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성냥
까만 비닐봉지안에
오래된 성냥들을 꺼낸다.
죽은 이의 이름처럼
불러도 찾을 수 없는 이름들이 떨어진다.
성냥을 모으는 사람은
팔자가 세진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성냥갑 하나에는 설렘이 묻어있었고
이별이었던 적도 있었다.
누군가를 만났고
누군가를 보냈다
그리움을 챙겼다.
추억은 언제가는 사라지는 속성이라서
작은 성냥 한곽을 외투주머니에 넣으면
그 사람의 이름이 따라들어왔다.
한 번 꺼내어 그어버리면
일렁이다가
이내 까맣게 말라간다.
그 사람 얼굴 한쪽이 허물어진다.
몇번이고 긋다보면
이제는 빈 상자속에는 사람이 사라진다.
나는 팔자가 세어
얼굴을 잊는다.
성냥팔이 소녀처럼
불이 꺼지기 전에
되돌아 온 어느 저녁,
버리지 않는 것은
비어있었고
남은 것은 담배재로 꺼져간다.