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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Jun 01. 2022

신이 물었다. '이제 어떻게 살 거야?'


새벽에 눈이 번쩍 뜨였다. 다시 자려고 눈을 감았지만 도통 잠이 오질 않았다.

'일어나서 글이나 쓸까?'

하지만 그러기엔 또 귀찮았다.


깜깜한 방안의 천장을 쳐다보고 있다가 휴대폰을 들었다.

문득,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개봉했을 때 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 '소울'의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주인공은 평생 바라던 순간을 앞두고 어이없는 사고로 죽는다.

영화는 그가 살았을 때 미처 알지 못했던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극찬을 받은 영화라 꽤 기대를 하고 봐서인지,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니었다.

강한 임팩트를 원했던 사람이라면 지루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누구나 알지만, 늘 잊어버리는 삶의 진실.

극적인 장면없이 잔잔히 그려내는 류의 영화였다.


줄거리는 수없이 많이 만들어진 클리셰였고, 영화 속 장면들 역시 어디선가 한번 쯤은 봤을 법한 것들이었다.


기대한 것 보다는 조금 심심했다.

그럼에도 나는 '소울'을 보는 내내 참 좋았다.


작은 휴대폰이 아니라 큰 화면으로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소울'이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말하는 것은 단 하나뿐이다.

인생은 목적이 아니다. 그저 순간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주인공은 죽음의 순리를 거스르며 다시 살아 돌아와 평생을 기다렸던 그 순간을 맞이했다.

하지만 이후에 뭔지 모를 공허함을 느낀다.


그때, 함께 공연했던 여자가 그런 말을 한다.


"젊은 물고기가 늙은 물고기에게 물었지. 바다를 찾고 있는데요. 그러자 늙은 물고기가 말했어. 여기가 바다란다."


주인공 조 가드너와 함께 다니는 영혼 22번은 천 년이 넘는 세월동안 수많은 유명한 멘토들의 조언을 받지만 결국 자신의 마지막 불꽃을 찾지 못해 지구에 오지 못한 영혼이었다. 그런 22호가 주인공의 몸을 빌려 경험한 순간을 통해 마지막 불꽃을 찾게 된다.


너무나도 보잘 것 없고 평범한 자신과 함께 하면서 불꽃을 찾았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던 주인공이 신에게 묻는다.


"유명한 멘토들도 찾지 못한 불꽃을 어떻게 나를 통해 찾을 수 있었던 거죠?"


그러자 신이 지겹다는 듯 툭 내뱉는 한 마디.


"어휴... 유명한 놈들이란... 그 놈의 삶의 목적!"


누구나 유한한 삶을 살면서 꼭 이루고 싶은 삶의 열정과 목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목적 만을 보고 달리다가 다른 중요한 것들을 잊고 사는 게 아닐까.


신이 물었다.


"이제 어떻게 살 거야?"


"모르겠어요. 하지만 하나는 확실해요. 매 순간을 즐길 거라는 거!"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는가.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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