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면
아내는 위태롭게 나를 바라본다.
파도 소리가 난다고,
곧 쏟아질 것 같다고,
배를 툭 찔러보면
나는 강아지처럼 자꾸 딸꾹질을 한다.
헐렁한 웃도리로 살짝 덮으면
나의 배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캄브락치의 마법이 풀리기 전에
거울 앞을 도망친다.
나는 어쩌면 바다에서 쫓겨난
인어였을지도 모른다.
육지에서는 가쁜 숨을 쉬고
거북이처럼 걸어야 한다.
나보다 큰 배를 지고 다니기 힘들어
이제는 그 배를 타고 다닌다.
내가 선장이 된 것을
아내는 모른다.
선장이 되어 키를 돌리면
비스킷 부스러기 한 톨,
빨간 국물 한 방울조차
배 위에서 꿈처럼 굴러다닌다.
담배재에 구멍이 나면
서늘한 바람이 속으로 불어온다.
나의 배는 모든 것을 다 태우고
조용히 미끄러지며 나아간다.
이제 더 이상 뛰지 않는다.
도시의 길들은 물이 차오르고
나는 팔뚝에 힘을 주어
노를 젓는다.
바람을 등지고
천천히 손과 발을 놀리며,
밀리면 밀리는 대로
쓸리면 쓸리는 대로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큰 바다를 만나면
배를 고이 접어 차에 싣는다.
도로 위로 밀려드는 차 꽁무니를
따라 달리다 보면
웃음이 터져 나온다.
빨간 차량의 불빛들이
원숭이 떼의 엉덩이처럼 반짝인다.
나는 모터를 잃어버린 선장이다.
노를 저을 때마다
하루치의 만선을 생각한다.
내 팔이 조금씩 과거로 젖어간다.
바람이 밀어올 때
나는 밀린다.
쓸릴 때마다
살이 깎인다.
그것이 항해의 법칙이다.
도시는 물결로 번쩍이고,
나는 내 안의 바다를 끌고 걷는다.
세월은 아주 느리게
기우뚱거린다.
나는 오늘도
넘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