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과 지혜는 상호 보완적입니다.
PMBOK(Project Management Body Of Knowledge)은 미국 PMI(Project Management Institute)에서 발간한 프로젝트 관리에 대한 글로벌 표준입니다. PMBOK은 1996년 초판을 발간한 이후 4년마다 개정하여 21년 개정 7판을 발간하였습니다. 개정 6판까지는 PMBOK의 내용은 바뀌어도 구조는 크게 변경되지 않았는데 개정 7판에서는 애자일 방법론의 내용을 대폭 수용하면서 PMBOK의 구조도 크게 변경되었습니다.
PMP 자격취득을 위해서는 PMBOK의 상세내용을 학습해야 하지만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은 분들은 일상의 프로젝트 관리에서 유용한 내용만 이해하셔도 됩니다. 자격증 취득과 상관없이 프로젝트 관리를 할 때 참고하실 만한 내용들을 PMBOK 6판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정리해 보겠습니다.
1) PMBOK 6판 이전
PMBOK 6판 이전의 내용은 논리와 구조를 강조했습니다. 프로젝트 관리활동을 ‘무엇을 관리할 것인가?(지식영역)’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프로세스 그룹)’의 관점에서 분할하여 세부 프로세스를 정의했습니다. 예를 들어 일정관리는 관리의 대상이고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일정관리를‘활동정의 → 활동순서 배열 → 활동기간 산정→ 일정계획 수립 →일정통제’와 같은 프로세스를 세분화하고, 각 프로세스는 입력물, 도구, 산출물로 구분하여 설명했습니다.
현실의 프로젝트 관리는 PMBOK의 프로세스처럼 체계적이지도 않고 순차적이지도 않습니다. 6판 이전의 PMBOK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프로젝트 관리영역을 활용하여 프로젝트 진행상황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경영층이 “나 PM 님, 프로젝트 진행상황은 어떤가요?”라고 질문했을 때 나 PM은 어떤 대답을 할까요? 보통 “예, 큰 이슈 없이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라고 답변하기 쉽습니다. 이때 경영층이 “좀 더 구체적으로 진행현황을 설명해 주세요”라고 물어본다면 어떻게 대답하는 것이 좋을까요? 필자는 PMBOK의 가장 큰 기여는 프로젝트 관리영역을 열 가지로 구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PMBOK의 범위, 일정, 원가, 품질, 팀, 의사소통, 위험, 조달, 이해관계자, 통합의 영역은 글로벌하게 통용됩니다. 프로젝트 계획서의 목차, 제안서의 구성내용, 주간보고서 또는 월간보고서의 목차, 프로젝트 관리시스템의 메뉴를 결정할 때에도 열 가지 프로젝트 관리영역은 유용합니다. 뿐만 아니라 PMBOK의 프로젝트 관리영역은 일종의 표준이 되어 다른 사람들과 소통도 용이합니다. 조직이 달라도 같은 분류기준으로 소통할 수 있다면 큰 장점입니다. 대부분의 업무는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분류기준이 없습니다. 이러한 분류기준이 없으면 정답이 없는 논쟁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상품기획 업무는 이러한 표준이 없어 상품기획서를 작성할 때 목차를 결정을 위한 고민을 좀 더 해야 합니다.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 린 캔버스에서 9가지 영역을 제시했지만 아직 디팩토(defacto)의 수준까지는 아닙니다.
다시 경영층의 질문으로 돌아가 다음과 같이 답변하면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범위는 최초 계약대비 큰 변경이 없으며, 프로젝트 완료일과 목표예산은 준수 가능합니다. 또한 프로젝트 이해관계자들도 프로젝트에 우호적입니다. 프로젝트 팀원과 파트너사의 생산성도 좋아 잔업도 없는 상황입니다.”
② 조직의 프로젝트 관리 방법론·프로젝트 관리 프로세스를 수립할 때 유용합니다.
PMBOK의 프로젝트 관리영역과 관리 프로세스는 조직의 프로젝트 관리방법론이나 프로세스를 정의할 때도 유용합니다. 특히 PMP 자격취득을 권장하는 조직(예:건설, SI 등)에서는 PMBOK의 방법론이나 프로세스를 조직상황에 맞게 조정하여 정의하면 별도의 교육이 거의 필요 없습니다.
③ 프로젝트 관리영역 상호관계를 이해하는데 용이합니다.
PMBOK의 관리영역은 목표영역과 수단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목표에 해당하는 범위, 일정, 원가, 품질은 목표영역에 해당하고 나머지 여섯 가지 영역은 목표영역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 영역입니다. 프로젝트 관리자가 관리해야 할 것은 수단 영역이고 목표영역은 수단영역을 관리한 결과입니다.
프로젝트 계획을 수립할 때에는 프로젝트 관리영역들이 상호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를 검토해야 하고, 프로젝트 진행도중에는 특정 영역의 변경이 있을 때 영향을 받는 다른 영역을 검토하여 부정적인 영향력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개정 6판까지의 PMBOK에서는 프로젝트 관리영역 또는 프로세스 간의 상호관계 설명을 위해 많은 지면을 할애했습니다. 프로세스 간의 데이터흐름도(DFD, Data Flow Diagram)를 강조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물론 다양한 현실에서의 복잡한 관계를 PMBOK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현실에서 그것을 응용하여 적용하는 역량은 프로젝트 관리자에게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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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PMBOK 7판
이전의 PMBOK은 각 프로세스별로 입력물, 기법, 산출물을 한꺼번에 설명하였습니다. 그러나 PMBOK 7판은 원칙, 성과영역, 조정, 모델/방법/결과물을 따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요리에 비유하자면 이전의 PMBOK은 요리 주제별로 요리 재료와 요리 방법을 한꺼번에 설명했다면, PMBOK 7판은 ‘요리사의 마인드셋’ ‘한식/일식/중식 요리의 특징’ ‘요리 재료의 보관 및 손질 방법’ ‘상황에 맞는 요리 주제 선정 방법’을 따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내용을 숙지한 사람에게는 이러한 가이드가 다양한 상황 대응에 도움이 됩니다. 다만 그 수준에 오르기 전의 초보자에게는 내용 이해가 어려워진 것도 분명합니다.
PMBOK 7판의 구조가 크게 변경된 이유는 폭포수방법론과 애자일방법론을 통합하면서 더 이상 프로세스 중심의 설명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두 방법론을 통합하는 방법은 1. 폭포수 방법론, 2. 애자일 방법론 과 같이 물리적으로 통합하는 것과 두 방법론을 화학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있습니다. PMBOK 7판에서 두 방법론을 하나로 통일하면서 기존의 프로세스 중심의 구성에 한계를 느꼈고, 지금과 같은 구조가 되었을 것이라고 필자는 짐작합니다. 왜냐하면 애자일 방법론은 PMBOK처럼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는 조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전체를 통합한 프로세스로 정리하기도 힘들기 때문입니다. 애자일 방법론은 그 분야의 대가들이 모여 애자일 선언과 애자일 원칙을 정리하여 발표하고 개인들이 만든 스크럼, XP와 같은 애자일 기법들을 현장에 적용하고 여러 모임에서 프랙티스들을 공유하면서 확산되었습니다.
PMBOK 6판까지는 프로젝트 관리 프로세스를 구조화시켜 친절하게 설명했다면 7판에서는 독자들이 수행하는 프로젝트에서 가장 적합한 프로세스를 고민하게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12가지 프로젝트 관리원칙입니다. 원칙들은 대부분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읽고 해석하면 공허합니다. 그러나 그 원칙의 내용에 공감하고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원칙의 가치는 증가합니다. 예를 들어 협업하는 팀이 효과적이라는 말은 교과서적이지만, 각자의 상황에서 어떻게 협업하는 팀을 만들지 고민하면서 원칙의 내용을 읽고 아이디어를 얻어 현실에 적용하면 원칙은 공허하지 않고 실용적이게 됩니다.
경영학 교수가 회사 경영을 잘한다는 것을 보장할 수 없듯이 프로젝트 관리자도 지식보다 개인의 경험이나 가치관에 기반한 지혜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지식과 지혜는 상호 보완적입니다. 지식이 깊을수록 지혜를 축적하는 시간이 단축될 뿐만 아니라 축적되는 지혜의 양과 질도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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