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음

형체도 없는 마음이란 것...

by 승환

나이도 이 만치 먹었겠다. 별달리 어려움이 없어야 할 나이에도 내 마음은 늘 시끄럽고 부산스럽다.

자꾸 생채기가 생기고 또 아물고 이제 다 나았나 싶음 덧나기도 하고. 사는 동안에 고요하고 단정하게 지내지 못하고 있다.

인연이라고 해서 복잡한 사람들과의 허튼 연도 멀리 하기 시작했고 이제 그냥저냥 다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는 법도 알게 되었다.

동생네가 어려운 것에 대해서 동생을 어떻게 감화시키든 용기를 주고 변화를 주는 것은 억지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고, 친했던 친우들이 조금씩 거리를 벌리고 서로서로 멀찍히 따로 떨어져 살아가는 것도 이해를 하고 받아들이고, 자식이 없어서 무엇인가에 걱정과 기쁨도 격렬히 나를 자극하지도 않고 세속에 큰 성공과 욕망도 시들어지는 나이가 되었다.

물욕에 대한 욕심과 탐함도 이성에 대한 욕망도 현저히 줄고 이제 가지려고 노력해도 지난 한 것들에 대하여 포기라는 마음이 더 가까워졌다.

그래도 마음이 어지러운 것은 옆지기와 문제가 제일 클 것이다.

오로지 옆기기와 문제가 가장 큰 일이다.

옆지기는 남편의 문제점이나 자신에게 처신을 잘 못한다고 늘 이야기한다.

상처를 받았고 아프다고 이야기한다.

매번 알겠다 주의하겠다 고치도록 노력을 하겠다 나는 이야길 한다.

그러다 요즘은 사람이 안 바뀌고 너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고 생각하고 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네 마음이 이런저런 자잘한 것들과 형제들에게 관심을 나누어 쓰는지라 자신에게 충분하게 마음을 주지 못하고 결혼이란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이야길 하기 시작한다.

어떠한 일이 일어났을 시에 해결책보다는 감정과 자신의 위로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내 생각이나 말투나 언변이나 가치관이나 바뀌고 고쳐야 한다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확인을 하고 인정을 받으려 한다.

이것이 사랑인지 관심인지 집착인지 소유욕인지 모르겠다.

아마 그게 다 포함된 무엇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의 것을 탐하는 것 중 가장 아름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것은 마음일 것이다.

몸뚱이는 구속이 되고 헤칠 수도 있고 다칠 수도 잃어버릴 수도 있고 어디 깊숙한 주머니나 은신처에 감추어 둘 수도 없는 일이다.

마음이란 게 환심을 사려 온갖 치장과 꼬드김으로 살 수는 있어도 영원히 그 사람의 마음을 가질 수는 없다.

아니 가져서도 아니 되는 일이다.

무신론자여서가 아니라 종교는 그런 면에서 너무 무서운 일이다.

나의 마음의 주체가 내가 되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는 현상이고 실제하고 있다.

마음이 간다는 말은 생각을 한다는 말이고 내 안에서 그 대상이 상이 맺히는 일이다. 수많은 상들이 우리의 눈으로 귀로 코로 들어왔다 스쳐가는 통로이다.

불교의 연기론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알고 있다. 업이든 카르마든 무엇이라 불리던 그것은 우연이든 알 수 없는 작용으로 그상들이 맺혀서 나를 요동치게도 하고 웃게도 슬프게도 우쭐하게도 건조하게도 감탄과 탄식도 모두 내 것이 된다.

보이지 않지만 내 안에선 들어오는 모든 감각과 사념들 엉켜서 무엇인가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내가 볼 수 있는 것 알 수 있는 한에서 나는 작품을 만들기에 그 마음이라는 작품은 내가 얼마나 성숙했는지 모자란 지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완성이 된다.

한 번 만들어 놓은 마음의 작품들은 그 유효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

점점 변해가기도 하고 영원히 사라져 버리기도 하고

악몽같이 그려지며 나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주기도 하고

편견과 오해로 뒤 섞여 잘못된 미움과 원망과 원한을 주기도 한다.

누군가 정답을 알고 있어 정견과 정심의 길은 이러이러하다. 무엇은 무엇이고 너의 지금의 현재로선 이것이 도움이 되고 바탕이 되고 모든 올바름과 정의를 쌓아서 너는 선인과 같이 되리라 그렇게 알려주는 이는 없다 알려준다고 하는 이 가 대부분 사이비이다.

누군가에게 주입을 억지로 하여선 마음은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끊임없이 주입을 하고 이야기를 귓속에 흘려버리면 그 또한 마음은 젖어들고 받아들인다.

그런 것이 세뇌이고 사상일 것이다.

세상에는 자신의 고통 없이 남에게 거저 받으려는 마음이 있어 그런 아집과 오만과 독선이 넘쳐난다.

아닌 것을 알면서도 이익을 위하여 돋보이기 위하여 감추기 위하여 스스로 마음에 강제로 믿음을 스스로 강요하고 평안스럽게 살고 있다.

자신의 마음에는 스스로 만든 주술을 걸었기에 주변의 사람이 그것이 아니라고 바로잡으라 해도 들리지 않는다. 내 마음에는 이미 스스로 만들어진 허상이 너무 뚜렷하고 완벽하다, 아니 나는 그 속에 숨었으니 나를 보지 못할 것이라 자족하고 자만하는 것이다.


나는 한 동안 고민을 하였다

스스로 종교처럼 옆지기의 뜻을 따르고 맹목적으로 허수아비 같은 껍데기의 삶을 살아볼까?

아마 내 안에서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가식을 가지고 연기를 해야 할 것이다.

늘 어색하고 무미건조하게 그녀만의 이병현이나 최민식이 되어서 드라마를 촬영을 하여야 할 것이다.


또 다른 길은 싸움이 나더라도 시시비비를 알려주려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근데 아마도 내 능력으로 시비를 가르고 가르치고 주장하면 더 역효과가 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단은 쌓아놓은 내캐릭이 부실하여 존경받거나 인정을 못 받아서 일 수도 있고 언변이 좋지도 못하다.


마지막 하나 남은 방법은 누군가가 아마도 주변의 선배분이 해주신 말이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마음이란 게 끊임없이 먹이를 주지 않음 넣어둔 것도 사라지기 마련이라고 한다.

그게 아마 사랑이라면 유효기간은 예전에 다 끝났을 것이니 다시 사랑하라고 한다.

사랑하려고 노력을 하라고 한다.

측은지심이든 감사함이든 어떤 감정보다 다시 사랑하는 것

그 당시의 처음 순간으로 옆지기의 모든 것을 마음에 담는 것

그리고 나 너 따지지 말고 나누지 말고 우리를 생각하라 했다.


다시 유심히 보게 되면 옆지기의 불안이나 외로움 두려움이 보인다

굳세어 보이지만 아마도 떨고 있을 것이다.

따박 따박 따져서 혼자 잘난 남편보다 나는 두렵고 힘드니 내 마음이 그러니 믿음을 넣어주는 투박해도 정 많은 남편을 원했으리라.


내 마음은

내 마음대로

마음 가는 대로

마음껏

하겠다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나는 그런 생각만 했다.


너도 네 마음대로

그래 네 마음 가는 대로 하렴

그랬다.


사람이 자유롭고 구속받지 않고 혼자 다 용감해지면 될 줄 알았다.


너 따로 나 따로인 마음이란 게 어차피 허상인데 우리 마음을 그리고 생각하는 것도 무엇이 문제일까?

우리 마음을 이야기하고 생각을 했으면 이렇게 싸우고 심란한 피곤한 인생이 안되었을 텐데...

마음을 쓰는 법을 너무 몰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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