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iOS 14.5 업데이트에 따른 데이터 활용 전략에 관하여
얼마 전 애플은 iOS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하면서 고객이 설치한 앱의 데이터 활용에 대한 선택권을 강화했다. 애플의 팀 쿡은 예전부터 마크 주커버그와 설전을 벌이며 고객 데이터 활용에 대한 투명성을 누누이 강조해왔는데 이번에 실행으로 옮긴 것이다. 고객이 애플 기기에서 운영체제를 14.5 ver으로 업데이트 한 뒤, 앱을 실행하면 앱 사업자가 맞춤형 광고를 위해 당신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에 동의하겠냐는 팝업이 첫 번째로 노출된다. 애플 유저 입장에서는 앱을 서비스하는 사업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수집해서 맞춤형 광고 및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한 선택권이 주어졌으니 좋은 일이다. 반면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처럼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서 맞춤형 광고로 수익을 내는 기업들은 아무래도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애플은 이러한 정책을 따르지 않는 앱 사업자에게 패널티를 줄 것이라고 공지했다.
얼마 전 페이스북은 실적 발표를 하며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48%나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그들의 속마음은 앞으로 어떻게 전략을 짜야할지 머리가 많이 아플 것이다. 광고 단가 상승과 코로나로 인해 서비스 이용 유저 증가로 매출이 증가했지만, 광고 단가를 높이려면 광고주가 원하는 유저 세그먼트를 제공해야 된다. 쉽게 말해 데이트 어플에서 일반 남성 타겟과 전문직에 명문대학을 나온 타겟을 비교하면 후자가 그들 입장에서 훨씬 구미가 땡기는 유저 집단인 것이다. 광고주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광고를 할 때 특정 유저 집단에 광고가 노출되길 희망하는데 조건이 복잡해질수록 광고 클릭당 단가가 높아진다. 페이스북이 유저의 정보를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수집하는 가장 큰 이유다. 그들은 얘기한다. 더 많은 정보를 입력할수록 더 나은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진다고. 10년 전 대학생 시절에 바보같이 이런 사실을 모르고 그들에게 굉장히 자세한 데이터를 제공했다.
애플은 그렇다 쳐도 안드로이드 진영은 괜찮지 않냐고 할 수 있겠지만, 구글도 사용자 데이터에 대한 선택권을 주고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구글도 광고를 하지만 그들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소유하고 있고 그 위에 절대적인 점유율을 가진 다수의 구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구글 검색엔진이 있고 유투브와 G메일을 전 세계 수십억명이 매일 쓴다. 쉽게 말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기업과 비교했을 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인 것이다. 이래서 기업들이 다들 플랫폼을 선점하려고 한다. 크롬 브라우저가 3rd Party 쿠키를 1년 안엔 막겠다고 하는 걸 보면 데이터와 관련한 개인 프라이버시는 점점 강화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구글은 개별 사용자에 대한 타겟팅을 지양하고 비슷한 성향을 가진 세그먼트를 묶어서 광고주가 타겟팅 할 수 있게 제공하겠다고 그동안 밝혀왔다. 고객은 우리가 알아서 분류할 것이니 더 나은 캠페인 소재 고민해서 더 많은 광고 돌리라는 얘기로 들린다. 네이버나 구글이나 검색엔진이자 거대한 쇼핑몰이나 다름없다.
얼마 전 플러리는 자사 블로그에 유의미한 데이터 분석 결과를 게재했습니다. 플러리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앱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앱 사용자 데이터를 엄청나게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들은 그중 일부를 샘플링해서 애플의 OS 14.5 버전 업데이트 이후 미국에서 앱 사용 데이터 추적에 대해 허용한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발표했다. 어제(5/14) 기준으로 3주가 지났는데 미국에서 약 5% 사용자만 앱 데이터 추적을 허용했다. 전 세계 평균은 14%인데 중요한 건 시간이 지나도 허용하는 비율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도 미국에서 95%의 사용자는 자신의 데이터를 앱 광고 추적에 활용하는 것을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광고가 주요 수익원인 업체들은 정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페이스북이 아무리 VR(증강현실) 및 오큘러스에 투자를 하고 페이스북 또는 인스타그램 커머스로 대박을 친다고 해도 여전히 주요 수익의 90% 이상이 광고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는 허용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긴 하다. 헌데 사람들은 아무리 맞춤형 광고를 제공한다 해도 앱 데이터 활용 추적을 허용하는 사람은 드물 것으로 판단된다. 어떤 사람은 애플 기기를 사용하면서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플러리가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6주 안에 75% 이상의 유저들이 운영 체제 업데이트를 한다고 밝혔다. 휴대폰 교체 주기가 보통 2년인데 새 휴대폰에는 최신 운영체제가 설치된다. 그러니까 시간이 지나면 왠만한 사람들은 대부분 최신 운영체제를 사용하게 된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작년부터 이런 상황이 되면 소상공인이 맞춤형 광고를 하지 못해 그들의 매출이 떨어질 것이라며 광고까지 하면서 우려를 표했다. 어쨌든 그건 그들 입장이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개인정보의 광고 활용에 대해 투명성과 선택권을 높이려는 애플에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과도한 광고에 지치기도 했고, 지난번 트럼프가 힐러리를 이기고 당선되었을 때 페이스북의 고객 데이터를 불법적으로 활용해서 부동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광고를 통해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넷플릭스 다큐 '거대한 해킹'을 보면 자세히 알 수 있는데 고객 데이터를 악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마크 주커버그는 이 사건으로 법정에 출석했고, 결국 사과문을 발표했다.
개인적으로 요즘 오프라인 매장을 가면 체온을 측정한다는 명목 하에 얼굴에 카메라를 갖다 대는데, 이 기기에 데이터 전송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고 굉장히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 쉽게 말해 체온을 측정하기 위해 들이민 얼굴 데이터가 중국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국 정부를 이를 알고도 제대로 된 조치를 안 하다가 최근에야 부랴부랴 정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하튼, 우리는 최소한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주인 의식이 있어야 한다.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니까 좋은 거 아니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만, 맞춤형 광고를 통해 얻게 되는 이득이 손실보다 수백 배 적다는 건 알고 그런 얘기를 하는 건지 답답할 따름이다.
언론에서는 데이터의 좋은 면만 얘기하지만 그들 역시 주요 수익원은 기업에서 수주한 광고로 운영된다. 탐사 보도 언론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자본이 부족하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한국에 지사를 설립한 뉴욕 타임즈는 예전부터 기사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독자 구독 모델로 전향했고 다른 언론도 구독 기반 수익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한겨레가 최근 구독자에게 후원을 독려하지만 난 결국 한겨레 역시 뉴욕 타임즈와 같은 모델로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트위터는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앱 데이터 활용 및 추적에 대한 애플의 정책에 우려를 표했다. 광고가 있기 때문에 고객이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공지를 웹과 앱에 팝업으로 띄웠다. 난 이걸 보며 이것들이 이제 고객을 협박하는구나 라고 받아들였다.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는 게 아니다. 그들에게 데이터를 제공한다. 제공된 데이터는 그들이 정한 프레임에 맞춰 가공되어 광고주에게 팔린다. 유투브 프리미엄을 쓰는 분들이 돈이 많아서 프리미엄을 쓰는 게 아니다. 광고가 보기 싫어서 쓰는거다.
페이스북과 달리 트위터는 유튜브처럼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를 조만간 내놓을 것이라 밝혔다. 이름하여 슈퍼 팔로우(Super Follow) 서비스인데 특정 인플루언서를 팔로우하면 구독료를 지불한 팔로워에게만 특별한 콘텐츠나 소식을 전달하는 모델으로 보인다. 구독료는 월 5달러 정도라고 했는데, BTS 아미 같은 팬클럽을 겨냥한 서비스로 보인다. 여튼 이러한 구독 서비스가 정착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고 주요 수익은 여전히 광고를 통해 얻게 될 것이다. 페이스북은 아직 그런 계획을 밝히진 않았는데 둘 다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곳이니 앞으로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 흥미로운 일이다.
그렇다면 인하우스 마케터나 분석 담당자 입장에서 이와 관련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미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광고에 대한 효율은 대체적으로 이전 대비 낮아졌다는 의견이 많다. 그럼 마케팅 예산 대비 효율을 항상 고려해야 되는 상황에서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그렇다고 이미 효과를 경험한 채널을 포기하기도 쉽지 않다. 왜냐하면 이를 대체할만한 뚜렷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고객을 자사몰로 유도해서 고객으로 만들고 그렇게 확보한 1st Party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관리를 통한 리텐션과 구매당 결제 금액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야한다. 때문에 콘텐츠 마케팅을 통한 브랜딩과 검색엔진 최적화(SEO)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고, 이메일 채널 역시 가면 갈수록 핵심 채널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나이키가 D2C를 강화한다며 아마존에서 더 이상 물건을 팔지 않겠다고 했지만 모든 기업이 나이키를 따라 할 필요는 없다. 나이키라는 브랜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으며 충성 고객도 상당히 두껍다고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자사 고객 분석을 위해 데이터 분석 기업을 통째로 인수할 정도로 자본이 많고 이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나이키 멤버십 회원은 일반 방문자 대비 3배 이상의 돈을 쓴다고 한다. 그들이 회원 확보와 관리에 올인하는 주요 이유다.
나이키를 구매하는 회원들은 단순히 상품이 좋아서 구매하는 것보다 그들이 지향하는 철학에 공감하기에 지갑을 연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그 철학이 아디다스나 다른 경쟁 브랜드를 압도하기에 나이키의 D2C 전략이 먹힌 것이고, 이를 함부로 따라하는 기업은 투자 대비 별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2020년 초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나이키는 D2C를 강화하고 줄어든 오프라인 매출을 온라인 매출로 방어한 덕분에 주가는 최고점을 찍었다. 홈트레이닝 열풍도 나이키 매출 선방에 일조했을 것이다. 앞으로도 미국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종식될 기미가 보이면서 나이키에 대한 전망을 대부분 밝게 보고 있는 상황이다.
퍼스트 파티 고객 데이터는 값을 매길 수 업을 만큼의 가치를 지닌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닌 자체적으로 수집한 고유의 데이터는 매우 큰 경쟁력이 된다.
- 린 AI, 로밋 파텔
모든 기업이 나이키와 같은 상황은 아닐 것이다. 상품은 좋지만 충성 고객이나 브랜딩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고, 매출에서 자사몰 비중보다는 아마존이나 쿠팡 같은 오픈마켓에서 주로 판매를 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사몰을 만들고 강화해야 하는 이유는 오픈 마켓에서 판매할 경우 매출 볼륨을 키울 수 있지만 구매 고객에 대한 깊은 데이터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쿠팡이나 네이버에서 아무리 많은 자사 상품이 팔린다 하더라도 구매한 고객의 행동 데이터를 얻을 수 없고 오직 매출 데이터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그들에게 추가로 마케팅을 하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당장은 오픈마켓과 병행할지라도 장기적으로는 자사몰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럼 자사몰에 대한 투자를 강화한다고 했을 때 어떤 계획을 세워야 할까. 개인적으로 3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자사몰에 방문한 고객에 대한 체계적인 데이터 수집이 필요하다.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것은 단순히 주문 데이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고객이 어떤 상품을 봤고 어느 단계에서 이탈을 했는지, 그들이 다시 방문을 했는지 등의 행동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오프라인 데이터가 있다면 그것을 온라인 데이터와 결합해서 오프라인에서 구매하지 않은 고객이 온라인에서 방문했을 때 적절한 상품을 제안하는 식의 운영 전략이 필요하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러한 마케팅이 이제는 가능하고, 이를 주도하는 게 바로 구글이라는 기업이다.
둘째, 그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케팅 자동화를 구현해야 한다. 기업의 리소스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고객에게 적절한 제안을 자동으로 해주는 액션이 필요한데 이를 마케팅 자동화라고 한다. 이를테면 회원 가입 후 특정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았는데 구매하지 않을 경우 몇 시간 뒤 자동으로 이메일을 보내거나, 구매한 고객 데이터를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서 분석한 뒤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고객에게 광고를 하는 식의 활동이다. 이 역시 기술의 발달로 이제 가능해졌다. 마케팅 자동화는 앞서 언급한 고객에 대한 촘촘한 데이터가 있을 때 효과가 배가 된다. 때문에 고객 데이터를 수집했다면 끝이 아니라 고객 정보에 대한 업데이트와 데이터 관리를 꾸준히 해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역량에 대한 개발과 이와 관련한 투자 내지 협업이다. 기업 내부적으로 이러한 플랜을 짜더라도 실행할 인력이 없다면 인력을 채용하거나 파트너를 선정해서 같이 협업해야 한다. 수요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고급 인력을 원하는 수준으로 채용하고 이를 유지하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다. 때문에 상황과 시대가 원하는 기술과 경험을 갖고 있다면 본인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내부적으로 해결하기 힘들다면 파트너를 선정해서 진행을 하게 되는데 파트너 입장에서도 일을 맡기는 담당자가 내부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고 도메인 지식이 풍부해야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완료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데이터를 매일 생산하고 있지만 데이터는 절대 공짜가 아니다. 데이터의 가치가 높은 이유는 데이터는 다른 재화와 다르게 재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걸 일찍 깨달은 기업들은 고객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했고, 그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해서 수익을 창출했다.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페이스북과 트위터다. 그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저는 자신과 연관된 데이터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모르면 코 베이는 세상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고객에게 명확히 인지시키고 마케팅을 해야 한다. 그래야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장기적으로 팬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신뢰를 잃으면 기업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우리는 수많은 기업을 통해 배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플랫폼을 소유한 기업의 정책을 눈여겨보면서 트렌드의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트렌드 서적도 가치가 있지만 어느 한 분야의 양서를 여러권 읽으면서 테크 블로그를 보거나 선도기업의 방향을 읽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건 꾸준히 하면 자연스럽게 생긴다. 꾸준히 하기가 쉽지 않지만 말이다. 그래야 미리 대응할 수 있고 고객을 경쟁사에게 빼앗길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것보다 기존 고객을 관리하는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