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를 꺾었다.
피를 머금은 채 물 속으로 떨어진다.
물결이 폐처럼 움직이고
지느러미가 펼쳐진다.
피는 어항 벽을 따라
천천히 경계를 그었다.
그 경계를 찢고 나오는
하프문베타를 보았다.
붉은 웨딩드레스를 펼치듯
자신의 그림자를 키운다.
소리없는 기척이 퍼진다.
우리는 같은 어항 안에 있었지만
서로의 온도를 알지 못했다.
물결을 따라 가다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춤은 두 그림자를
겹치지 못한 채 흔들었고
그 흔들림이
이별인지 끝인지
알 수 없었다.
떨어져야만 보이는 것들
빛의 가장자리,
네 얼굴의 뒷면,
장미가 물이 되는 순간들.
하프문베타,
우리는 서로를 견딜 수 없어
의미 없는 춤사위를 펼쳤고
누군가 하나 사라질 때까지
숨을 참았다.
조금 더 먼 곳에서
떨어져 보아야
빛나고 아름다운 생이라는 사실.
빈 어항을 기울이자
붉은 달이 떠올랐다.
하나가 떠올랐다.
너였는지
나였는지
알 수 없는 붉은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