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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호 Feb 25. 2024

결과를 두려워해야지 실행을 두려워해서는 안됩니다.

프로젝트 관리자와 프로젝트 팀원의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 

프로야구 감독이‘no fear’라는 두 단어로 팀을 변화시킨 사례가 있습니다. 야구는 다른 구기종목과 달리 경기 중에 선수들이 고민할 시간들이 많습니다. 투수는 어떤 공을 어디로 던질지 고민하고, 타자는 좋은 공을 기다릴지 적극적으로 칠지 고민합니다. 9회 말 2사 만루 3 볼 2 스트라이크 한점 차 경기에서 투수와 타자는 상대방과도 싸우지만 자신의 내면에 있는 두려움과도 싸워야 합니다. 두려움에 진 투수는 포볼을 주고, 타자는 스탠딩 삼진을 당합니다. 두려운 마음으로 던지는 공, 두려운 마음으로 휘두르는 스윙으로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없습니다. 2사 만루의 순간 결과는 불확실하지만 실행을 두려워해서는 안됩니다. 자신 있게 던지고 자신 있게 스윙한 뒤, 좋은 결과는 즐기고 나쁜 결과는 털어버리면 됩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한다는 말이 딱 맞습니다. 


두려움은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되거나 부정적인 상황을 직면할 때 느끼는 감정입니다. 프로젝트 팀원 또는 프로젝트 관리자가 경험하는 두려움의 유형은 무엇이고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요? 


실수를 두려워하거나 불편해하는 팀원들은 업무를 회피합니다.  

일을 잘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조직과 일을 잘못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은 조직의 분위기는 다릅니다. 일을 잘하려는 조직은 활기가 넘치고 팀을 중시합니다. 그리고 일을 잘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수는 성공을 위해 필요한 시행착오라 생각합니다. 반대로 일을 잘 못하지 않으려는 조직은 활기가 없고 개인을 중시합니다. 팀원들은 업무와 관련한 싫은 소리를 듣는 것에 대해 매우 민감합니다. 그 결과 관리자가 지나가는 이야기로 “다음부터는 이런 일은 사전에 챙겨봅시다”라고 부드럽게 말하는 것에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야구에 비유하면 수비를 잘하는 팀은 실수를 하더라도 수비를 과감하게 하기 때문에 안타가 될 타구를 호수비로 많이 잡아냅니다. 반대로 수비를 못하는 팀은 안전하게 수비하기 때문에 지표상의 에러는 작을지 몰라도 수비의 범위는 매우 좁습니다. 그 결과 개인의 에러지표는 좋을지 몰라도 팀 전체의 수비지표는 나빠집니다. 수비 범위를 프로젝트에 비유하면 경계가 애매한 업무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보면 책임경계가 애매한 업무가 많습니다. 이때 실수에 민감한 프로젝트 팀원들은 일을 최대한 적게 맡으려고 합니다. 


프로젝트 관리자가 관리자가 업무를 부탁하면 ‘이걸요?, 제가요?, 왜요?’와 같이 날 선 답변이 돌아옵니다. 

누군가 빨리 처리해야 하는 일을 책임과 역할을 정하다 보면 일이 커지기도 합니다. 야구경기에서 외야에 뜬 공을 중견수와 우익수가 서로 미루고 멀뚱멀뚱 바라보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그런 경기를 바라보는 감독의 마음과 위에서 예를 든 프로젝트 관리자의 마음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프로젝트 업무의 기본적인 책임과 역할은 명확해야 하지만 모든 업무를 사전에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경계에 있는 사소한 업무는 자발적으로 누군가 하고 큰 일은 협의를 통해 업무를 조정해고 담당자를 정해야 팀워크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심리적 안전감을 확보하지 못한 팀원들은 침묵합니다.   

구글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4년에 걸쳐 우수한 팀의 특징을 분석하는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를 수행했는데 프로젝트에서 도출된 우수한 팀의 다섯 가지 특징 중 1위가 ‘심리적 안전감’이었습니다. 심리적 안전감이란 팀원이 본인의 발언이나 행동으로 본인이나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란 믿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심리적 안전감이 충족되면 프로젝트 팀원들은 자유롭게 본인의 생각을 표현합니다. 반대로 심리적 안전감을 확보하지 못한 불편한 상태의 프로젝트 팀원들은 침묵하고 관리자의 수직적 지시사항만 전달받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앞서 설명한 잘 못하지 않으려는 심리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본전은 하는데 괜히 무슨 말을 했다가 관리자에게 핀잔을 듣거나 말을 했다는 이유로 나의 일이 많아진다면 입은 닫고 명확하게 주어진 일만 하게 됩니다.


심리적 안전감은 프로젝트 관리자에게도 적용됩니다. 심리적 안전감이 없는 프로젝트 관리자는 고객사 또는 회사내부 경영층을 만나는 것을 매우 부담스러워합니다. 먼저 경영층을 찾아가서 협의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야 경영층을 찾아가서 보고합니다. 사전협의의 결과는 기회로 연결될 수 있지만 사후보고의 결과는 위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과가 두려운 프로젝트 관리자는 실행을 미루게 됩니다.   


프로젝트 팀의 실행에는 사전에 계획된 일을 실행하는 것과 계획 외 이슈에 대응하는 실행이 있습니다. 이슈에 대한 실행은 탐색을 위한 실행과 확정 및 적용을 위한 실행으로 구분합니다. 탐색을 위한 실행은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아키텍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책이나 요건을 최종 확정하기 전에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이해관계자들과 검토회의를 하는 것은 탐색을 위한 실행입니다. 그렇지 않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까지 프로젝트 팀원들과 결정한 내용을 설명하는 회의는 적용을 위한 실행입니다. 

이해관계자들은 프로젝트 관리자가 올바른 판단을 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탐색을 위한 실행을 요구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따라서 탐색을 위한 실행은 프로젝트 관리자의 의사결정 사항입니다. 프로젝트 팀이 사전에 확인하거나 검증할 사항이 있고 프로젝트 팀이 자리에 앉아 그것을 할 수 없다면 탐색을 위한 실행을 해야 합니다. 탐색을 위한 실행은 대부분 빠를수록 좋습니다. 물론 원하는 교훈을 얻을 정도는 준비한 뒤 실행해야 합니다. 탐색을 위한 준비 수준과 타이밍은 상충되기 때문에 사전검토 타이밍에 준비 수준을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탐색을 위한 실행에도 불편이나 불안감이 따릅니다.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실행하여 창피를 당하지는 않을까?, 그렇게 준비하고 실행했는데 원하는 교훈을 얻지 못하면 시간만 낭비한 것이 되지 않을까?, 괜히 실행하여 문제만 키우는 것은 아닐까?’와 같은 것이 대표적인 불안감입니다. 탐색을 위한 실행으로 발생하는 부정적인 결과는 프로젝트 관리자가 대부분 관리 가능합니다. 이해관계자에게 탐색의 취지를 잘 설명한다면 오히려 프로젝트 팀의 노력과 헌신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 자기에게 사전검토받는 것을 싫어할 이해관계자는 없습니다. 


WBS에 있는 실행은 일정이 정해져 있지만 이슈 대응을 위한 실행에는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과일을 너무 일찍 따도 안되고 너무 늦게 따도 안되듯이 프로젝트의 실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빨리 실행하면 의사결정의 품질이 나빠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잃거나 실행까지 하면 나중에 재작업을 해야 합니다. 반대로 완벽을 추구하다 대응할  타이밍을 놓쳐도 비용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이슈대응을 위한 실행의 시기는 잘 포착해야 합니다. 이슈대응과 관련된 마일스톤 일정이 타이밍이 될 수 있고, 이슈 해결에 대한 공감대 형성의 정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슈해결을 위한 실행의 타이밍은 이슈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프로젝트 관리자가 결정할 영역입니다. 

 

불안감이 발생하는 상황과 불안감의 크기가 다르고 개인들의 성향이나 심리를 다루기 힘들 때문에 불안감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불안감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접근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불확실의 크기를 줄입니다. 

프로젝트 관리자가 의사결정을 쉽게 하려면 불확실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변동이 큰 코인에 현금의 전부를 투자하는 결정은 힘들지만, 현금의 10% 정도를 투자하는 의사결정은 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20% 하락해도 내 현금의 2%만 하락하기 때문입니다. 포트폴리오 투자가 위험을 줄이듯이 프로젝트 의사결정도 쪼개어 결정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프로젝트 업무를 나누어 릴리즈 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앞서 설명한 탐색을 위한 실행도 불확실의 크기를 줄이는 대표적인 방안입니다. 작은 불편을 기꺼이 취하는 마음가짐도 불확실을 줄여줍니다. 예를 들어 전화나 메신저로 할 대화를 직접 찾아가서 대면 회의를 하고, 만나지 않아도 될 이해관계자를 방문하여 협의하는 것이 작은 불편을 취하는 전략입니다. 작은 불편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잔 펀치를 맞으면 카운트 펀치를 맞을 가능성은 줄어듭니다. 큰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일부 지역을 일부러 태워 큰 불의 확산을 막는 것도 비슷한 원리입니다. 이러한 삼림화재 방지 방화 프로그램을 '프리스크라이브드 번(Prescribed Burn)'이라고 합니다. 

 

팀원들의 심리적 안전감을 높여줍니다. 

팀원들의 심리적 안전감을 높여주면 프로젝트 팀 빌딩을 위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잘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수는 기꺼이 수용하고 각종 회의에서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구축합니다. 프로젝트 팀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고려할 수 있는 접근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회의 때 팀원들이 편하게 의견을 제시하도록 노력합니다. 

회의 때 크고 작은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팀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하면 좋습니다. 의견을 수용하는 것이 긍정적인 피드백이 아닙니다. 다른 방안으로 의사결정을 해도 “아 그런 점은 나도 생각 못했네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라고 팀원의 의견에 대해 공감해 주면 됩니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다른 팀원의 의견에 대해 틀렸다는 식으로 비난하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다른 의견을 틀린 의견으로 대하면 안 됩니다. 틀린 의견으로 비난하는 행위는 심리적 안전감의 해치는 최대의 적입니다. 이는 프로젝트 관리자뿐만 아니라 회의에 참석하는 모든 팀원들이 지켜야 할 규율로 정해야 합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기 위해 프로젝트 관리자 또는 다른 리더가 “ooo 씨의 생각은 어떤가요?”라고 의견을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안입니다.  

 

• 확실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명확하게 정의합니다.  

불확실한 것은 좋지 않습니다. 불확실한 것을 억지로 확실하게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문제지만, 확실하게 정의할 것은 명확하게 해야 팀원들이 예측가능하고 불편해하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팀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입니다. 기본적인 역할은 명확하게 정의하고 경계에 있는 업무는 상황에 따라 조정해야 합니다. 프로젝트 업무방식도 표준화할 것은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 팀원들이 자신감을 가지게 합니다. 

팀원들이 자신감을 가지게 하는 방법으로 칭찬이 좋습니다. 칭찬을 잘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칭찬을 하는 내용이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열심히 한다는 식의 칭찬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작더라도 구체적으로 잘한 일 또는 열심히 헌신한 과정을 칭찬해야 합니다. 특히 프로젝트 목표에 기여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② 칭찬할 내용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주면 칭찬의 강도가 높아집니다. 시간이 지나면 칭찬하는 사람도 마음도 그만큼 식기 때문에 칭찬의 강도가 낮아지기 쉽습니다.

③ 칭찬은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팀원들과 회의 또는 경영층에게 보고하는 자리에서도 좋습니다. 여의치 않으면 메일을 통해서 공개적으로 팀원의 노력과 기여를 알릴 수도 있습니다. 프로젝트 팀의 경비로 작은 선물(치킨세트, 스타벅스 상품권)을 주면 더욱 효과가 좋습니다. 

 

불확실을 대하는 프로젝트 관리자의 멘털을 관리합니다. 

불확실한 결과를 두려워하는 것은 개인의 성향입니다. 그러나 프로젝트 관리자가 불확실한 결과가 두려워서 당면한 이슈에 대응하는 것을 주저해서는 안됩니다. 프로젝트 관리자는 불확실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그다음으로는 불확실을 대하는 멘털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격려가 도움이 됩니다. 프로젝트 관리자가 신뢰할 수 있는 팀원 1~2명에게 프로젝트 관리자의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한다면 실행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습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듯이 실행에 대한 두려움을 나누어 가질 수 있습니다. 

 

이번 주제는 야구이야기로 시작해서 야구이야기로 마치겠습니다. 야구해설 위원 중 한 분이 두려워서 제대로 공을 못 던지는 투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투수는 공을 던진 뒤의 결과를 두려워해야지, 공을 던지는 과정을 두려워하면 안 됩니다.


https://brunch.co.kr/@kbhpm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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