter)는 서울에도 지점이 있는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Galerie Thaddaeus Ropac)과 암스테르담과 뉴욕에 지점을 둔 그림 갤러리(Grimm Gallery)에 동시에 소속되어 있다.  리히터 같은 중견 작가들뿐만 아니라 신예 작가들도 많게는 5-6개의 갤러리들에 동시 소속된 경우가 늘고 있는 추세다.  그리고 이들을 동시에 대표하는 갤러리들은 한 명의 아티스트가 창작해낸 작품에 대해 각기 다른 시각과 특유의 해석으로 자신들이 추구하는 고유의 예술적 관점이 느껴지는 작품의 전시와 판매를 도모하고 있다.  



달라지는 예술가의 의미 


케니 샤프(Kenny Scharf), 벽화(Mural), Bowery St., New York, 2010.  

Photo: Christopher Paulin via Flickr/Creative Commons.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디올(Dior)이 아티스트 케니 샤프(Kenny Scharf)와 협업하여 2021년 남성복 가을 컬렉션을 발표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샤프는 회화와 조각, 영상, 행위 예술, 그리고 거리 예술에 이르기까지 여러 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는 미국의 아티스트이다.  아티스트들이 패션 등 브랜드들과 협업하게 된 것은 불과 몇십 년 전부터이다.  이전의 예술계는 예술이 상업적 특성과 거리를 두어야 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상업 예술을 하는 아티스트들을 달갑지 않게 여기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순수 예술과 상업 예술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작가들은 브랜드들과의 협업을 통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컬렉터의 범주를 확대하며, 재정적 수입원을 늘릴 수 있는 새로운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브랜드들 역시 MZ세대 고객에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아티스트 에이전시의 등장


다니엘 아샴(Daniel Arsham), '떨어지는 시계(Falling Clock)', 2011.

Photo: Brian Jeffery Beggerly via Flickr/Creative Commons.

 

이렇듯 아티스트들의 활동 영역이 광범위해지면서 아티스트들은 갤러리에 소속되어 커리어를 쌓는 방식에서 벗어나 이들의 커리어를 담당하는 에이전시들과 손을 잡고 있다.  아티스트 에이전시들은 갤러리나 미술관 등에서의 전시를 포함한 아티스트 본연의 작품 창작활동에 더하여 여러 분야에서의 협업 등을 통해 이들의 커리어를 만들어 간다.   


비단 패션뿐만이 아니다.  자동차와 화장품, 스포츠 용품, 인테리어, 보석, 문구, 장난감 등 소비재 브랜드와 기타 다른 회사들의 마케팅이나 홍보에도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2020년 11월 미국 프로농구(NBA) 팀 중 하나인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Cleveland Cavaliers)는 미국 아티스트 다니엘 아샴(Danel Arsham)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위촉했다.  아샴은 조각과 회화, 건축, 그리고 영화까지 제작하며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유명 아티스트이다.  


얼핏 생각하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들 농구팀과 아티스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신선한 조합은 많은 화제가 되고 있다.  아샴은 구단의 상품과 농구 코트 등의 디자인과 더불어 팀의 소셜미디어에서의 이미지 등 전반적 구단 이미지 조성을 주관한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예술계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아티스트 자체가 브랜드화하고 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사회에서 예술과 아티스트들도 예전의 관념에서 많이 벗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몇 년 후에는 또 어떤 새로운 양상으로 변모해갈지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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