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인적이 사라지기 전까지
도시는 아직 잠들지 않았다.
골목 끝의 가로등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흔들린다.
네온사인이 꺼진 거리,
나는 마지막 불빛의 껍질을 뜯어낸다.
한 무리의 취한 젊은이들이 지나가면
씁쓸한 미소가 내 발목을 붙잡는다.
소떼와 양들이 몰려가는 이유를
생각한다.
한 마리씩 사라져도 아무도 모르고
떨어진 자는 기억되지 않는다.
지갑 속 명함들이
천천히 바스러진다.
젊은 날의 꿈은 시들어버렸다.
행복이 부자는 아니었지만,
가난은 더더욱 아니었다.
나는 믿는다.
못난 건 내가 아니라,
세상이 나를 비껴 흘러간 것임을.
이제 나를 대신 잘라줄 사람도 없다.
그래서 나는 잘리지 못한
불쌍한 중년이 되었다.
욕심을 버리려 애써도,
욕망을 잊으려 애써도
끝내 꿈을 믿는다.
장사는 남는 게 없다는 말이
자꾸 되뇌어져 씨가 되었다.
이제 나는 한 달씩,
다음 달의 목숨을 먼저 살며
죽은 과거를 메운다.
하루는 끝나지 않고,
다 커버린 아이가 있고
늙지 않는 아내가 있다.
그들은 나를 더 이상 기다리지 않는다.
그래도 집으로 가야 한다.
갈 곳이 없다.
나를 받아줄 무리 속으로.
밤안개처럼 뿌연 하루를 닫는다.
나는
셔터를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