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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호 Nov 02. 2023

성공적인 프로젝트 위험관리를 위해 경영층이 유의할 사항

위험관리의 선순환을 만들지는 못해도 악순환은 예방해야 합니다. 

여러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조직의 경영층은 이슈 프로젝트를 조기에 식별하고 조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SI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회사, 여러 상품들을 개발하는 연구실 또는 개발조직의 경영층이 대표적입니다. 이슈 프로젝트를 조기에 식별하려면 개별 프로젝트의 위험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경영층은 개별 프로젝트의 위험관리 프로세스 준수를 강조합니다. 이때 경영층이 조직원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제공하면 프로젝트 위험관리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발생합니다. 조직차원의 프로젝트 위험관리를 적용할 때 경영층이 유의할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프로젝트 관리자가 위험을 보고할 동기를 제공해야 합니다.

프로젝트 관리자가 위험을 보고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프로젝트 문제가 커지기 전에 경영층의 지원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인데 사전에 위험을 보고하여 문제 발생 시 프로젝트 관리자의 책임을 줄이고자 하는 목적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더 이상 프로젝트 문제를 숨길 수 없어 보고하는  경우입니다. 경영층은 당연히 첫 번째의 위험관리를 원합니다. 그러나 프로젝트 관리자가 위험보고서 작성을 위해 시간을 투입하고, 경영층에게 나쁜 인상을 남길 수도 있는 위험보고를 하는 것은 부담이 됩니다. 따라서 경영층은 프로젝트 관리자의 부담을 상쇄할 무언가를 제공해야 합니다.  


가족이 아닌 사회생활의 관계에서 받는 것이 있으면 주는 것이 있어야 하는 것은 일상의 이치입니다. 주기만 하거나 받기만 하는 관계는 지속할 수 없습니다. 경영층이 프로젝트 위험을 조기에 보고받기를 원한다면 프로젝트 관리자에게 주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위험을 보고했을 때 당근을 줄 수도 있고, 위험을 보고하지 않았을 때 채찍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프로젝트 이슈를 늦게 파악한 상황에서는 프로젝트 복구를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했고, 프로젝트 관리자는 그로 인한 대가를 치루기 때문에 위험보고 지연의 채찍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따라서 위험을 보고했을 때 프로젝트 관리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당근이 필요합니다. 


경영층은 프로젝트 관리자에게 세 가지의 당근을 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프로젝트 이슈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이는 위험을 보고한 프로젝트 관리자에게 경영층이 줄 수 있는 좋은 선물입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관리자가 프로젝트 이슈해결을 위해 인력의 추가 투입을 원할 때 경영층은 조직내부 또는 외부에서 적임인력을 찾아서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때 프로젝트 관리자가 원하지 않는데 경영층이 지연일정 단축을 위해 인력투입을 강요하거나 설득하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두 번째는 프로젝트 일정을 연장하자는 프로젝트 관리자의 계획을 지지하는 것입니다. 이슈 프로젝트 중에는 어떤 조치를 해도 일정단축은 힘들고 시간을 견뎌야 끝나는 프로젝트도 많습니다. 기술적인 난이도가 높고 프로젝트 팀과 고객사가 감정적으로 틀어진 SI 프로젝트에서 이러한 사례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프로젝트에서 일정이 지연되니 무슨 조치라도 실행하라는 고객의 압박에 져서 프로젝트 일정단축 효과가 없는 계획을 집행하면 안 됩니다. 프로젝트 관리자가 용기를 내어 시간을 견디는 것 외에는 별다른 답이 없다는 이야기를 할 때는 경영층이 프로젝트 관리자의 손을 들어주어야 합니다. 이때 경영층이 고객의 입장에서 비용걱정은 하지 말고 일정지연을 최소화하라고 프로젝트 관리자를 다그치면 안 됩니다. 경영층은 프로젝트 관리자가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도록 격려해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통찰을 가진 경영층이 많지는 않습니다. 오너가 아닌 경영층은 고용이 불안하기 때문에 대부분 무엇이라도 하는 의사결정을 내립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중요한 의사결정인데 그러한 결정을 내리기는 힘듭니다. 


세 번째는 프로젝트 범위를 줄여주는 것인데 조직의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프로젝트 또는 상품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기대효과를 분석하여 프로젝트 범위 중 일부를 제외하고 오픈한 후 제외한 범위의 개발여부는 별도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프로젝트 범위 중 개발하지 않아도 큰일이 없는 기능이 많다는 것은 우리의 경험에서 잘 알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관리자가 진행상황 보고에 투입하는 노력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위험보고 후 프로젝트 관리자가 가장 싫어하는 피드백은 대책을 수립하여 보고하라는 것입니다. 프로젝트 관리자가 문제를 해결할 대책이 있었다면 위험보고를 할 필요도 없었는데 문제를 해결할 대책을 보고하라고 하니 억장이 무너집니다. 그런 관행이 지속되는 조직의 프로젝트 관리자는 위험을 보고할 이유가 없습니다. 위험보고를 빨리 해봐야 지원은 없고 질책을 당하거나 숙제만 받으니, 끝까지 버티다 마지막에 한번 혼나는 것이 낫다는 결정을 하게 됩니다. 


경영층이 프로젝트 관리자는 일에 전념하라는 취지로 조직의 관리부서에서 현황을 파악하여 본인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조직의 PMO를 운영하여 여러 프로젝트 중에서 이슈 프로젝트를 식별하는 활동은 할 수 있지만, 경영층이 PMO보다 프로젝트 관리자에게 이슈 프로젝트의 진행상황을 직접 듣는 것이 좋습니다. 프로젝트 내용을 잘 모르는 PMO가 경영층에게 프로젝트 진행상황을 보고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 팀원의 시간을 많이 빼앗습니다. 대부분의 PMO는 경영층이 질문할지도 모르는 내용까지 모두 파악한 후 그중 보고하기 쉬운 내용만 추려서 보고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만 핵심이 아닌 내용을 보고하기 쉽습니다. 또한 PMO가 경영층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면 현황파악 또는 의사결정이 늦어질 뿐만 아니라 문제해결에 투입해야 할 프로젝트 팀원의 시간을 빼앗습니다. 


경영층이 이슈 프로젝트의 현황이 궁금한 것은 당연합니다. 경영층이 프로젝트 현황이 궁금할 때는 프로젝트 관리자에게 전화하거나 티미팅과 같은 형식으로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프로젝트 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여러 관리부서의 사람들이 참석한 회의석상에서 프로젝트 관리자가 진행상황을 보고하도록 하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됩니다. 

 

 일정지연과 초과예산중 우선순위를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회사를 다니는 동안 비용이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최대한 빨리 끝내라는 경영층의 지시는 들었지만, 일정은 지연되어도 좋으니 예산은 최대한 절감하라는 지시는 받은 기억은 없습니다. 이슈 프로젝트의 예산초과는 다른 프로젝트의 예산절감으로 커버할 수 있지만, 이슈 프로젝트의 일정지연은 다른 프로젝트의 일정단축으로 만회할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예산초과는 외부에 잘 드러나지도 않고 경영층이 마음만 먹으면 해당 프로젝트 원가를 왜곡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정지연은 프로젝트와 관련된 이해관계자 모두가 알고 있으며 숨길 수도 없습니다, 결정적으로 프로젝트 예산초과는 대부분의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지만, 프로젝트 일정지연은 많은 이해관계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영층은 예산보다 일정을 우선하는 결정을 내리기 쉽습니다. 경영층이 이슈 프로젝트 해결을 위한 우선순위를 현명하게 결정하기 위해서는  다음을 검토해야 합니다. 


• 일정단축의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합니다. 

프로젝트 관리자가 보고하는 위험대응 방안의 핵심은 지연일정과 초과예산의 최소화입니다. 프로젝트 관리자는 조직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의욕적인 위험대응 방안을 수립하기 때문에 위험대응 방안의 일정과 예산은 준수하기 어렵습니다. 경영층은 프로젝트 관리자의 보고를 객관적으로 듣고, 조직에서의 경험과 사례에 판단하여 1개월(또는 1주일) 일정단축을 위해 투입하는 예산을 보수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 초과예산대비 단축일정의 적정성을 판단합니다.

보수적으로 평가한 일정단축과 초과예산의 상충관계를 수용가능한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프로젝트마다 일정단축의 중요성은 다릅니다.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근거 없이 단순히 좋은 것이 좋다는 식의 일정지연 최소화는 피해야 합니다. 프로젝트가 지연되는 상황에서는 근시안적인 시각이 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는 그렇게 까지 해서 이만큼의 예산을 초과했어야 했나, 그래서 얻은 것은 무엇인지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프로젝트 1개월 단축을 위해 투입할 수 있는 초과예산의 상한선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그 판단을 위해서는 1개월 지연될 때의 피해를 객관적으로 계량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의외로 일정지연으로 인한 비즈니스 관점의 피해는 별로 없는데, 프로젝트가 지연되었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워 일정을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험 모니터링 시 진척률과 같은 지표에만 의존하면 안 됩니다. 

프로젝트 진척률의 계획대비 준수율은 이해하기 쉽기 때문에 이슈해결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때 의존하기 쉬운 지표입니다. 그러나 프로젝트 이슈가 발생하는 시점은 대부분 프로젝트 후반부이고 그 시점의 프로젝트 진척률은 계획대비 준수율이 95.3% 계획, 95.0% 달성과 같이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경영층이 이슈 프로젝트 진행상황을 효율적으로 파악하려면 문제가 발생한 원인에 집중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고객과의 관계, 특정 솔루션의 성능이슈, 프로젝트 관리자의 관리역량 때문에 프로젝트 이슈가 발생했다면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파악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위험관리의 악순환은 ‘위험보고 → 대책만 수립하게 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지원은 미흡함 → 프로젝트 관리자는 위험보고를 빨리 할 실익이 없다는 것을 직접 또는 간접으로 경험함 → 어차피 혼난 다면 마지막에 한번 보고하는 관행이 확산됨’과 같이 진행됩니다. 반면 위험관리의 선순환은 ‘위험보고 → 프로젝트 관리자가 원하는 지원을 해줌 → 프로젝트 관리자는 조기 위험보고의 장점을 경험함 → 위험을 조기에 보고하는 관행이 확산됨’과 같이 진행됩니다. 물론 경영층이 프로젝트 이슈해결을 위한 지원이 여의치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라도 프로젝트 관리자에게 대책을 수립하라고 질책해서는 안됩니다. 프로젝트 관리자가 원하는 만큼 지원을 못해주는 것에 대해 미안해하거나 프로젝트 관리자의 어려움에 공감만 해도 좋습니다. 질책한다고 프로젝트 이슈가 해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질책을 하면 프로젝트 관리자가 경영층과 대면하는 불편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실효성 없는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프로젝트 이슈 해결은 더 늦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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