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새인생 개척 소시민 이야기] 시흥시 나무솔가구공방 최수정 대표
✔ 2003년 10월 인테리어 종합DIY쇼핑몰(반조립 가구) 운영, 건설학원 DIY가구 강사
✔ 2014년 12월 나무솔가구공방 1인 기업 창업(10평)
- 공방 4번 이전 후 2022년 6월 현재 장소로 확장 이전(40평)
✔ 목공체험지도사(2020, 민간자격증), 미장기능사(2024, 국가자격증)
가구공방 분야 일은 대학교에서 학과가 설치되어 있을 정도로 인력 수급이 넘치고 있고, 10여 년 전부터 쓱싹 쓱싹 톱질하며 나무를 만지는 것이 좋아서 창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여성 대표로서 인테리어 DIY쇼핑몰을 운영하다 가구공방을 창업하여 10년 이상 지역에서 탄탄하게 기반을 다져온 나무솔가구공방 최수정 대표(50)를 지난 주 만났다. 밤새도록 일해도 피곤하지 않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목공방. 그의 일터로 가보자.
� 이직했을 때 당시 심정, 감회 한 말씀 해주세요.
"목공 일을 하기 전 인테리어 종합DIY쇼핑몰에서 공동대표로 직장 생활을 했어요. 처음엔 거의 무일푼이다시피 시작했는데 우연찮게 사업이 너무 잘 됐어요. 직원이 많을 때는10명 이상 될 때도 있었죠. 그런 사람들 관리하랴, 업무량 많은 쇼핑몰 관리하랴 이것저것 할 게 많았어요. 매출이 한 달에 2~3억 원 이상 되는 제법 큰 규모 쇼핑몰이었지만, 벌이가 문제가 아니라 일에 치이다 보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나중에 안면 마비까지 왔었어요. 그 후유증이 얼굴 표정에 아직도 약간 남아 있어요. 마비가 완전히 다 안 돌아왔어요. 대신에 이 목공방 일은 오롯이 혼자 하는 업종이고 제가 하고 싶었던 거라서 매출 여부와 상관없이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어서 너무 좋아요.
1인 가구의 증가와 집값 상승으로 인해 셀프 인테리어족이 빠르게 증가한 때 DIY쇼핑몰이 엄청 호황이었어요. 2013년도 그때에 그만뒀어요. 그 일이 너무 힘들어서 관뒀는데 그 시기가 절정기였나 봐요. 잘 정리한 것 같아요. 또 제가 좋아하는 가구 공방 일을 그 당시 새로 시작했는데 제대로 찾은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DIY가구 목공방이 동네에 한두 군데 있을까 말까 했는데 저는 운좋게 시기를 잘 탄 것 같아요. 지금은 엄청 많이 생겼죠."
�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일을 하게 되셨나요?
"제가 집 꾸미고 가구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쇼핑몰 운영할 때 조립식 가구를 기획해서 판매했다가 가구 만드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쇼핑몰 정리하기 전에 회사 다니면서 고양시 일산 목공학원 창업반(토, 일 주말반)에서 가구 만드는 걸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죠. 시흥시에서 고양시 일산으로 전문가 과정을 배우러 갔어요. 꽤 멀었어요. 학원이 많지 않았을 때였죠. 여자 수강생도 거의 10~20% 정도뿐이었어요. 초보자 과정부터 전문가 과정까지 6~7개월 정도 했어요. 회사 정리 후 몇 개월 동안 배웠던 거를 이것저것 한번 만들어 보고 했어요. 밤새도록 일해도 피곤하지 않고 완전 쌩쌩했어요. 그때 이걸 내가 정말 좋아한다는 걸 느꼈어요. 이걸 평생 업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지금 하시는 일 소개 부탁합니다.
"일단은 가구 공방이니까 나무를 가지고 가구를 만드는 일이에요. 생활 가구인데 기성품이 아닌 고객이 원하는 크기 대로 맞춰 제작해 드리는 곳이죠. 기성품이 안 맞는 공간에 넣어야 하는 가구들을 만들어주는 거죠. 고객이 원하는 규격에 맞게 설계해서 다시 보내주고 또 수정된 걸 받고 하는데 디자인은 고객이 원하는 대로 맞춰줄 때도 있고 제가 인터넷 검색해서 고객한테 제시해주면서 승인받을 때도 있어요.
가격대는 주문 제작이고 나무 재질이 다르니까 기성품과 비교했을 때 우리가 비쌀 수밖에 없어요. 기성품은 대부분 MDF(중밀도 섬유판재, 작은 입자)나 PB(파티클보드, 큰 입자) 이런 소재로 가구를 많이 만들지만, 저희는 집성목(나무를 일정한 형태로 절단 뒤 접착제로 이어 붙인 자재) 위주로 만들어요. 원목이죠. 기성품과 주문 제작품의 가격 차는 의자를 예로 들면 3~5배 정도 될 거예요.
우리 공장에 있는 기계 종류를 말씀드리면 2천만 원이 넘는 CNC 선반이라고 도면을 컴퓨터로 그려서 입력하면 그대로 모양과 그림을 그려서 재단해 주는 기계가 있어요. 제가 '컴맹'이지만 CNC 가공을 하나둘씩 배워가면서 극복해 가고 있어요. CNC를 운영하지 않으면 하루종일 수작업으로 재단하는데 매달려야 하니까 시간 낭비가 심하죠. 우리 공장 1급 직원이에요. 다른 공방에 비해서 우리 공장은 기계가 많아요. 나무에다 컬러로 프린트를 해 주는 기계도 있고, 레이저 각인기라고 나무를 태워서 글자를 새기는 기계도 있어요. 처음 공방 시작할 때는 저런 기계 없이 시작했는데 지금은 작은 것까지 합하면 10대가 넘어요."
"공방 일이 주문 제작만으로 매출을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고정 매출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인터넷에 제가 만든 제품들을 올려서 계속 판매하는 거예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쿠팡, 블로그, 인스타, 스레드까지 다양하게 활용해요. 목공방을 시작함과 동시에 블로그를 운영했었어요. 최초 등록일이 거의 10년 전이었죠. 그 자료가 쌓이다 보니까 특별히 홍보를 안 해도 인터넷 검색에서 되게 잘 뜨더라고요."
� 혼자 하기 힘든 다량의 주문이 들어왔을 때 어떻게 하세요?
"목공방 창업반을 운영하고 있어요. 창업반 회원들에게 CNC 선반 운영, 프로그램하는 거, 공방 기계들 다루는 법까지 모두 알려줬어요. 만약에 제가 일이 너무 많을 때 공지를 해요. 몇 월 며칠, 몇 시간 정도 도와줄 수 있는 사람? 시간 되는 회원이 와서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돈도 벌고 일도 배우며 다양한 경험을 쌓는 기회가 되는 거죠. 서로 윈윈하는 거죠. 직원과 아르바이트를 써봤는데 스트레스받아서 안 되겠더라고요. 고민 끝에 이 방법을 써보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창업반 졸업하고 시흥시에서 창업하신 분이 네 분 정도 돼요. 다 잘하고 있어요."
� 보람된 일이 있으셨다면요?
"처음 10평짜리 공방을 시작했을 때 전화가 왔어요. 주문 제작은 아니고 어떤 어르신 집에 책상이 너무 높아서 다리 부분을 조금 잘라야 할 것 같은데 다른 업체에서는 다 못 한다고 했다면서 한번 와 줄 수 있느냐고 하길래 장비 가지고 바로 달려갔죠. 연세가 많으신 분이었는데 책상 높이랑 의자가 안 맞으니까 많이 불편하셨던 거예요. 높이에 맞게 조금 잘라 드렸고, 돈은 안 받았어요. 너무 좋아하시고 고마워하셨어요. 그때 정말 뿌듯했어요."
� 이 일을 하고 싶다면 어떤 준비를 미리 해야 할까요?
"목공방 일하고 싶다고 섣불리 뛰어드는 것보다 내가 정말 이 일을 하고 싶은지, 내가 이 일에 어느 정도 재능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동네 가까운 목공방 취미반에 등록해서 가구 두세 개 정도 만들어 보고 결정해도 늦진 않아요. 창업반에 바로 등록해서 몇 개월 연습하고 처음부터 큰돈 투자하는 분들이 제법 있는데 그러지 마세요. 과연 내가 이걸 가지고 밤새도록 일해도 피곤하지 않고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 그걸 봐야 해요."
"우리 공장은 10개가 넘는 기계들을 억 단위 이상 자금을 들여서 설치한 거예요. 제 생각에는, 이런 목공방을 차리려면 자금을 5천만 원에서 1억 원 가량 투자해야 할 거예요. 여기는 공장지대라서 많이 비싸요. 관리비가 없는 대신 임대료가 비싸고 부가세 별도예요. 전기 요금이랑 다 합하면 한 달에 거의 200만 원 가까이 들어가요.
또 요즘에는 나만의 아이디어, 나만의 아이템이 굉장히 중요해요. 기술은 10%만 가지고 있어도 시작할 수 있지만,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아이디어도 없고 판로도 없다면 임대료 내기 힘들거든요. 저는 아이디어를 해외 디자인 자료에서 찾아요. 나 혼자 상상으로만 하면 안 되고 이미 디자인되어 있는 것에 내 아이디어를 접목해서 더 좋은 방향으로 변형하는 거죠. 해외 SNS 등에 디자인이 무궁무진해요. 요즘엔 AI도 활용하고 있어요."
� 이 직종의 전망과 앞으로 언제까지 일하실 계획인가요?
"제가 공방을 20년 더 하고 싶은데 10년 넘게 경험치를 쌓아온 저의 전망은 되게 좋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 새로 시작하시는 분들한테는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고 봐요. 지금은 공방이 많이 생겨서 포화 상태예요. 창업하시는 분들은 많은데 우리나라 인구가 줄면서 가구 수요도 줄어드니까 목공방 창업 환경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겠죠. 앞으로 제 계획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20년 넘게 잡고 있어요. 나이 들면 똑똑하게 일 잘하는 사람 데리고 코치를 하더라도 어떻게든 할 것 같아요."
� 경기가 너무 안 좋은 시기인데 내가 창업을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은 시기에는 저 같으면 창업을 잠깐 미루겠어요. 정말 이 일을 하고 싶으면 이와 관련된 아르바이트라든가 공방 일을 한번 해보고 경험을 쌓은 다음 나중에 창업하셔도 돼요. 내가 주문 제작 하나를 받기까지 정말 힘들어요. 인터넷에 글 하나 올려놓은 게 없는데 누가 나를 알고 주문을 하겠어요. 저는 창업반 회원들한테 기술 전수보다는 배우러 온 당일부터 블로그에 글 올리기를 하라고 얘기했거든요. 왜냐하면 목공 가구 자료가 쌓여야 누구든 볼 거 아니에요. 정말 입에 가시가 박히도록 얘기해도 대부분 실천을 안 해요. '컴맹'인 저도 하는데.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창업반 회원들한테 숙제까지 내줘도 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인생은 누구나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지요. 절대 무시하면 안 돼요."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개인블로그에도 실립니다. 현재까지 총 59화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전 인터뷰 기사가 궁금하시면 <퇴직 후 나는 다른 일을 한다> 책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2999879)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