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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시한 날

첫사랑

by 승환

내가 좋아하던

그 애는


빨간 세타를

즐겨 입고

다려진 청바지에

곧게 뻗은

다리에

하얀 운동화를 신은

길지도 짧지도 않은

생머리가 나브 끼는

바람결에

향기가

코를

간지럽히던

비누향

뽀얀 얼굴에

눈망울이

곱게 달처럼

이지러지던

눈가에 머금은

부끄럼이

똑똑 떨어지던.


그런 아이를

사랑했다는

가슴이

혼자 타버려

뭉그러지는

시커먼

연탄재 같은

꾀제제한

열 살의 나



그리워하고

사랑했던 것은

다름 아닌

그 시절

그리고


나의

첫사랑은

아직

자라지 못한

늑골 밑을

떠도는

어린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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