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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교사 Feb 09. 2021

나와 집의 관계

26살부터 직장 생활로 인해 월세와 전세를 전전하며 살아왔다. 어느 원룸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등기부등본을 떼며 부동산에서 얘기했던 내용들이 떠오른다.


"대출이 이 만큼 껴있고..(여러 부연 설명들을 하고)... (결론적으로) 이 집주인이 xx학교 교사라 안전해요"


교사는 공무원이기 때문에 대출이 많이 껴있어도 안전하다는 사실과 교사가 집주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말이었다. 이 두 가지 사실 중에 후자만이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30대 교사인데 집주인이라니. 나랑 나이차가 크게 나지도 않는데 이 분은 집주인이고 나는 세입자라니. 같은 직업이지만 세상에 서있는 위치는 달랐다. 온전한 독립을 위해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긴장감과 설렘으로 가득한 어엿한 새내기 교사는 한없이 작아지고 괴리감과 박탈감 같은 것들이 마음속에 남았다.





2021년이 되었다. 코로나가 심해진 작년부터 집값이 꿈틀거리더니 미친 듯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 집들 중 내 집은 없었다. 아니, 그냥 '내 집'이 없었다. 2030 세대가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고 있다는 뉴스들이 콸콸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나는 그 뉴스들을 보고 흘려보냈다. 그 2030은 적어도 나보다 여유가 있는 2030들 얘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내 생각이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 호갱 노노 어플에 나온 실거래가를 보며 점점 오르는 집값에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 엄마의 입김이 심했다. 엄마는 우리 동네 집값에 대해서 열변을 토했고 얘기를 들으며 나도 엄마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그래 나도 사야겠다. 한번 알아보자.


먼저 여러 은행을 돌아다니며 최저 금리와 대출이 최고 얼마까지 나오는지 파악했다. 대출을 많이 막아놔서 내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렇게 내 최대 금액을 정하고 이 금액으로 살 수 있는 범위의 아파트들을 찾았다. 우리 가족은 이 지역 토박이이기 때문에 동네 분위기라던가 예전부터 개발 얘기가 나왔다 라는 것들은 알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이미 큰 호재나 개발 얘기가 나온 곳들은 내가 들어가기 어려운 금액대였다. 내가 몇 억만 더 있어도 이거 무조건 사는 건데..라는 헛소리를 혼자 중얼거리며 부동산을 나왔다. 몇 억이 누구 개집 이름이냐!


어찌 되었든 간에 내가 가진 금액으로 살 수 있는 아파트는 30년 이상 된 초구축 아파트,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소형 아파트 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엄마가 언급했던 곳들 중 하나기도 했다. 그리고 나의 모든 학창 시절을 보냈던, 우리가 가장 오래 살았던 동네였다. 초구축이다보니까 가격이 굉장히 아주! 안 오르는데도 이번 사태(?)에서는 쑥 오르는 모습을 보며 어이없다 못해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한동안 부동산을 들락날락 거리며 이 집을 살까 말까 고민을 하고 이 아파트 저 아파트 여러 아파트를 알아보고 공부했지만 아직도 모르겠다. 내가 집을 사는 게 맞는 건지.

분명 얼마 전까지 패기롭게 사야겠다! 했던 마음은 홀연 듯이 날아가버렸다.

괜찮은 상태의 집들이 나와도 막상 그 앞에서는 신중해졌다. '이 가격에 이걸 사는 게 맞을까..?'라는 고민할 새에 다 매매가 되었다.


어느 날 괜찮은 조건의 매물이 나와서 마음을 굳게 먹고 다음날 집을 직접 보고 괜찮으면 바로 계약하자라고 엄마와 얘기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다음날 방문하기로 약속했는데 당일 저녁에 누군가가 집을 보지도 않고 매매를 했다. 아.. 이 집은 나랑 인연이 아니구나.라고 운명을 운운하며 짜증을 삭혔고 그렇게 나와 내 집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는 듯했다.


그 거리는 아직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내 집이 생길 수도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나와 집은 소유자와 소유물의 관계가 될 것인가 혹은 2년마다 바뀌는 띄엄띄엄한 관계가 될 것인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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