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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옥션 Sep 22. 2020

한과 고독으로 점철된
한국의 프리다 칼로, 천경자

#케이옥션 #9월경매 #근현대미술 #천경자

한국화의 채색화 분야에서 독창적인 화풍을 개척한 천경자는 1924년 전남 고흥군에서 태어났습니다. 천경자의 어머니는 외동딸이었는데, 외할아버지는 외동딸을 남장을 시켜 서당에 보낼 정도로 깨어 있었고, 그런 외할아버지는 손녀를 끔찍이 아껴 옥자(玉子) 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죠. 


고등학교 시절, 미술 선생님에게 그림을 배운 천경자는 그 시절 혼담이 오가자 결혼하기 싫어 미친 시늉을 했다는 일화도 전해집니다. 그것이 통했는지, 천경자는 1941년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여자미술전문학교에 입학한 후 일본화 고등과에서 사실적 데생법과 채색법을 익혔죠. 이 때부터 할아버지가 지어 주신 옥자라는 이름을 버리고 우리에게 알려진 경자(鏡子)라는 이름을 스스로 지어 사용하게 됩니다.


동경여자미술전문학교 시절이던 1942년, 고혈압으로 반신불수가 되었지만 손녀의 모델이 되어준 외할아버지를 그린 초상화 ‘조부상’으로 제22회 선전에서 입선한 후 1944년 귀국하여 결혼하지만, 그녀의  개인적인 삶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천경자, 조부상 


나물 캐러 갔던 동네 소녀가 허리띠인 줄 알고 꽃뱀을 집으려다가 물려 죽은 일이 있었어요. 그 장면이 어렸을 때부터 머리에 남아 언제가 그림으로 그리고 싶었지요.


한국 전쟁 전후로 뱀에 매료되어 뱀집을 찾아다니며 스케치에 열중한 천경자는 1952년, 부산 국제구락부에서 열린 개인전에 작품 <생태 生態>를 선보이며, 한국 화단에 화제를 모았습니다. 보편적이지 않은 소재, 뱀이 뒤엉킨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동생의 죽음으로 인한 고통과 슬픔, 삶의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 그린 것으로, ‘수십 마리의 뱀을 화면에 집어 넣음으로써 동생을 잃은 슬픔을 극복하고 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전해집니다. 


1952년 작 ‘생태’.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국민일보 기사에서 발췌)


1954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전임강사로 임용되어 서울로 올라온 천경자는 1955년 대한미협전에서 작품 <정>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녀의 초기 작품은 일본 채색인물화풍의 영향을 받아 사실적이고 장식적인 채색 기법을 구사했고, 1959년 이후 새로운 한국화를 모색하던 천경자는 1959년 이후 환상적인 색채를 사용하여 초현실적이고 환상적인 화풍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그녀는 1969년 유럽과 남태평양을 여행하며 내면에 잠재된 욕구를 확인하고 색채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났고, 1972년 베트남전 종군화가단에 참여하고 1974년 홍익대학교 교수직에서 물러난 뒤 1990년대까지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경험한 이국적인 정취를 과슈 같은 새로운 재료를 사용하며 작품 세계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그림 속의 여자는 결국 그린 사람의 분신이에요.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


특히 1976년에 제작한 가로 130㎝, 세로 162㎝의 대작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은 천경자가 만 49세에 치유의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온 뒤 그린 작품으로, 천경자는 ‘고독과 상념에 잠긴 채 코끼리 등에 엎드려 있는 나체 여인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고 언급했죠. 이후 1980년대까지 여성으로 자의식이 담긴 단독 여인상을 제작하며 천경자 특유의 화려하고 낭만적인 인물화가 탄생합니다. 



어쩌면 저를 지켜주는 마녀일지도 모르지요. 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한결같이 목이 길고 멍한 눈동자를 지녔어요. 의상은 화려하고 머리에는 예쁜 꽃을 꽂았지만 저는 그 화려함 뒤에 숨은 고독을 찾고 싶었어요.


화면 속 천경자는 화관을 쓰고 있거나 꽃을 들고 있습니다. 창백한 피부에 두 눈동자는 동그랗게 확장되어 있으며 갈색이나 금빛의 머리칼은 길게 내려뜨리고 있죠. 자화상에 담긴 여인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기에 천경자는 ‘꽃과 여인을 그린 화가’로 세상에 알려지게 시작했습니다. 이렇듯 그의 작품은 그 자신의 감정을 포함하여 자연의 아름다움, 생명의 신비, 인간의 내면세계, 문학적인 사유의 세계 등 폭넓은 영역을 포괄합니다. 



천경자는 한국 미술계에 몇 명 되지 않는 유명 여성 작가 중 하나입니다. 뛰어난 예술가였지만 또 사랑에 울고 웃는 평범한 여자이기도 했죠. 사랑 앞에 솔직했기 때문에 그녀는 굴곡이 많은 인생의 슬픔을 안고 살아가야 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런 슬픔은 천경자만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완성하는 원천이 되었을 것입니다. 



케이옥션 9월 경매 출품작, 여인 (작품보기)


천경자 1924 – 2015 여인  pigment on paper, 40.5×31.5cm, 1990 


케이옥션 9월 경매에 선보이는 천경자의 작품 <여인>은 밝은 색의 블라우스와 대비되는 검은 피부를 가진 모습이 두드러집니다.  까무잡잡한 피부, 뚜렷한 이목구비와 다소 둥근 코가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자아내죠. 이 작품은 1990년대 작품의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으며, 작가의 기억 속에 담겨있는 이상적인 여인의 모습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진정한 보헤미안 천경자의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작품을 경매를 통해 확인해 보세요. 

 


작품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가졌던 천경자 화백


프리뷰: 9. 12. (토) ~ 24. (목), 10:30am ~ 6:30pm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전시장 (기간 중 무휴, 무료)
경매: 9. 24. (목), 4pm,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경매장



조부상, 이미지 출처: https://chunkyungja.org/gallery/

생태, 이미지출처: http://news.kmib.co.kr/article/print.asp?arcid=0923290997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 이미지 출처: https://chunkyungja.org/portfolio/%EB%82%B4%EC%8A%AC%ED%94%88%EC%A0%84%EC%84%A4%EC%9D%98-49%ED%8E%98%EC%9D%B4%EC%A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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