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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시한 날

부끄러움

by 승환

부끄러움



둘이 손을 잡고 길을 가다

멀리서 이웃을 보고

슬며시 손끝을 놓았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고

다시 손을 잡으려하면

바람이 불었다.

아내는 저만치 앞으로 걸어가고 있다.


수줍은 12살아이는

네가 부끄러운게 아니라

내가 부끄럼장이라고

몇번이고 이야길 한다.


아이는

겨울처럼 돌아선

아내의 뒷모습을

말없이 쫒아가다

발걸음이 자꾸 엉킨다.


배가 고프다며

아내가

내 팔뚝 살점을

뚝 떼어다가

입에 넣었다.


집으로 돌아와

나는 배가 부른데

12살 아이가 밥을 먹는다.


저녁밥상에 올라온

된장찌개의 두부가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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