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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부규 Apr 06. 2022

펜션, 요즘엔 예쁜 게 대세예요!

[퇴직 후 새 인생 개척한 소시민 이야기] '한적한가' 펜션 오주연 대표

                                                 

오주연

▷ 49세(1974년생)
▷ 2004년 5월 직장 조기퇴직(1997년 9월 ~ 2004년 5월)
▷ 2020년 12월 2일 '한적한가' 펜션업 사업자등록
▷ 2020년 12월 18일 충남 공주시 '한적한가' 펜션 개업

※ 〈오마이뉴스〉신문기사 연재 중입니다.


 펜션이라는 숙박용어는 유럽에서 유래되어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전후하여 유행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한 민박에서 벗어나 높아진 소득수준에 따라 다양하고 폭넓은 숙박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각종 언론 보도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활발하게 올라오는 사진과 영상을 보면 펜션 자체가 예뻐야 한다는 것이 대세인 것 같다. 예쁜 펜션을 마음치유까지 할 수 있게 꾸며서 시골이 아닌 '공주 시내'에서 운영하고 있는 오주연 대표와 인터뷰를 했다. 시내에서 펜션을 어떻게 하게 되셨는지 그 궁금증을 풀어보고자 한다.
                                                                                       


오주연 대표


▶ 조기퇴직 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나요?


결혼하기 전에 남편한테 미리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직장 그만두겠다'라고 얘기를 했어요. 결혼 후 첫 아이를 낳고 자연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어서 직장을 그만두고 마당이 있는 단독 주택으로 이사를 했어요. 아이를 제 손으로 직접 키우고 싶은 것이 첫 번째 이유였어요. 애들 데리고 논밭 다니고 자전거 태워 주고 염소도 보여주는 등 너무나 행복했어요. 조기 퇴직해서 후회되지 않느냐고 물어보는데 저는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어요.


두 번째는 제가 그림을 그려요. 전공이 미술은 아니지만, 그림에 대한 꿈이 있었어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그림은 그렸었거든요. 결혼 후 남편이 동네에 있는 미술 동아리를 소개해줬어요. 선생님이 잘 가르쳐주셔서 그때 그린 수채화 첫 작품과 몇 점 그림들을 펜션에 걸어 놓게 되었지요.


〈 한적한가 〉펜션 전경


 '내 집같이 편안한 도심 속 힐링 펜션'이라는 개념으로 일반적인 펜션 위치와 조금 다른데 사연이 있었나요?


부천에서 외벌이로 도시 생활하기엔 힘든 면도 있고 해서 2004년에 남편 고향인 공주로 내려왔어요. 여기가 '한적골'이라고 시아버님과 남편 고향이에요. 여기가 공주시 신금지구 택지개발로 토지수용이 되면서 후에 원주민용 택지를 공급받았어요. 시부모님께서 자식 간에 의견 타진을 했지만, 결국 우리가 넘겨받게 되어서 거의 100% 대출로 우리 가족이 살아야 할 집을 건축하게 된 거지요.


 또다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어 안 되겠다 싶어서 펜션 본채(22평, 가실) 옆에 있는 별채(15평, 나실)에서 종이접기 교실을 했어요. 우리 집 다섯 살 둘째가 종이접기를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주변에 아는 엄마들한테 조사해 보니까 종이접기 교실이 반응이 좋아서 바로 시작했더니 대박이 났었죠.


또 한 가지 생각한 게 제가 단독 주택을 고집했잖아요. 내 아이들을 자연에서 손으로 만지고 나무를 보고 이런 것들을 애들한테 경험해보게 하고 싶었어요.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부모들이 많을 거고 나이 드신 분들도 단독 주택을 좋아하시잖아요. 여기다 단독 주택 체험하듯이 빌려주는 집으로 개조하면 세종시도 가깝고 아이 있는 부모들이 많이 찾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내장식하시는 분을 불러서 최소한의 비용만 들이기로 하고 펜션으로 가게 된 거죠.


 나무 담장이 진한 회색빛으로 높이 둘러쳐져 있어서 특이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처음에는 누구를 의식하고 마당으로 나가야 하는 낮은 담장이었어요. 좀 불편했는데 이렇게 높이 담장을 치니까 지금은 너무 편해요. 담장 재질을 선택할 때 대나무로 할까 하다가 그만두고, 돌로 하자니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갈 것 같고 해서 실내장식하시는 분과 같이 협의하면서 기와색과 어울리는 색으로 하자는 의견에 따라 검은색으로 나뭇결이 살아나게 한 번만 살짝 칠하는 걸로 합의가 되었어요. 수채화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어둡지도 않고 나무 느낌이 나면서 세련된 울타리가 되어 사람들이 아주 좋아해요.


〈 한적한가 〉 펜션 아늑한 담장


 펜션이 두 동으로 규모가 작네요. 손님이 많이 찾아오나요?


개업하고 지금까지 평일, 주말 쉬지 않고 예약이 찼어요.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서 펜션업이 수요가 폭발적이에요. 해외로 못 나가니까 국내로 가잖아요. 비대면으로 갈 수 있는 데는 한정돼 있고 펜션은 독채로 가족끼리 보내면 괜찮으니까 오히려 작은 펜션들을 사람들이 더 선호하는 거죠. 저는 주택이라서 선택의 여지 없이 그냥 이렇게 한 거예요. 또 요즘에는 코로나로 인해서 우울감 때문인지 아늑한 주택을 더 많이 찾는 것 같더라고요.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일을 하게 되셨나요?


이 주택은 저희가 살던 곳이었고 처음에 집을 장만했을 때 펜션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죠. 지인들이 우리 가족이 주말에 다른 곳으로 놀러 갈 때 한번 빌려달라는 농담을 많이 했었거든요. 아이들이 우리 집에 놀러 오는 거를 너무 좋아했어요. 같은 학교 다니는 아이 엄마들도 우리 집에 아이 손을 잡고 와서 여기 마당에서 애들과 같이 노는 것 자체를 너무 좋아했어요. 단독 주택을 좋아하는 엄마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하는 단독 주택 체험공간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런 여러 가지 생각과 주변 여건이 쌓이고 쌓여 장기간에 걸쳐서 주변 사람들의 반응과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게 된 거죠. 최종적으로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진 거예요.


 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사람이 있으면 어떤 준비를 미리 하면 좋을까요?


먼저 이걸 하기 전에 펜션 일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청소에 진심인지. 내 가족이 머무를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게 준비해 줄 수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해요.


저희 펜션이 깔끔하다고 소문이 나 있어요. 그렇게 하는 이유가 어쨌든 쉬러 오는 곳인데 더러우면 기분이 상하잖아요. 이불이 찝찝하고 바닥에 머리카락이 있으면 쉼이 안 되잖아요. 저는 욕실 변기 하나를 닦았으면 그 수세미는 다 버려요. 하루에 세 개를 버리는 거죠. 어떤 손님이 '너무 깨끗해서 참 좋은 시간 됐다'라고 후기를 남겼어요. 손님들이 후기 문자 보낼 때 '다음에 또 올게요'라는 말을 많이 해요. 재방문이 많아요. 온전한 쉼이 있으려면 청결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걸 하기 위해서는 땅을 사거나 건물을 새로 짓거나 하는 부분에서는 너무 큰 투자라 굉장히 부담스러울 거예요. 이런 공간만 있다면 개조하면 되니까 전 추천해요. 예를 들어서 전원주택이 있는데 두 부부만 살고 남는 공간이 있다면 최신 유행에 맞춰 새롭게 꾸미는 거죠. 숙박 공유서비스 회사에 내준다든지, 국내 민박처럼 활용하면 돼요.


한적한 '가실' 내부 전경. 


 펜션 운영 중 힘든 일은 없으셨나요?


펜션은 청소가 제일 힘들어요. 청결이 가장 소중하니까 남한테 주는 거를 대충 주지 않거든요. 이런 펜션도 손님이 만족스럽게, 내 가족이 잘 수 있고 내가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양심적인 펜션으로 운영하려고 해요.


힘든 일은 아니지만 노쇼(No Show, 예약하고 오지 않음)라고 있잖아요. 우리는 딱 한 번 있었어요. 이유를 모르겠어요. 연락도 없고 아무리 연락해도 전화를 안 받아요. 그리고 손님과 갈등이 있을 때는 환급을 해줘요. 손님의 불만족이 제가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생겼던 문제들이 있었어요. 우리 펜션 앞 도로 공사를 하는데 미리 통지도 하지 않고 갑자기 아침 일곱 시에 건설 인부들이 찾아와서 문 두드리고 전화하면서 차 빼달라고 하니까 손님이 주무시다가 기분을 망친 거죠. 100% 환급해드렸어요.


한적한 '나실' 내부 전경


 이 직종만의 매력은 뭔가요?


펜션업은 저랑 직원 세 명이 함께 약 2시간 집중적으로 청소를 하고 나면 끝나요. 일반 식당이나 카페 등 대부분 서비스 업종은 종일 일해야 하고 대체가 잘 안 되잖아요. 짧은 시간에 깨끗하게 청소하고 나면 온종일 손님들이 즐기는 거니까 외출하는 것도 자유로워요. 그런 점이 매력이죠. 


특히 여기는 도심이라서 진짜 준비 없이 갑자기 떠나와도 힐링할 수 있는 곳이에요. 그냥 옷만 가지고 오면 인근에 맛집 카페, 식당이 많아서 편히 쉬다 갈 수 있어요. 불멍(불 쳐다보며 멍 때리기), 바비큐 등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저희가 처음에 개업했을 때였어요. 불멍할 때나 바비큐 할 때 밤이나 고구마를 서비스로 조금 드린 적이 있었어요. 다 드리는 건 아니고 몇 분 정도 제가 직접 대면을 하거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드린 건데 손님이 그걸 브이로그(영상일기) 카메라로 찍어서 블로그에 올린 거예요. 다른 손님이 그걸 보고 오셔서 서비스해달라고 엄청나게 졸랐어요. 그리고 어떤 손님이 불멍 하려는데 불이 잘 안 붙는다고 전화가 와서 갔더니 '고구마'나 '밤' 서비스해달라고 해서 지원해주고 같이 술도 마시고 술 한 잔 따라주고 했던 일이 생각나네요.


 수입은 어느 정도 되나요?


먼저 이 펜션에 들어간 사업자금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공주시 택지개발에 따라 원주민 보상으로 공급받은 토지를 사고, 목조주택 신축 등 총 1억 8천만 원 정도, 펜션으로 리모델링 하는 비용이 8천만 원 정도 들어갔어요. 전체 자금은 2억 6천만 원 정도 들어간 것 같아요. 지금은 훨씬 비싸겠지요. 수입은 직원 3명의 봉급과 각종 공과금, 연료비 등의 경비를 공제한 순수익으로 보면 한 해에 중견기업 대리급 연봉 정도 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전망은 어떨까요?


국내 여행만 할 수 있는 코로나 대유행기 또 코로나 이후에 전 세계적으로 해외여행이 풀리면 외국인도 유치할 수 있으니까 펜션 사업이 전망이 좋을 것 같아요. 특히 아늑한 펜션은 내국인, 외국인 가리지 않고 인기가 좋으니까 전망은 더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 계획이 있으시다면?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숙박업계의 변화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요. 펜션업계도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고요. 저도 이 업계에서 길게 보고 가려면 개성 있는 뭔가를 해야겠구나 싶더라고요. 펜션과 함께 손님들에게 해줄 수 있는 독창적 이벤트나 비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오주연 대표 작품. 펜션 내 벽면 여러 곳에 전시되어 있다.


밤 불멍 / 불을 보고 있으면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


※ '한적한가' 인스타그램  http://instagram.com/hanjeok_st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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