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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te kwon Jun 29. 2023

미국에서 생존 일기 1

오늘도 무사히....


차차 설명할 기회가 올지 모르겠지만, 나는 교육구 소속 공무원 5년 9개월차가 되어간다.

 전공은 건축이지만, 이쪽 전공들이 휩쓸려 떠내려가던 서브 모기지 사태때, 연방정부와 주정주 돈들이 public work(주정부) 공사들로 몰렸고, 나는 재빠르게 주정부 공사를 주로 하던 시공회사로 옮겨 일하다가, 한국계 회사에서 일하다가, 결국 공무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갑을병정의 정안에서도 갑을병정이 있고, 갑에서도갑을병정이 존재하지만, 크게보면 정에 해당되는 시공사에서 갑에 해당하는 발주처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20살이 넘어 미국에 왔고, 머리도 나뻐서, 영어는 늘지않아, 말귀는 알아듣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눈치와 타고난 타이밍, 그리고 건축에서 다져온 잡기들로 근근히 하루 하루 버티고 있다.


나는 노조(union)가 될 수 있는 평사원 직급이 아니고 타이틀에 assistant manager가 들어가 있어서 그런지 아무때나 HR이 들어닥쳐 "30분만에 짐싸서 꺼져" 하면 그날 바로 쫓겨날 수 있는 매니먼트 직급이기에, 지난 5년9개월간 무협지에서 '자신의 실력은 삼푼정도 숨겨야 한다'는 고명을 마음에 아로새기고, 나의 잡기들을 아주 조금씩 하지만 현란하게 보이지 않게 적당한 선에서 꺼내놓고 있다. 여기서 적당히가 매우 중요하다. 그 이유는, 다른 팀원들이 " 흠! 쟤는 내가 기댈말한 잔기술이 있는데"라구 느끼는 순간, 그땐 망한거다. 당장 나는 다른 팀원들의 일까지 떠 맡을수도 있다. 더 나아가, 정치적으로 엄청 엮어있는 곳이 이쪽이라, 자신을 돋보이게 할수 있는 부하직원의 잡기가 발견된다면, 매 분기마다 내 job description 상관없지만, 진짜 탑 보스들이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하고 잡다한 일을 하면서 즙짜이듯이 짜이고 있을것이다. 나도 올해 교육구 이사회에 프리젠테이션에 쓰일 영상을 만들었다. 건축전공자의 장기덕분이리라..


40살이 넘어가면서 나라는 인간에 대해 어렴풋한 느낌이 있다. 다른 이들은 나이가 들면 철이 들고 연륜이 쌓인다는데 나는 이제사 나라는 인간에 대한 조금씩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뭐랄까,  책의 목차를 훓고 챕터 1 중간 어드매쯤?

그동안 대충 파악 된 나라는 인간은

능동적 근무보다 주 5일 정해진 근무시간을 선호하고,

 멀티테이스크에 약해서 바로바로 일처리를 하는편이고,

인간관계를 싫어해서, 일외적인 소식이나 루머에 관심없고,

마이크로 매니징이 맞고, 매크로 매니징을 하는 보스를 선호하,

성격이 지랄맞아도 명확한 방향을 정해주는 보스를 선호한다.

능력도 없는데 자리값하려는 인간을 진짜 혐오한다. 문제가 생기면 전화나 이메일보다, 현장에서 사진위에 스케치나 디테일로 해결하는 선호한다.


위에 사항들을 봤을때, 나는 보스재질이 절대 아닌것이다. 게다가, 난 단 한번도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자신감을 느껴 본적도 없다. 자기 개발서 또는 성공담의 글들을 보면 당당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과감하고 자신감이 넘치는데..,.. 자신감은 그냥 나에게는 절대 오질 기연같은 거다. 나는 자심감이 없다보니, 뭘 하나 진행하더라도 더 들여다보고, 더 알아보고, 단계를 건너뛰지 않고 , 실수와 오차를 없는 연륜대신 몸빵으로 떼워  결과적으로 선방하고 싶어한다. 그래도 크게 망할때도 있다. 크게..그땐 모든걸 운명에 맡기고 이또한 지나가리라 마인드를 탑재하고 존버를 한다.


오늘 우리의 공급업체, 시공업체들을 모아 새로운 계약 방식에 대해 세미나를 했다. 많은 회사들을 초정하기 위해 내가 아는 회사들에게 이메일 보냈고, 그 중 한 분을 세미나 전에 만나 인사를 했다. 정말 안지 거의 10년에 다 되어가는 분인데.. 왕보스가 되야지 아직도 이렇게 고생하냐고 좋은 취지로 말씀하셔서, less money, less stress 라고 말씀 드렸다.

능력이 되서 승진을 하면 돈을 더 많이 받겠지만, 그에 따른 책임감, 압박, 평판, 그리고 여기저기서 터지는 일들에서 오는 스트레스, .... 이렇게 서술하기만 해도 벌써 괴롭다.

어차피 많이 벌어도 없어지는 돈 적게 벌어도 없어지는 돈. 그냥 이 자리만 보존한것만 해도 감지 덕지이다. 뭐 빨리 은퇴하면 좋고..그래서 나는 10년후 계획보단 오늘도 무사히 모토이다.

오늘을 버텨내는게 최대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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