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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Oct 29. 2017

시장의 흐름을 읽고 도전하라 <골목의 전쟁>

같은 상황을 보더라도 생각의 깊이가 다른 사람들이 있다. <골목의 전쟁>을 읽으며 저자인 김영준이 바로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라는 필명으로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으로 이미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나는 <골목의 전쟁>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경제와 시장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직접 뛰어들어 장사를 하지 않으니 나는 시장경제와 상관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골목의 전쟁>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인식하지 못할 뿐, 나는 수많은 흐름 속에서 소비하고 경제와 시장의 속임수에 당연한 듯 속으며 살아가고 있다. 일반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제대로 알지 못해 무척 억울한데 하물며 직접 소비시장에 뛰어든 수많은 자영업자들은 말 그대로 눈뜨고 코 베이는 꼴이다. 


<골목의 전쟁> 속 이야기 중에 많은 부분은 아마 누구나 한 번쯤 '그러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봄직한 주제들이다. 하지만 누구나 그 문제를 파고들어 원인과 결과를 찾아내어 미래를 내다보지는 못한다. <골목의 전쟁>은 꼭 장사를 준비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 거리를 지나다 '저 가게는 왜 망했지?'라는 궁금증을 품어본 사람들에게 시장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알려준다. 

요즘 재미있게 보는 프로 중에 하나가 '백종원의 푸드트럭'이다. 그중에서도 최근에 방영한 장사 초보들의 부산 편이 특히 더 인상 깊었는데 열심히 하려는 사람들의 발전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지만 장사가 쉽지 않다는 것, 특히 먹는 장사가 녹록지 않다는 사실을 이야기해 줘서 흥미로웠다. 꽤 오랫동안 장사를 해온 부모님 덕분에 장사라면 치를 떨지만 장사의 재미도 일찌감치 알았다. 하지만 요즘은 예전 우리네 부모님들이 장사 하던 때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단지 자기만 열심히, 묵묵히 한다고 성공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물론 '열심히' 해야겠지만 그것은 누구나 기본적으로 장착하는 것이다. 이제는 시장의 흐름을 읽는 눈을 가져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이다.


<골목의 전쟁>은 길지 않아서 읽기 쉽고 알찬 내용들도 가득하다. 가장 먼저 최근에 이슈가 되었던 '대만 카스테라'에 대해 분석하는 글을 통해 독자들의 책에 대한 집중력을 높인다. 이어서 들려주는 가게에 붙이기 시작한 '착한'이라는 굴레에 대한 저자의 의견이 무척 흥미로웠고 공감했다. 경제와 시장에 대한 이야기라 다소 이론적이거나 딱딱할 거라 생각했었는데 주제 하나하나가 모두 잘 아는 이야기이며 현재 겪고 있는 문제들이라 책은 순식간에 읽혔다. 

장사나 사업을 준비함에 있어 당사자가 현혹되지 말아야 할 여러 가지 사례에 대해 알려주는데 그중에서 나는 다음의 구절이 기억에 남았다. 

아이템 만능주의의 또 다른 허점은 '그 아이템이 정말 훌륭하다'라고 평가한 이가 사업을 구상하는 본인이라는 것이다. 즉, 그저 '그의 눈에만 훌륭한 아이템'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별다방 커피가 비싼 이유를 원가의 개념에 대한 설명과 재료비와 가격의 비율 그리고 한국 소비자의 소비성향까지 연결지며 '왜'라는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들려준다. 자영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비롯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원가의 정확한 개념을 모른다고 말한다. 장사를 준비 중인 사람이라면 <골목의 전쟁>을 읽은 후에 당장 제대로 된 원가와 재료비 등에 대한 공부부터 시작하지 않을까.


한국 상권은 크게 프랜차이즈와 골목가게로 나눠져 있다고 생각하는데 <골목의 전쟁>에서도 역시 그 두 가지에 대해 자세하게 분석해 준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수제'에 대한 의미, 프랜차이즈의 어두운 면, 전통시장이 쇠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읽으며 살아남는 자와 도태되는 자의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골목의 전쟁>에서는 현재 시장에 대한 문제점과 분석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상가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걷는 사람들을 유치해야 한다, 골목이 상권을 변화시키는 원인과 골목길의 중요성 등 자영업을 준비하기 전에 시장을 파악할 수 있는 조언들을 해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인 '왜 망하는가'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를 알려주는데 앞선 분석과 조언보다, 어쩌다 자영업자가 된 후에 어쩔 수 없이 망하게 된 사람들의 실패 원인에 대해 더 열심히 읽었다. 

'어쩌다 자영업자'들은 대부분 이러한 큰 변화에 대해 큰 꿈을 꾸지 않고 있거나,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전망하여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노력의 배신을 이해하고 절박한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역전극이 짜릿한 이유는 그것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력과 절박함이 성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믿음은, 10년 전에 크게 유행한 어떤 책에 나온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그것이 이뤄지게 도와준다'라는 말고 크게 다를 바 없다. 

시장에는 성공한 사람보다 몇 배나 많은 실패한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우린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보다 성공한 사람들의 스토리만 쫓아간다. 성공한 이들의 달콤한 이야기에는 많은 것이 빠져있다. 하지만 이미 그 달콤함에 취한 수많은 예비 자영업자들은 자신의 실패를 0.0001%도 생각하지 않는다. 

<골목의 전쟁>을 자영업을 준비하는 지인에게 선물했다. 실패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시장이 감추고 있는 이면을 제대로 알고 시작하길 바랄 뿐이다. 나는 <골목의 전쟁>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책 덕분에 나도 모르게 골목의 수많은 가게들을 예전보다 더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 책을 통해 눈앞에 넘실거리며 흘러가는 시장의 흐름을 당신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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